'인간의 기쁨, 슬픔과는 무관하게
제 흐름대로 피고 지는
자연의 모든 것에
그저 고마워할 뿐이다.' - 38쪽-
지난 주말,
보령 성주산과 만수산 사이의 임도 둘레길을 걸으며
보개 된 진달래꽃이 생각났다.
그리고 요즘
학교를 오가는 길에 만나는 개나리와
양지바른 곳의 나뭇가지에 핀 꽃들이
눈에 들어오는 이 봄이 새롭고 고마웠는데
같은 마음을 표현한 글이 반갑다.
- 91~92쪽 -
밀란 쿤데라는 [커튼]에서 생의 어느 시점에
인생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 사이를 선으로
그은 다음 그 위에 관측소를 세운다면
각각의 관측소에서 보는 세상은 다를 것이라고.
단지 다르게 보일 뿐만이 아니다.
출생과 죽음 사이, 각각의 관측소에는
그 관측소만의 특징이 있다.
괴테가 "젊은이는 무리에 강하고
노인은 고독에 강하다"라고 말한 것처럼
"세월에 저항하면 주름이 생기고
세월을 받아들이며 경륜(徑輪)이 생긴다."
언젠가 한 전시를 위해 썼던 글이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가"라는
카피를 썼던 나는 이제
"나이는 속일 수 없다."라는 말에 공감한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는 투지가 필요하고
인생의 다른 시점에는 체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