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장은 겨우내 봄을 기다렸습니다. 시나브로 멍게란 놈이 갑판장의 머리 한켠에 또아리를 틀었기 때문입니다. 까짓 멍게쯤이야 진작에 사시사철 맛 볼 수 있는 흔한 먹거리가 됐습니다만 갑판장이 겨우내 기다린 것은 오동통하게 몸집을 불린 제철의 멍게입니다. 2월 까지는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몇 자루 보이지 않던 것이 3월에 들어서자 수십 자루로 양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때이 이릅니다. 야물딱지게 속이 찬 멍게를 맛 볼려면 좀 더 기다려야만 합니다. 적어도 3월 하순은 되야 달콤쌉싸름한 향과 맛이 가득 찹니다.
맑은미더덕국
멍게와 형태와 맛은 비슷하지만 크기가 한참 작은 미더덕 역시 봄을 활짝 여는 먹거리입니다. 꿩 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멍게 대신 미더덕을 한 봉다리 사왔습니다. 미더덕도 제맛이 들려면 3월 하순은 지나야겠지만 일단을 급한 불부터 끈다는 심정이었습니다. 매일 노량진수산시장으로 장을 보러 다니니 때 마다 좋은 먹거리를 눈에 띄는대로 집어 오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미더덕은 대부분이 1차가공을 한 상태의 것 입니다. 본시 미더덕은 전체가 오돌톨한 돌기의 껍질로 둘러쌓여 있어 먹기에 불편한데 이를 꼭지 부분의 겉껍질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은 칼을 이용하여 껍질을 벗겨낸 것입니다. 그런데 그 작업이 결코 쉽지가 않은 것이 겉껍질은 벗기되 내용물을 감싸고 있는 얇디 얇은 막에 흠집이 나서는 상품성이 떨어집니다. 도토리 만큼 작은 미더덕을 일일이 손으로 잡고 날카로운 칼끝으로 겉껍질을 벗겨내는 일은 숙련자가 아니면 감히 시도도 못할 만큼 어렵습니다. 이 처럼 작은 먹거리 하나에도 참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이 담겨있음을 알게 되면 헛으로 여길 수가 없습니다.
미더덕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 중 갑판장이 선호하는 방식은 날로 먹기인데 입에 넣기 까지 많은 정성과 손질이 더해져야 하기게 이번에는 패스~~~ 좀 더 기다렸다가 알 찬 멍게를 큼직하게 썰어 강구막회의 초장을 듬뿍 묻혀서 낼름 삼킬렵니다. 또 다른 조리법으론 아귀찜에 미더덕을 첨가하든 아니면 미더덕만으로 찜을 해먹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선장님과 사전협의가 없었던 지라 통과.... 찜용 콩나물이 준비가 안 되었다는 핑계입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궁리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아무렇게 든지 주시는대로 먹기만 해도 감지덕지입니다.
뜨거운 국물을 잔득 머금은 미더덕은 충분히 식히거나 아니면 한쪽 끝을 터뜨린 후에 먹어야 입을 데지도 않고 주변인들에게 피해도 안 입힙니다만 심술궂은 갑판장은 미더덕으로 물총놀이를 즐깁니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찍~ 찌익~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3월 말 쯤 멍게파티를 벌리고픈 갑판장입니다.
첫댓글 어제는 고등어를 사다 먹었는데 가장 좋은 것은 한 손(두 마리)에 1만3천원이나 하더군요.
비싸긴 하지만 크기도 맛도 따봉!!!
미운 놈 미더덕 하나 주시라요~
딱 한 개?
자연산 멍게는 겨울이 더 맛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