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2
매일의 음주는 뇌에 치명적
⑪음주는 뇌에 담배보다 나쁘다
뇌에 미치는 영향이란 측면에서는 술이 담배보다 더 나쁘다. 흡연은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 등 유해물질이 혈관에 상처를 주고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을 악화시키는 간접적인 피해를 주는 반면, 알코올은 직접 뇌에 영향을 준다.
여러 연구에서 술은 신경독(毒)임이 밝혀져 있다. 음주로 인한 건강피해는 1차적으로는 신경세포에, 2차적으로는 혈관을 통해 찾아온다. 알코올은 먼저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의 움직임을 저하시킨다. 정신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소중한 물질인 아세틸콜린 대사에 영향을 주면 기억계에 장애를 준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와 있다.
음주가 뇌에 직접적인 손상을 주고 신경세포가 손상된다는 것은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조사에서도 밝혀졌다. 술을 마시는 60세와 마시지 않는 60세의 뇌 위축 정도를 조사하는 연구에서 1.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 2. 조금 마시는 사람 3. 많이 마셨지만 끊은 사람 4. 많이 마시고 있는 사람의 순으로 뇌의 위축이 적었다.
사실 음주는 뇌 이전에 신체수명에 현저하게 영향을 미친다. 러시아 남성의 평균수명은 2008년 62세였다. 알코올 도수 40도인 보드카를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음주습관 탓에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등으로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2018년 현재 러시아 남성 평균수명은 68세인데, 이는 2003년~2016년 사이 러시아내 알코올 소비량이 43%나 줄어들었다는 통계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술은 몰아서 많이 마시는 것보다 매일 마시는 쪽이 뇌에 끼치는 손상이 크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건망증이 걱정된다면 즉각 술을 끊어야 한다. 지금의 선택이 10년 뒤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고령자의 운동은 근육이나 관절의 퇴화를 막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주 3회, 30분 이상 땀이 배어나올 정도의 운동을 하되, 운동과 동시에 머리를 쓰는 작업을 한다면 뇌에는 금상첨화다. 사진은 한 지자체 치매안심센터가 공원 산책로에 설치한 ‘기억생생길’.
운동은 필수! 운동하며 머리도 쓰면 일석이조
⑫ 유산소운동 주 3회, 30분 이상
고령자의 운동은 근육이나 관절의 폐용성 퇴화(사용하지 않아 퇴화되는 것)를 방지하는 것이 최우선 목적이다. 숨을 멈추고 몸에 강한 부하를 한꺼번에 거는 무산소운동이 아니고 호흡하면서 천천히 하는 유산소 운동이 권장된다. 최우선으로 단련해야 하는 근육은 허벅지 앞쪽의 대퇴사두근. 가벼운 운동이라도 안하는 것보다 낫다. 산책도 좋지만 쉬엄쉬엄 걷는 것은 근육에 자극을 주기 어렵다. 기왕이면 빠르게 보폭을 넓혀 땀이 배어나올 정도의 부하를 몸 전체에 걸어주는 게 효과적이다.
⑬운동하면서 머리도 쓰면 일석이조
운동하면서 동시에 머리를 쓰면 뇌의 각기 다른 장소를 동시에 움직이게 된다. 예컨대 실내에서 운동하면서 머릿속으로는 계산을 한다거나, 조깅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식이다. 옛 노래라면 당시의 추억이 떠올라 기억에 대한 자극이 될 것이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가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을 위해 개발한 ‘코그니사이즈(cognicise)’는 인지(cognition)와 운동(exercise)를 합친 조어다. 개인 또는 여러 명이 운동하면서 계산이나 끝말잇기를 이어가는 프로그램인데,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사회성은 노인의 뇌 건강에 큰 도움
⑭사회적 고립은 뇌 건강의 적
사회적 고립은 몸과 마음에 폐용성 퇴화를 일으켜 심리적으로도 고독감이 커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사회적 고립은 특히 남성에게 문제가 되는데, 정년퇴직과 동시에 일도 인간관계도 사라져 고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여성은 오히려 일 이외에 취미나 지역 연계 등으로 관계망이 많은 경우가 많다.
우울병도 사회적 고립과 관련된 병인데, 스트레스로 인한 뇌 해마의 위축, 뇌내 신경전달물질로 기분에 관여되는 노로아드레날린이나 세로토닌 저하에 의한다고 여겨진다. 우울증을 가진 경우 역학적으로는 치매에 1.7배 걸리기 쉽다. 청력저하와 사회적 고립과 우울증은 서로 각기 뒤섞이며 뇌의 노화를 진척시킨다.
⑮ 사람을 상대로 한 게임을 즐겨라
트럼프 바둑 장기처럼 사람을 상대로 하는 게임이 뇌 노화방지에 효과적이다. 뇌를 단련하기에 적당한 게임은 △현실세계에서 남과 함께 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되고 △단순반복이 아니며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게임을 통해 상대방의 수(手)를 예측하고 그에 맞춰 자신의 수를 결정하려면 뇌 전두엽을 많이 써야 한다. 게임에 몰두해 머리를 쓰고 감정이 풍부해지면서 이기고 싶다는 의욕도 생겨나고 상대와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사회성도 높일 수 있다. 한국에서 흔한 ‘고스톱이 치매방지에 효과적’이라는 통설은 딱 맞는 듯하다.
반면 컴퓨터나 스마트폰 게임, 크로스워드 퍼즐 등 뇌 트레이닝을 내세운 혼자 하는 게임은 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같은 작업을 단순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뇌의 한정된 부분밖에 쓰지 않아 충분한 자극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희로애락을 공유하고 마음의 접촉을 통해 즐거움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뇌를 활성화한다.
⑯ 뇌 건강에는 ‘의욕’이 중요
뇌에는 의욕과 감정, 지적 활동의 기능이 모여 있는데 의욕은 뇌 전두엽, 감정은 전두연합야, 지능은 해마가 자리한 측두엽과 두정엽이 담당한다. 의욕이 움직이면 감정과 지능도 일하게 된다. 몸에 중요한 것이 혈관이라면 머리에 중요한 것은 의욕이다. 몸과 혈관이 건강하고 의욕이 가득하면 감정과 지능이 작동해 뇌도 건강해진다.
⑰ 뇌에 특효약 같은 음식은 없다
⑱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지 않는다
왼쪽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아밀로이드 PET영상. 뇌피질 부위에 아밀로이드β 침착으로 붉은 색(화살표)로 보인다. 정상인은 뇌피질 부위에 아밀로이드β 침착이 없다
치매 20년 전부터 잡아내는 검사
뇌수명을 늘린다는 것은 몸이 살아있는 동안 치매 발병이나 뇌의 쇠퇴로 인한 어려움을 가급적 미루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일단 치매에 걸렸더라도 더 이상의 악화를 막고 그 상황에서 가능한 대응을 해나가는 긍정적인 자세를 뜻하기도 한다.
아라이 박사는 준텐도(順天堂)대 의대를 정년퇴직한 뒤인 2019년부터 민간 클리닉으로 옮겨 회원제 치매 예방클럽을 운영 중이다. 알츠하이머 병의 주요원인으로 꼽히는 아밀로이트 β단백질을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회원들을 모아 실제 치료와 연구를 진행한다.
그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치매를 일으키기 20년 전부터 뇌에 쌓이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50대부터는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하고 있다. 매년 뇌 PET검사와 생활습관병 관리 등을 병행함으로써 치매 발병을 늦추거나 막는다는 것. 현재는 비용이 비싸지만 이같은 검사에 의료보험 적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한다.
한국도 일본도 치매 환자수는 65세부터 5년 단위로 근 두배로 늘어난다. 조기발견과 적절한 조치를 통해 각 개인의 발병을 5년 정도씩 늦출 수 있다면 단순계산으로는 그 연령층의 환자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국립의료원 중앙치매센터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치매관리비용은 18조 7198억 6000만 원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