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섭 저 <<좋은 박물관, 위험한 박물관>>, 주류성, 2024.4
저자 김기섭 박사는 한국고대사를 전공했다. 그는 한성백제박물관의 관장을 마치고 경기도 도립박물관 관장으로 제직하다가 작년 연말에 퇴임하였다. 그는 이미 <<박물관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다. 또한 그는 <<21세기 한국고대사>>라는 전공 서적을 집필한 성실하고 적극적인 학자이다.
나는 이 책을 받고 이틀 만에 전부를 읽었다. 이 책에는 세계 각국의 박물관 현황을 소개하고 박물관이 수행햐는 임무를 전시해주는 사람의 견지에서 만이 아니라 이를 관람하는 사람의 견지에서 생각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점에서 그는 박물관이 과거의 지나간, 죽은 유물이나 유적을 모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적, 그리고 미래적 관점이 투영되어야 한다는 서술을 읽고, 나는 무릎을 쳤다. 이는 내가 주장하는 역사란 지나간 것의 정리나 해설이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의 역사에 연관될 때에 역사로서의 사명감이 있다는 나의 생각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미 한성백제박물관 관장으로 있을 때에 옛 백제를 끌어다 현재의 서울 시민에게 깊은 연관을 갖게하는 전시회와 학술행사를 여러 차례 개최하였고, 경기도 도립박물관장에 있을 때에는 ‘조선시대의 묘지석’이란 특별 전시회를 열어 지금은 없어진 묘지석 문화를 되살리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박물관 전시회에 대한 다양한 점을 저술하였는데 저자의 박물관학은 이미 한국이란 수준을 넘어 셰계적인 박물관학으로 확대되었음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곧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다음의 3부로 써졌다.
I. 선진국에는 왜 박물관이 많을까?
II. 대한민국에는 왜 박물관이 적을까?
III. 국공립박물관이 해야할 일
특히 제 2부에서는 한국사화의 고민 즉 문제점으로 능력주의 사회. 불평등, 사회갈등이란 항목을 들어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에피소드를 실어 그 실상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선진경제, 후진문화라는 제목으로 경제발전과 이에 걸맞는 문화발전이 따르지 못함을 천명하고 있다. 즉 이 부분은 한국사회의 모순, 병폐를, 고발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독자들께 드리는 글’이란 서문의 첫문단으로 나쁜 박물관이 있음을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 세상에는 나쁜 박물관이 꽤 있다. 사람들이 잘못한 일을 숨기고 덧칠하거나 분칠한 박물관, 손톱만한 공적을 대문짝만하게 만들어준 박물관, 근거없는 내용는 내용으로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어지럽히는 박물관, 핵심주제도, 메시지도 없이 횡설수설하는 박물관, 독선에 빠져서 사회변화를 무시하는 박물 등이 그렇다.”
이런 박물관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모든 현상이 역사, 사회와 현실, 지역주민과 연게되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 서술에서는 이런 나쁜 박물관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책 제목에서 '위험한 박물관'이 바로 나쁜 박물관은 아닌 듯 하다. 이 위험한 박물관에는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의 부속박물관인 유슈칸(遊就館)을 서술하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세계 2차대전시 참전한 일본군인의 위패가 안치되어 제사지내는 곳이다. 유슈칸에는 일본고대에서부터 최근의 전쟁사 자료를 전시한 박물관이다. 이에는 심한 역사왜곡을 서술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국수주의적 사회의식을 반영한 것을 상세히 논하고 있다. (155~167쪽)
우리는 박물관을 찾는 경우는 외국이나 다른 지방을 여행할 때 반드시 들리는 코스가 박물관 견학이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박물관은 우리의 문화생활과 깊은 연관을 가진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박물관에 대한 가이드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시면 많은 감명을 뿌듯이 받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첫댓글 저의 역사의식을 일깨워주신 정구복선생님께서 제 책을 읽어주시고 긍정적 서평을 써주시니 이보다 더한 감격은 없을 겁니다. 1986년 한국학대학원에서 수강한 선생님의 '한국사관론'은 일부 장면을 지금도 기억할 정도로 제게 큰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때 문화충격처럼 느꼈던 역사인식과 사고방식을 이후 자연스레 자주 곱씹었고 그렇게 해서 갖게 된 생각들 중 일부를 이 책에 간략히 담았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에 재삼 감사드립니다.(김기섭)
과분한 말씀입니다. 이 책은 읽기가 아주 쉽게 써져 있고, 많은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를 읽는 사람에게는 깊은 감명을 줄 것입니다.감사합니다.
김기섭관장의 역저 <<좋은 박물관 위험한 박물관>>을 소개한 낙암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많은 것을 깨우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에 대하여 크게 관심을 갖지 못한 수준에서 생활할 뿐만 아니라
박물관을 방문할 기회가 있더라도 별다른 문제 의식이 없거나 그저 모든 진열품이
단순한 "구경거리" 의 수준에서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섭선생의 저서는 그러한 일반적인 저급한 수준의 인식을 완전히 새롭게 변화시키는 위대한 기능을
발휘힌다는 점에서 참으로 놀라움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지금 댓글을 쓰는 나 스스로를 반성해보면 박물관에 대하여 너무나 인식이 부족하였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됩니다.
본인은 1970년대부터 파리 로마 런던의 박물관을 비롯하여 그 밖에 동서양의 박물관을 견학한 일이 있슴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임을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서적을 구하여 읽고 새로운 역사의식을 갖고
자합니다. 김기섭관장님과 낙암선생님의 글을 통하여 많은 것을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교헌
지 교수님의 댓글에 깊고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박물관 유물'이라는 말은 박물관이 현실과 떨어진 과거 이야기의 공간이지만, 한편으로는 검증된 지식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주는 듯 합니다. 그래서 올바른 박물관만 있는 줄 알았는데, 박물관의 유물에 더하여 전시,운영 등의 측면에서 좋은 박물관도 있고, 위험한, 나쁜 박물관이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읽는 내내 흥미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