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돌로미티의 여왕 마르몰라다 (Marmolada)
2025년 7월 31일
안개 속의 아침
창밖을 내다보니 세상이 온통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콜다이(Coldai Rifugio) 산장에서 7시까지 단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이었다. 안개 속에서 아침운동을 충분히 하고 나니 상쾌한 기분이 온몸에 퍼졌다. 2,300m 고도의 아침은 이렇게 농무가 짙게 끼는 게 당연한 것 같았다.
실내로 들어와 간단한 세수를 마치고 아침식사를 했다. 빵과 하몽, 오므렛 등 간단한 아메리칸 스타일의 식사가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여유롭게 아침을 마치니 신기하게도 안개가 걷히고 맑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서양의 차이
8시가 넘어 출발 준비를 하려고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니, 등산화와 스틱들이 어지럽게 걸려 있었다.
방에는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며 등산화와 스틱은 이곳에 보관하는 것이 규칙인 듯했다. 어제 저녁 입실할 때 이미 짐작은 했지만, 혹시 분실되면 남은 여행을 어떻게 할까 걱정이 되어 우린 등산화와 스틱을 들고 침실로 가져갔었다.
이런 걸 보면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동양인들은 남을 쉽게 믿지 못하는 대신, 서양인들은 사회의 규범을 틀림없이 지키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것 같았다.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하루 밤이라도 잘 지내게 관심을 기울여 준 산장 주인과 감사의 사진을 찍고 작별을 고했다. 밖으로 나오니 날씨는 화창했고, 다른 등산객들도 출발 준비에 한창이었다.
여유로운 하산
8시 30분, 우리는 어제 올라왔던 길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오늘은 알레게(Alleghe)로 가서 마르몰라다 산행을 해야 했다. 어제 그토록 힘들게 올라왔던 고갯길이 오늘은 편안하게 느껴졌다. 여유를 즐기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었다.
펠모산 옆으로 저 멀리 탐페초의 토파스 산군들이 아련히 보였다.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펠모산을 멀리서나마 근엄한 자태로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가까이에서 본다면 정말 신이 조각해 놓은 선물 같은 산이라고 한다.
에델바이스가 곱게 핀 들판을 지나며, 여유로운 하산길은 힘들이지 않고 마음껏 힐링하는 시간이 되었다.
1시간 만에 콜 데이 발디(Col dei Baldi) 케이블카 승강장에 도착했다. 피안 데 페체(Pian de Pezze)를 거쳐 알레게로 내려왔다.
작은 도시의 큰 축제
알레게에 도착하여 관광안내소로 가는 길에 회의소가 있었다.
오늘은 무슨 행사가 있는 날인가 보다. 인구 1,200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도시에도 이렇게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사람은 어디에 살아도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투숙했던 Ali Apli 호텔 앞에 관광 안내센터가 있었다. 10시가 조금 넘어서 들러 시아펠라 농장(Malga Ciapela)까지 가는 버스를 알아보았다.
"10시에 출발했어요. 다음 버스는 오후 2시쯤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불렀다. 60유로를 지불하고 택시를 타고 시아펠라 농장으로 출발했다. 20여 분을 달려 도착하니, 농장 바로 앞에 마르몰라다 케이블 승강장이 우뚝 서 있었다.
하늘로 오르는 12분
12시 5분, 우리는 Marmolada Punta Rocca까지 가는 왕복 케이블카 탑승권을 38유로에 샀다.
1,476m의 고도에서 출발하여 2,300m의 안테모자(Antermoja) 정류장을 거쳐, 2,950m의 푼타 세라우타(Punta Serauta)를 지나, 최종적으로 3,265m의 푼타로카(Punta Rocca)까지 올라가는 여정이었다.
1970년에 완성된 이 케이블은 최신기술로 만들어져 여기까지 올라오는 데 단 12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케이블카가 천천히 상승하는 동안, 발아래 펼쳐지는 풍경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높이 올라갈수록 세상은 더 넓어지고, 우리는 더 작아졌다.
천년설의 세계
3,265m, 드디어 푼타로카에 도착했다.
이곳은 천년설이 내려앉아 있는 곳이었다. 외부 출입이 통제되어 있어 옥상 테라스로만 올라갈 수 있었다. 360도 방향으로 돌로미티의 모든 산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구름이 끼는 날이 많아 행운이 있어야만 전경을 다 볼 수 있다고 했다.
정류장 외부는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다. 안전을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마르몰라다의 최고 정상인 3,343m 푼타 페니아(Punta Penia)를 정복하기 위해 빙하길을 조심스럽게 올라가는 트레커들도 보였다.
돌로미티의 여왕
정상에서 보이는 파노라마는 장관이었다.
저 멀리 펠모 산군과 치베타 산군들이 보였다. 페다이아 호수 넘어로 왼쪽 끝에 포르도이 산군이 보였고, 멀리는 코르티나 탐페초와 타파스 산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쪽으로는 구름 속에 가려져 있지만 사쏘롱고와 셀라 산군들이 있다고 한다.
마르몰라다가 "돌로미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빙하와 계단식 바위 구조가 여성적이면서도 위엄 있는 이미지를 사계절 내내 연출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마돈나의 동굴로 불리는 그로타 델라 마돈나(Grotta della Madonna)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마돈나의 동굴
그로타 델라 마돈나는 1916년에서 1917년 사이에 군인들이 파 놓은 동굴이다.
악천후와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피난처였다. 평화의 상징으로 이 동굴 안에 1979년 8월 26일 마르몰라다를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봉헌한 성모 마리아상이 있다. 1980년 8월에 이 성모 마리아의 안식처를 완벽하게 만들었다고 현판이 붙어 있었다.
많은 등산객이 이곳을 찾아 기도를 올린다고 한다.
10여 분 이상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며 돌로미티의 아름다운 산봉우리들을 감상했다. 너무나 추웠고 허기도 졌다. 우린 케이블카를 타고 두 번째 정류장인 3,000m의 Serauta 정류장까지 내려왔다.
식당에서 이탈리아 북부 음식인 폴렌타(polenta)와 소시지 버섯요리를 시켜 먹었다. 옥수수 가루를 반죽한 콘밀 음식이 따뜻하고 든든했다.
3,000m의 전쟁 기념관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이곳에는 1차 세계대전 때 참호 요새였던 푼타 세라우타에 "3,000M 마르몰라다 전쟁기념관(3,000M Marmolada Grande Guerra)"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박물관이다.
이탈리아 알피니 여단과 알프스 18대대가 건설한 지휘소, 관측소, 진지, 대피소, 막사, 참호, 통로를 그대로 보수하여 박물관으로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1990년 처음 개관했으며, 전쟁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15년 5월 다시 현대식으로 개조하여 재개관했다.
안내판을 따라가면 전쟁 기념관이 나온다. 그곳을 가기 전에 참호를 따라가 보았다.
눈 위에 뿌려진 피
실제로 1915년 오스트리아 헝가리 연합군과 싸우면서 만들어 놓은 요새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들이 이곳에서 추위와 싸워가면서 전쟁을 치렀던 흔적들. 이름 모를 병사들의 죽음을 위로하는 것 같았다. 이곳도 역시 1차 세계대전 때 격전지로 알려진 곳으로, 고지대에서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투쟁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박물관을 가기 전에 인증샷 장소에서 사진을 남기고 2층으로 올라갔다.
승강장 2층에는 3,000M 마르몰라다 그란데 게라 박물관이 있다. 인간이 산맥과 고지대에서 경험한 전쟁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만든 박물관이라고 한다.
이 박물관은 이념이나 국경을 초월하여 조국의 자유라는 이상을 지키기 위해 마르몰라다에서 고통받고 지쳐 싸우다 목숨을 바친 이름 모를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다. 1990년 이탈리아의 Mario Bartoli 박사와 금융가 Bruno Vascellari 박사가 힘을 모아 개관했다.
전시된 유물들은 당시 군인들의 삶을 담은 기념품과 유물을 기증받았거나 눈 속에서 찾아낸 것들이다.
기억은 그들을 하나로 묶는다
박물관 벽에는 의미 있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전쟁은 그들을 갈라놓았지만, 기억은 그들을 하나로 묶는다."
이탈리아어와 독일어로 모두 새겨진 이 문구는 마르몰라다에서 싸운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헝가리 병사들을 생각하며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 박물관의 슬로건은 "눈 위에 뿌려진 피"다.
항상 인류에게 적대적 환경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평화라는 문화의 영역으로 퍼뜨리려는 숭고한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높은 산 위에서 역사를 배우고, 평화를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하산과 이동
약 2시간 동안 마르몰라다 트레킹 여행을 즐기다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코스톤 안테르모자 승강장을 거쳐 말가 시아펠라(Malga Ciapela)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해 놓은 택시를 불러 알레게의 호텔에 들러 맡겨 놓은 짐을 찾아 싣고, 다음 일정인 미주리아 호텔로 이동했다.
택시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미리 알았다면 세라이 디 소토구다(Serrai di Sottoguda) 거리를 걸어볼 기회가 있었을 텐데. 사전에 알지 못해 이 트레킹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놓친 트레킹, 남은 소개
세라이 디 소토구다는 한 시간 트레킹 코스다.
마르몰라다 케이블카 트레킹을 하시는 분은 반드시 이 세라이 트레킹을 권하고 싶다. 새로운 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시아펠라(Ciapela)에서 소토구다(Sottoguda)에 가는 유일한 통로였다. 1960년대 도로가 생긴 이후에는 독특한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마르몰라다 케이블카 주차장 옆에 "세라이 시아펠라 출입구(Ingresso Serrai Ciapela)"가 있다. 여기서부터 소토구다까지 약 2.5km에 달하는 아름다운 자연 협곡이 펼쳐진다.
수천 년에 걸쳐 페토리나(Pettorina) 계곡의 급류와 빙하 침식으로 바위들이 깎여 만들어진 100m가 넘는 높이의 절벽은 매혹적이고 독특한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계곡 물길과 함께 중간중간에 프란제이(Franzei) 같은 폭포들이 있으며, 작은 교회와 작은 동굴들이 있다. 여름에는 바위 사이의 냇물을 따라 트레킹하는 가족 동반 여행객들로 붐빈다고 한다.
2018년 태풍의 피해를 입어 장시간 보수와 출입 금지 되었다가 2025년 재개장했다. 입구에서 헬멧을 받아 쓰고 간다고 한다.
동화 속 마을
소토구다(Sottoguda) 마을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된 곳이다.
마치 북유럽 동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풍경을 연출한다고 한다. '소토'는 "산 아래"라는 뜻이며, 마르몰라다 산은 "하늘에서 한 걸음(Scia aun passo del Cielo)"에 있는 높은 산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시간이 멈춘 듯한 좁은 거리에는 타비에(Tabiei)라는 나무 헛간들이 있다. 원래는 가축과 건초를 보관하는 데 사용되었던 곳인데, 지금은 개조되어 지역 장인이 만든 물건으로 장식되어 있다고 한다.
이 지역은 나무와 철과 같은 천연 원자재가 풍부하며, 전통 수공예와 철 세공 장인들이 그 전통을 대대로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다시 이곳에 온다면, 반드시 이 길을 걸어보고 싶다. 마음속에 작은 소원을 남겼다.
오늘의 여정
오늘의 일정은 복잡했다.
1-2-3-4-3-5-6-3-2-1의 순서로 이동했다. 여러 번 케이블카를 갈아타고, 다시 내려오고, 다시 올라가고...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 이렇게 하여 마르몰라다의 트레킹은 마무리되었다.
80대의 우리가 3,265m 고지에 올랐다. 전쟁의 역사를 배우고, 평화를 생각하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꼈다. 돌로미티의 여왕을 만난 하루였다.
감사했다.
오늘의 운동량
걸음 수: 15,860보
이동 거리: 10.3km
걸은 시간: 3시간 2분
숫자로 기록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가슴속에 새겨졌다. 여왕의 품에 안긴 하루, 역사의 무게를 느낀 하루, 평화를 기원한 하루.
돌로미티의 여왕 아래에서, 80대 노부부의 트레킹 일지 중에서
제15화 돌로미티 트레킹의 백미 트레치메 (Tre Cime)
2025년 8월 1일
감사의 작별
어제 오후 4시경, 마르몰라다에서 택시를 타고 알레게의 아리 알피(Ali Alpi) 호텔로 돌아왔다.
2일간 맡겨두었던 짐을 찾고, 미주리나 호텔로 가기 전에 기념촬영을 했다. 택시기사, 호텔 주인, 주인 딸, 그리고 집사람이 함께였다. 식당을 겸하고 있어 식사나 침실, 친절 등 가성비가 너무 좋았다. 추천하고 싶은 호텔이었다.
작별을 고하고, 우리는 미주리나를 향해 출발했다.
파소 지아우의 선물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파소 지아우(Passo Giau) 고개를 지나게 되었다.
친첸토리 산행 때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갔던 페다레 산장에서 보았던 아베라우 산군을 또다시 만났다. 창밖으로 손을 흔드는 듯한 산의 모습이 반가웠다.
파소 지아우 고개에 있는 2,595m의 구셀라 산(Monte Gusela)의 아름다운 형상은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맞은편 산에는 2,313m의 콜 피옴빈(Col Piombin) 산이 칼로 잘라 놓은 듯한 모양새로 서 있었다. 주위와 어울려 특이하게 보이는 광경이었다.
우린 택시를 1시간 넘게 타고 가면서 경치 좋은 뷰 포인트마다 차를 세우고 사진에 담기 바빴다.
코르티나가 2km 남았다는 표지판 앞에 펼쳐지는 광장에는 거대한 토파나 산군이 코르티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 모습이 위협적이면서도 장엄했다.
미주리나 호수에 도착하다
미주리나 호수(Lago di Misurina)가 가까워지자 트레치메의 웅장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1시간 20분을 달려 미주리나 호수가에 있는 그란 미주리나(Gran Misurina) 호텔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었다. 택시비로 120유로의 거금을 들였지만, 편안하고 쾌적한 이동이었으니 그런대로 가성비가 좋았다고 할 수 있었다.
편안한 호텔에서 단잠을 자고, 8월 1일 아침 호수가를 잠시 거닐었다. 베란다에 앉아 맑은 공기를 마시며 평화로운 아침을 마음껏 즐겼다.
아침 식사는 부페였다. 음식도 다양했고, 특히 내가 좋아하는 하몽이 여러 종류 나와 있어서 마음껏 먹었다. 창밖의 미주리나 호수를 구경하면서 천천히 시간을 보냈다. 날씨는 어제와 비슷하게 구름이 조금 있었다.
안개 속 출발
9시 30분, 우리는 오늘의 일정인 트레치메 원점회귀 루프 트레킹을 위해 호텔을 나섰다.
호텔 앞에서 아우론조(Auronzo) 산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20여 분을 달려 2,320m의 고도에 위치한 아우론조 산장에 도착하니 안개가 완전히 덮여 있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넓은 주차장도 빈 곳이 몇 곳밖에 남지 않은 것 같았다.
10시 30분경, 우리는 아우론조 산장을 통과하여 안개 속에서 트레킹을 시작했다.
산장 입구에는 흥미로운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트레치메 산맥에 살았다는 공룡의 화석을 완벽하게 복원한 전시회가 2025년 6월 14일부터 9월 7일까지 열린다는 내용이었다.
돌로미티는 해발고도가 높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날씨 변화가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안개 속이라도 과감하게 트레킹을 시작하고 있었다.
알피니의 기도
10여 분을 안개 속을 걸어 나오니 조그만 교회가 나타났다.
알피니 군대 예배당(Cappella degli Alpini)이라고 한다. 1916년 1차 세계대전 당시 알프스 연대인 알피니 18대대가 무운과 안녕을 위하여 여기에 작은 교회를 만들었다고 한다.
오른쪽으로는 트레치메의 웅장한 모습이 안개 속에 가려져 있었다. 우린 계속해서 20여 분을 임도를 따라 걸어갔다. 저 멀리 라바레도(Lavaredo Rifugio) 산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라바레도 산장에서
고도 2,344m에 위치한 라바레도 산장에는 트레치메를 일주하는 10km의 트레킹 코스가 상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우린 처음에는 이 코스로 가려고 계획했다. 그러나 3시간 이상의 코스에 중급 정도의 난이도가 있어, 우린 3.5km의 코스를 택하기로 했다. 아우론조-라바레도-로카텔리-라바레도-아우론조를 거치는 코스였다.
산장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며 피로를 조금 풀었다.
라바레도 산장 앞에서 운 좋게도 안개가 조금 걷혔다. 트레치메의 일부가 그 위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트레킹의 백미를 향하여
우린 안개가 걷히길 기원하면서 로카텔리 산장을 향해 걸어갔다.
트레킹의 백미를 맛보며 열심히 발걸음을 옮겼다. 로카텔리 산장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었다. 우린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조금은 멀지만 오른쪽 편 길을 따라갔다.
평탄하고 평화로운 하늘 아래에서 자연과 벗 하며 걷는 시간이 즐거웠다. 암벽에 만들어 놓은 능선길을 따라 가는 것도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20여 분이 지나자 우리는 라바레도 고개(Forcella Lavaredo)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서 쉬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자연공원의 품 안에서
여기가 트레치메 자연공원(Parco Naturale Tre Cime)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으며, 특히 좌측 측면에 거대한 직벽의 트레치메 세 봉우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안내판도 세워져 있었다.
우리도 여기서 물 한 잔을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트레킹의 백미를 마음껏 누리면서 힘들이지 않고 계속 걸어갔다. 안개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드디어 로카텔리 산장(Rifugio Locatelli)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의 조각품 앞에서
2,405m에 위치하고 있는 로카텔리 산장은 등산객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 베란다에서는 트레치메의 세 봉우리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었다. 여기서 커피나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신이 조각해 놓은 조각품들을 감상하기에는 너무나 좋은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안개에 싸인 트레치메의 세 봉우리가 선명하게 보였다. 우리가 걸어왔던 라바레도 고개길(Forcella Lavaredo)도 분명히 보였다.
왼쪽의 봉우리는 1차 세계대전 때 치열했던 싸움이 있었던 2,744m에 위치한 파테르노(Paternkofel) 산군이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더욱 웅장했다.
선구자를 기억하다
산장 옆에는 오스트리아 출신 유명 산악인 셉 이너코플러(Sepp Innerkofler)의 상반신 추모탑이 세워져 있었다.
1883년 이곳에서 태어나 이 지역의 등산 루트를 개발하고 암벽 등산 장비도 개발했다. 이곳 산장을 만들어 이곳 발전에 기여하였다. 1차 세계대전 때 이곳의 산악부대에 참가하여 훈장도 받았으나 1915년 전투 중 사망하여 여기에 추모탑을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단체로 트레킹 여행을 왔다는 젊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도 하며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국땅에서 만난 동포들이 반가웠다.
피아니 호수의 고요
로카텔리 산장 뒤에는 호수가 만들어져 있었다.
빗물과 빙하가 만들어낸 호수로 맑고 깨끗했다. 이 고산 호수는 피아니(Laghi dei Piani) 호수로, 물 색깔이 너무 맑아 저녁이나 노을이 질 때면 트레치메, 몬테파테르노, 그리고 세스토 돌로미티의 아름다운 잔영이 물 위에 비쳐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우린 여기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호텔에서 준비해온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래며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맑은 공기와 함께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냈다.
산장 뒤편의 1916년 백색 전쟁 때 만들어진 마돈나 교회(Madonna della Corda)가 아직도 깨끗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전쟁의 상흔, 평화의 전망
그 뒤로는 섹스텐(Sexten) 돌로미티 산군이 펼쳐졌다.
이곳도 백색 전쟁 때 치열한 전쟁터였다. 앞에 보이는 4개의 터널 구멍이 보였다. 이를 트레치메 동굴, 즉 그로타 델레 트레치메(Grotta delle Tre Cime)라고 한다.
4개의 동굴이 파여 있었다. 바위산을 뚫어 그곳을 진지로 삼아 쳐들어오는 적군에게 포화를 가했다고 한다. 이젠 이곳이 관광명소가 되어 많은 인파가 이곳에서 트레치메의 세 봉우리를 넣고 인증샷을 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곳으로 변해 있었다.
동굴에서 보이는 트레치메의 세 봉우리가 선명했다. 하나의 그림처럼 구도가 잘 잡힌 광경이었다.
왼쪽부터 백운암으로 형성된 2,857m의 치마 피콜라 디 라바레도(Cima Piccola di Lavaredo), 2,998m의 치마 그란데 디 라바레도(Cima Grande di Lavaredo), 2,973m의 치마 오베스트 디 라바레도(Cima Ovest di Lavaredo)의 3개 봉우리가 그림처럼 세워져 있었다.
2억 3천만 년의 조각
원래 트레치메는 2억 3천만 년 전 바다 속의 엄청난 용암이 터져나와 산호초를 덮고 지층으로 솟아나 오면서 형성된 지각이다.
광풍과 세월의 시간이 만들어낸 백운암 형태의 산으로 변하여 이렇게 아름다운 조각품이 되었다고 한다. 돌로미티에는 라바레도 지역과 크리스탈로(Cristallo) 지역, 토파나(Tofana) 지역, 펠모(Pelmo) 지역 등 인상적인 신의 작품들이 많이 존재한다고 한다.
동굴 진지에서 로카텔리 산장을 바라보니 5부 능선으로 걸어왔던 길도 보이고, 2,744m의 파테르노 산군도 아름답게 볼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비
오후 1시 30분경, 우리는 하산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올라온 길은 101번을 통해 올라왔으나, 로카텔리 산장에서 하산하는 길은 다른 101번 길을 따라 하산했다. 산장 오른쪽으로 보면 105번 길과 101번 길의 방향을 가리키는 지점이 나온다. 5분만 내려오면 105번 길과 101번 길이 바뀌는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105번 길을 따라 진행하게 되면 10km 이상의 트레치메 완전 루프 일주 코스다. 트레치메 세 봉우리를 차례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코스지만 3시간 내지 5시간 걸리는 중급 산행 코스다.
우린 101번 길을 택했다. 위쪽 5부 능선에 있는 길이 올라올 때의 101번 길이고, 1부 능선에 있는 길이 하산할 때의 101번 길이었다.
하산하기 30분 후부터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의를 입고 걸어야 했다. 라바레도 고개에 도착하니 비가 더욱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여행하는 동안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이 처음이었다.
비 속의 귀환
라바레도 산장에 도착할 때에는 우의를 입어도 완전히 비에 젖었다.
등산화에도 물이 들어와 하산하기에도 무척 힘들었다. 조심스럽게 한 발짝씩 옮기며 하산했으나 줄기차게 내리는 비에는 역부족이었다.
조심해서 라바레도 산장에 도착했다. 산장 안은 비를 피해 있는 등산객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었고, 커피 한 잔도 사 먹을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었다. 비를 피해 여기 있으면서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도 이 무리 속의 일원이 되어 10여 분을 기다렸다. 그러나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우론조 산장까지는 편안한 임도이므로 우린 용감하게도 비를 향해 하산을 재촉했다.
아우론조 산장에 도착하니 비가 거의 그치는 것 같았다.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우린 비에 젖은 상태로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돌로미티의 변덕
정말 힘든 하루였다.
돌로미티 트레킹의 백미를 맛보긴 했지만, 마지막 비 때문에 힘든 하루가 되었다. 하지만 미주리나 호텔로 돌아올 때는 비가 그치고 날씨가 완전히 개어 있었다.
1시간에서 2시간 사이에 완전히 다른 날씨를 보이고 있었다.
역시 돌로미티는 날씨 정보를 보고 항상 움직여야 하는 것 같았다.
미주리나 호텔에서 택시를 불렀다. 내일 일정을 위해 50유로를 주고 코르티나 담페초의 크리스탈리노(Cristallino) 호텔까지 이동했다. 휴식을 취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힘들었지만 보람찼다.
트레치메의 세 봉우리를 만났고, 2억 3천만 년의 역사를 느꼈고, 전쟁의 상흔과 평화의 소중함을 배웠다. 비를 맞았지만, 그것마저도 추억이 될 것이다.
80대의 우리가 또 하나의 백미를 완성했다.
오늘의 운동량
걸음 수: 23,047보
이동 거리: 14.9km
걸은 시간: 4시간 6분
비에 젖은 옷을 말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맑게 갠 하늘 아래, 트레치메의 세 봉우리가 저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는 것 같았다.
"내일은 또 어떤 모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돌로미티의 백미를 맛본 날, 80대 노부부의 트레킹 일지 중에서
제16화 하늘로 향한 화살 토파나 산군
코르티나 담페초 (Cortina d'Ampezzo)
2025년 8월 2일
올림픽 도시의 아침
코르티나 담페초는 2026년 겨울 올림픽이 개최되는 도시다.
여름이면 트레킹 족을 위하여, 겨울이면 스키어들을 위하여 연중 항상 붐비는 도시. 아담하고 아름다운 돌로미티의 중심도시다.
오늘도 날씨는 별로 좋지 않았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였지만, 우린 계획된 일정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오늘이 트레킹의 마지막 코스인 토파나(Tofana) 산군을 산행하는 날이다.
호텔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9시 30분경 호텔을 나와 토파나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하늘을 향한 화살
토파나 케이블카 승강장은 겨울 올림픽 스타디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우린 40유로씩 지불하고 왕복권을 구매했다. 코르티나 담페초의 고도가 1,224m에 위치하고 있고 3,243m의 토파나 디 메조 정상 부근까지 2,000m를 넘게 올라가야 했다. 그래서 3번에 걸쳐 나누어 오르게 되어 있었다.
첫 번째는 코르티나(1,224m) 마을에서 1,778m의 고도에 위치한 콜 드루시에(Col Drusciè) 환승장까지. 여기서 환승하여 2,472m에 위치한 라 발레스(Ra Valles)까지 올라간 다음, 3,243m에 위치한 토파나 디 메조(Tofana di Mezzo) 정상 부근 승강장에 도착하게 되어 있었다.
토파나 산군은 3개의 큰 봉우리로 형성된 백운암으로 구성된 돌로미티에서 세 번째로 높은 봉우리군들이다.
왼쪽부터 3,225m의 토파나 디 로제스(Tofana di Rozes), 중앙의 3,243m의 토파나 디 메조(Tofana di Mezzo), 마지막 오른쪽의 3,236m의 토파나 디 덴트로(Tofana di Dentro) 산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뾰족한 백운암의 봉우리들이 하늘을 향해 화살처럼 보인다고 하여 '하늘의 화살(Freccia nel Cielo)'이라는 별명을 가졌다고 한다.
첫 번째 환승장
첫 번째 환승장인 1,778m의 콜 드루시에(Col Drusciè)는 초록빛으로 둘러싸여 있어 경치가 좋았다.
유명한 와인 바 'MASI'가 있어 음식뿐만 아니라 와인의 맛도 수준급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여기에 앉아서 코르티나 담페초의 마을을 내려다보면서 와인 한 잔을 하는 여유로운 시간. 낮에는 전경을, 밤에는 야경을 즐기는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많다고 한다.
두 번째 환승장
두 번째 환승장은 2,472m에 위치한 라 발레스(Ra Valles)였다.
숲은 사라지고 백운암으로 형성된 돌로미티의 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곳에도 좀 더 높은 곳에서 코르티나 담페초와 담페초를 에워싼 크리스탈로 산군을 바라보면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식당 라 발레스가 유명하다고 한다.
라 발레스는 돌로미티에서 가장 높은 위치한 피자 전문점이다. 맛있는 1코스와 2코스, 수제 버거는 물론 훌륭한 봄바르디노와 같은 간단한 식사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환승장은 겨울철이면 스키어들로 만원을 이룬다. 2,700m의 슬로프에서 숨 막힐 듯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스릴 넘치는 스키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눈보라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토파나 디 메조 승강장에 내리니 본격적인 눈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곳 전망대에서는 눈비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고, 코르티나 담페초의 마을도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우린 계단을 밟고 정상을 향하여 한 발씩 움직이며 올라갔다.
정상으로 올라가니 진눈깨비가 사정없이 내려왔다. 도저히 진행할 수가 없었다. 또한 계속해서 일기 예보가 눈비로 나타나 오늘은 케이블카 운행을 중지한다고 연락이 왔다. 빨리 하산하라고 독촉이 심했다.
그래도 최대한 접근할 수 있는 곳까지 가다가 승강장으로 내려와 하산하기 시작했다.
맑은 날의 꿈
맑은 날 토파나 정상에서 본 광경은 선명하고 아름답다고 한다.
3,244m에 있는 토파나 정상(Tofana di Mezzo)에서 보면 치마 토파나(Cima Tofana) 케이블카 승강장이 바로 아래에 보인다. 왼쪽은 3,199m의 크리스탈로(Cristallo) 산군, 중앙은 3,154m의 소라피스(Sorapis) 산군, 오른쪽은 3,264m의 안텔라오(Antelao) 산군이 선명하게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은 볼 수 없었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완전히 보이지 않았고, 눈비바람이 몹시 강하게 불었다. 안전을 위하여 더 이상 무리하지 않고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아래로 내려오니 케이블카 운행이 오늘은 종료되었다고 빨리 하산하라고 야단이었다.
아쉬운 발걸음
내려오면서 콜 드루시에 환승장에서 인증샷을 하고 토파나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내려왔다.
케이블카 아래에는 트레킹 코스도 보이고 게디나 호수(Lago Ghedina)도 보이고 있었다. 시간이 있으면 라 발레스 환승장에서 내려 1~2시간의 안전한 트레킹 코스가 있다고 한다. 이곳을 트레킹하여 호수까지 내려갈 수 있으니 초보자도 가능한 코스가 여러 개 있다고 한다.
2026년 동계 올림픽을 위하여 경기장 보강을 위한 공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오늘은 계속 내리는 비 때문에 우린 토파나 케이블카만 왕복 50분을 타고 10여 분을 정상에서 헤매다 하산하여 호텔로 돌아왔다.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담페초 시내로
호텔로 돌아와 조금 휴식을 취한 뒤 옷을 갈아입고, 비가 조금 약해지자 우린 우비를 들고 담페초 시내 관광에 나섰다.
담페초의 중심가를 가기 전에 수호자 성모 마리아(Chiesa della Madonna della Difesa) 교회가 있었다. 1750년경 재건한 성모 마리아 교회의 파사드에는 유명한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보수 중인지 보이지 않았다.
실내에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각품들이 고급스럽게 배치되어 있었다. 여러 종류의 색깔이 된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금박의 세공품도 잘 배치되어 있었다.
안젤로 디보나 광장
우린 걸어서 담페초의 산악인 안젤로 디보나의 이름이 붙여진 '안젤로 디보나 광장'(Piazza Angelo Dibona)에 도착했다.
옆에 노란색으로 표시된 치아사 데 라 레골레스(Ciasa de ra Regoles)라는 오래된 건물이 보였다. 처음부터 마을 회관으로 자리 잡아 도시의 중심이 되었으며, 지금은 공동체 사무국과 마리오 리몰디 현대미술관이 입주해 있다고 한다.
안젤로 디보나(Angelo Dibona) 동상이 광장 한쪽 편에 돌과 함께 조각되어 있었다.
그만큼 돌로미티는 트레킹과 스키가 주된 관광의 요소로 매김 하였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광장을 따라 올라가면 5성급의 Hotel Cortina 호텔도 보이고, 명품 가게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산티 필리포 에 자코모 성당
노랗게 보이는 건물은 관광 안내센터가 있었다.
그 옆에는 이 도시에서 제일 큰 첨탑을 가진 산티 필리포 에 자코모 성당(Basilica dei Santi Filippo e Giacomo)이 있었다.
1858년 암페초 출신 건축가 실베스트로 프란체스키가 세운 이 종탑은 높이 65.8m로 절제되고 우아하다. 종탑에는 6개의 대표 종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이 성당은 13세기에 만들어졌으나 1775년 재건축되어 코르티나 담페초의 교구 성당으로 지정되어 두오모 역할을 하고 있다. 조각가 안드레아 브루스톨론의 조각품들이 제단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고 한다.
루이지 게디나(Luigi Ghedina)의 성경에 기록된 "성전을 정화하는 그리스도"의 천장화는 예수가 예루살렘 성전에서 희생 제물을 팔고 환전하는 상인들의 행위를 보고 분노하며 이들을 쫓아내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성 필립보의 순교", "성 야고보의 처형" 등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고 한다.
작별, 그리고 시작
우린 더 이상 시내를 관광할 수가 없어 호텔로 돌아와 점심 식사를 한 후 호텔 체크아웃을 했다.
다음 일정을 위하여 오후 2시 30분 돌로미티 버스를 타고 베네치아로 가기 위해 담페초 버스 정류장으로 출발했다.
코르티나 담페초는 상주 인구는 7,000명밖에 되지 않지만, 여름이나 겨울 시즌에는 40,000명 이상으로 상주 인구가 늘어난다고 한다. 관광 산업이 활성화된 도시이다. 호텔 수가 많이 있는데도 호텔비가 수준을 넘어 부르는 게 값으로, 가성비가 낮은 도시로 생각되었다.
대단원의 막
이것으로 돌로미티의 힐링 여행은 대단원의 막을 이루었다.
귀국하기 전에 남은 스케줄은 베네치아, 잘츠부르크, 프라하 등을 관광하고 귀국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눈보라가 막았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토파나의 정상을 밟지는 못했지만, 하늘을 향한 화살을 보았고, 그 웅장함을 느꼈다.
돌로미티여, 감사했다.
펠모 산군의 신비로움, 친첸토리의 장엄함, 콜다이의 고독함, 마르몰라다의 위엄, 포르도이의 도전, 트레치메의 백미, 그리고 토파나의 화살까지.
모든 순간이 축복이었다. 80대의 우리가 이 모든 여정을 함께 걸었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선물이었다.
"우리는 해냈다."
손을 맞잡고 버스에 올랐다. 창밖으로 토파나 산군이 구름 속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것 같았다.
안녕, 돌로미티. 언젠가 다시 만나자.
오늘의 운동량
걸음 수: 10,954보
이동 거리: 7.1km
걸은 시간: 2시간 4분
눈보라가 막은 정상이었지만, 우리는 이미 우리만의 정상에 올랐다. 돌로미티의 모든 산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도전의 기쁨, 포기의 지혜, 자연의 경외, 그리고 함께 걷는 행복.
하늘을 향한 화살 앞에서, 80대 노부부의 트레킹 일지 완결편
제17화 돌로미티 힐링 트레킹 총정리
돌로미티 케이블카 트레킹 - 효도 관광 힐링 트레킹
여행을 마치며
돌로미티 힐링 트레킹을 다녀온 후, 경험을 토대로 가장 가성비 좋은 트레킹 방법을 정리해본다.
3,000m가 넘는 돌로미티의 18개 봉우리 중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10개 봉우리를 중심으로 트레킹 플랜을 잡아 보았다. 80대 노부부가 직접 경험한 실전 가이드다.
여행 기간: 최소 15일 항공편 (대한항공 기준)
핵심 추천 사항 1. 직항 도시 선택
본인의 선호도에 따라 결정한다. 로마나 밀라노가 접근성이 좋고, 비엔나나 프라하는 경유지로 활용하기 좋다.
2. 일정 조정
3. 트레킹 추가 옵션
4. 콜다이 산장 예약 필수
11일차 콜다이 산장(Rifugio Coldai)은 예약이 어렵더라도 꼭 예약하여 알타비아 1(Alta Via 1) 코스를 트레킹하는 트레커들도 만나고 산장의 1박도 경험해 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5. 숙박 거점 설정
각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20km 전후 거리이므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처음부터 렌터카를 하더라도 이 3곳을 기점으로 정하여 이동하면 된다.
준비물과 주의사항 10. 복장 준비
11. 날씨와 기다림의 철학
12. 음식
우리는 80대의 나이로 이 모든 코스를 완주했다.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이 하나씩 가능해졌다. 케이블카가 있어 누구나 3,000m 고지에 오를 수 있었고, 잘 정비된 트레킹 코스가 있어 안전하게 걸을 수 있었다. 산장이 있어 쉴 수 있었고, 친절한 사람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도전하는 마음과 함께 걷는 사람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꿈꾸는 한, 우리는 계속 걸을 수 있다.
"천천히 걸어도 괜찮아. 정상에 오르지 못해도 괜찮아. 중요한 건 이 순간, 이 공기, 이 풍경을 함께 느끼는 거야."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전하고 싶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힘들 것 같다고 두려워하지 마세요. 돌로미티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케이블카가 당신을 하늘로 데려다줄 것이고, 산이 당신을 치유해줄 것입니다.
효도 관광으로도, 힐링 트레킹으로도, 버킷리스트로도 완벽한 여행지입니다.
이 여행을 함께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함께 시작해준 아들, 친절했던 산장 주인들, 길에서 만난 트레커들, 택시 기사님들, 호텔 직원들... 모두가 우리 여행의 소중한 일부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늙은 몸을 이끌고 함께 걸어준 나의 반려자에게 감사합니다.
80대의 우리에게도 아직 꿈이 있습니다. 돌로미티가 그것을 증명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