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투자, 소비 등 국민경제를 결정하는 거시지표들이 엉망진창인 가운데 각종 대출 연체율이 역대급으로 악화되고 있다. 자영업자, 가계 등 국민경제를 떠받치는 내수의 토대가 붕괴 조짐을 보이는 중인데 윤석열 정부는 서울 아파트 값 띄우기에만 골몰하고 레거시미디어들은 서울 아파트 값이 2년 9개월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며 환호작약한다. 정말 큰일이다.
카드대란 당시를 능가하는 카드사 연체액, 무려 2조 3천억 원
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신용카드 연체 총액(1개월 이상)은 2조 313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조9605억 원) 대비 18.0% 증가한 수준임은 물론이고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2022년 1분기(1조2,568억원)와 비교하면 무려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올 1분기 신용카드 연체총액이 얼마나 충격적인 규모냐면 수백만 명의 신용불량자가 발생했던 2005년 ‘카드대란’ 사태 당시 1분기 연체액(2조2,069억 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20년만에 신용카드 연체총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한편 연체액이 가장 많은 곳은 신한카드(6,254억원)로 나타났다. 롯데카드(3,719억원)와 KB국민카드(3,428억원)는 3,000억원대로 뒤를 이었고, 삼성카드(2,740억원), 하나카드(2,387억원), 우리카드(2,290억원)도 연체액 2,000억원을 가뿐히 넘겼다.
늪과도 같은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연체액과 연체율이 수직으로 상승중인데 카드사로선 속수무책이다.
대부업 연체율 12%까지 치솟아
2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대형 대부업자 연체율(원리금 30일 이상 연체)은 12.6%로 집계돼 지난해 6월 말(10.9%)보다 1.7%포인트(p) 올랐다. 지난해 말 기준 등록 대부업자는 8천597개로 상반기 말(8천771개)보다 174개 감소했다.
또한 대출 규모는 대형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의 폐업과 연체율 증가 등의 영향으로 12조5천146억원으로 집계돼 작년 상반기 말보다 2조775억원(14.2%) 감소했다.
아울러 지난해 말 대부 이용자는 72만8천명으로 상반기 말(84만8천명)보다 12만명(14.2%) 줄었다.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금융취약계층임을 감안할 때 대형 대부업자 연체율이 증가한다는 의미는 금융취약계층이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1~2개월 국내 방송에서 보도된 연체율 관련 뉴스 유튜브 화면 캡처.
자영업자 사업자대출 연체액 통계작성 이래 최고
1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분기별 자영업자·가계대출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3월 말)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모두 10조8천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연체액 통계는 금융기관들이 제출한 업무보고서에 기재된 실제 연체액 현황을 합산한 결과다.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연체 규모 기록일 뿐 아니라, 작년 4분기(8조4천억원)와 비교해 불과 3개월 만에 2조4천억원이나 뛰었다.
분기별 연체액 증가 폭(직전분기 대비)은 작년 1분기 2조2천억원(2022년 4분기 4조1천억원→2023년 1분기 6조3천억원)에서 2분기 1조원(6조3천억원→7조3천억원), 3분기 1조원(7조3천억원→8조3천억원), 4분기 1천억원(8조3천억원→8조4천억원)으로 계속 줄다가 다시 2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자영업자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율도 작년 4분기 1.30%에서 올해 1분기 1.66%로 석 달 사이 0.33%포인트(p) 치솟았다. 2013년 1분기(1.79%)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대출까지 포함한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대출 잔액은 1분기 말 현재 1천55조9천억원(사업자대출 702조7천억원+가계대출 353조2천억원)으로 추산됐다. 직전 분기(1천53조2천억원)보다 2조7천억원 더 늘어 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소득의 4할을 원리금 상환에 쓰는 가계대출 가구
한편 한국은행은 가계대출자의 평균 DSR을 38.7%로 추산했다. DSR은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위한 지표로, 해당 대출자가 한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결국 우리나라 가계대출자는 평균적으로 연 소득의 약 39%를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쓴다는 얘기다. 가계대출자 평균 DSR은 2022년 4분기 40.6%를 찍고 이후 지난해 3분기 38.4%까지 떨어졌지만, 같은 해 4분기 38.5%로 반등한 뒤 두 분기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빚더미에 질식당한 대한민국, 주류 언론은 서울 아파트값 상승에 환호?
대출 상환 측면에서 가장 상황이 좋지 않은 취약 차주(저소득·저신용 다중채무자)의 DSR(64.8%)도 한 분기 사이 2.2%p(62.6→64.8%) 뛰었다. 보통 금융기관과 당국 등은 DSR이 70% 안팎이면 최소 생계비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득으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으로 간주한다. 취약 차주들이 현재 평균적으로 이런 한계 상태에 이른 것으로 짐작된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가계와 자영업자는 빚더미에 깔려 말 그대로 죽어가는 중이다. 대출총액과 연체율이 감당불가의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서울 아파트값 띄우기에 사활을 걸고 있고, 레거시미디어들은 윤 정부를 도와 서울 아파트값 띄우기에 총력을 경주 중이다. ‘서울 아파트값, 2년 9개월만에 최대폭 상승’이 며칠 전 많은 레거시미디어들이 앞다퉈 쏟아 낸 기사의 제목이었다. 윤석열 정부와 레거시미디어들의 행태를 보면 대한민국의 앞날에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태경 부소장/ 토지+자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