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를 무척 좋아합니다. 어려서는 집에서 개를 키우자고 어머님을 귀찮게 한 적이 여러 번이었고 또 개를 사다가 키우다가 죽인 적도 있고 다 키워서 잡아먹은 적도 있습니다.
저는 개고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떻게 개고기를 먹느냐는 얘기도 있지만 개를 좋아하는 것과 개고기를 먹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양고기를 즐겨 먹는 사람들이 예쁜 새끼 양을 보고 그 양을 멀리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송아지를 보고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병아리도 귀엽고 오래 새끼도 귀엽지만 우리는 그것과는 상관없이 치킨이나 오리백숙을 즐겨 먹고 있습니다.
제가 먹어 본 고기 중에 제 입에 제일 맛있는 고기는 단연 개고기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개고기를 끊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것을 먼저 밝혀두고 싶습니다.
제가 개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요즘 시대에 집에서 개를 키우는 것은 하지 않습니다. 감당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개가 집안에서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제게는 용납이 안 되고, 또 그렇게 집에서 개를 키우는 것도 제가 받아들이기엔 좀 거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개를 좋아하지만 개를 키우지는 않습니다.
저는 개를 볼 때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개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가 늑대에서 왔다고 하는데 사람들의 부질없는 욕망 때문에 그 멋진 덩치가 작은 베개만큼 작아졌고 개의 사냥 본능은 다 사라지고 그저 주인에게 아양이나 떠는 애완용이 되어버린 것이 너무 안타깝기 때문입니다.
제게 개는 송아지만큼은 아니더라도 늑대의 반이라도 되는 덩치가 큰 개였으면 좋겠고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이 아닌 밖에서 큰 소리로 짖을 수 있는 그런 모습이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저는 그런 개가 아니면 키우고 싶지 않습니다.
요즘 개만도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인데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며칠 전에 티비를 보니, 어떤 사람이 버린 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차가 많이 다니는 큰 길에 작은 개 한 마리가 길가에 있다가 파란 색 작은 트럭만 지나면 기를 쓰고 뛰어서 쫒아가다가 다시 돌아와 자리를 지키기를 무려 40여일이나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개가 불쌍해서 개가 들어갈 수 있는 개집을 가져다 놓아주었는데도 개가 거기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 있다가 파란 작은 트럭만 보면 기를 쓰고 달려가는 모습이라 이를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봤고 먹을 것을 가져다주어도 눈길을 주지 않은 채 지나가는 트럭만 살피고 있었습니다.
비가 와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는데 그 개가 시간이 가면서 기진맥진하자 주변 사람들이 신고를 해서 그 개를 동물보호협회에서 데려가려고 왔는데 사람들이 오면 자리를 피하면서 그 개가 처음 있던 자리를 떠나지 않아 간신히 포획을 해서 병원에 데려갔다는 얘기가 진행이 되고 있었습니다.
마취제를 사용해서 개를 잡아다가 동물병원에서 목욕을 시키고 치료를 해줬는데 전혀 다른 개의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그 개를 데려온 사람에게 바짝 다가가 귀여운 짓을 하는 개를 보니 정말 뭉클했습니다.
그 개는 개를 키우던 사람이 어느 날 차를 타고 와서 버리고 갔다는 것입니다. 그 장면을 본 사람이 있어서 얘기가 전해졌고 치료를 받은 개는 누군가에게 분양이 돼서 키워질 거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사람이 사람과 사귀다가 헤어지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사랑했다가. 서로 좋아했다가 마음이 변할 수도 있고 또 감정이라는 것이 변해서 헤어지는 것은 삶에서 다반사일 겁니다.
그런데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양이는 주인이 버리고 사흘만 지나면 야생으로 돌아가서 더 신경을 쓸 일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개는 그렇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개는 자신을 키우던 주인을 쉽게 잊지 못하고, 또 자신이 버려졌다는 현실을 깨닫기가 무척 어려운 모양입니다. 그러니 키울 자신이 없으면 처음부터 키우지를 말아야지 키우다가 그렇게 버리면 그 버려진 개는 어떠하겠습니까?
‘짐승만도 못한 사람’ 얘기가 많지만 사람끼리의 문제는 사람이 해결할 수가 있어도 버려진 반려짐승은 주인의 변심을 전혀 알지 못하니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미국 영화 ‘토이스토리3’에 보면 주인에게 사랑을 받던 개가 버림을 받은 뒤에 포악한 성격으로 변한다는 얘기가 나오던데 실제 개들은 그런 복수심을 갖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서 더 쉽게 버려지는 것은 아니지 생각도 합니다.
잘 키울 자신이 없으면 반려짐승 키우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해보고 하기를 바랍니다. 저는 개고기는 먹어도 키우던 개를 버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회 영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