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일전(心機一轉)
도반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제가 별 날이 아니고 오늘이 별 날이 아니건만 어제를 일러 임진년(壬辰年)이라 하고 오늘을 일러 계사년(癸巳年)이라 하지요. 그러니 어제와 다른 오늘의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 새해가 시작되는 이 맘 때면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죠. 이렇듯 새로운 각오로 시작할 때 우리는 심기일전(心機一轉)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어떤 계기로 지금까지의 생각을 확 바꾸는 것이 심기일전입니다. 새 해 아침에 찬란하게 떠오르는 저 붉은 해를 보고 모두 심기일전 하셨는지요? 임진왜란의 소용돌이 중심에 있었던 학봉 김성일 선생의 <학봉전집(鶴峯全集)>에 보면 어떨 때는 마음의 틀을 한 번 확 바꿔야 할 때도 있다는 글이 나옵니다.
「충의소격(忠義所激), 내 마음 속의 충심과 정의가 한 번 요동치게 만들면, 약가사강(弱可使强), 약한 나는 강한 나로 바뀌게 되고, 과가적중(寡可敵衆), 적은 수로도 많은 수를 대적할 수 있다. 지재일전이지간이(只在一轉移之間耳), 이것은 결국 마음을 한 번 바꿔 먹는 것에 달려 있는 것이다!」
한 일자에 바꿀 전자, 마음을 한 번 확 바꾼다면 이전에 약했던 나는 강한 나로 바뀔 수 있고, 어떤 어려운 역경도 모두 감당해 낼 수 있다는 학봉 김성일 선생의 이 말씀은 명언이 아닌가요?
도반 동지 여러분!
그리고 이 심기일전이라는 말은 고려 말의 선승(禪僧) 달공(達空)대사도 그 말을 했습니다. 달공이 일찍이 출가하여 중국을 거쳐 고려에 온 인도의 승려 지공(指空)에게 가르침을 받습니다. 그 후 탁발승이 되어 10여 년 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고행을 하였죠. 그러다가 용문(龍門)의 장공(藏公)을 만나 심중에 쌓인 의문점 등을 풀고 10여 년 만에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리고 저 유명한 나옹(懶翁)에게 일전어(一轉語 : 심기일전의 말)를 전함으로써 깨달음의 인가(印可)를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깨달음의 세계에서도 이처럼 심기일전을 하지 않으면 진리를 깨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수도(修道)하는 사람에게도 크게 위태한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심기일전을 하지 않으면 결국 퇴보하여 구렁에 빠지기 십상이죠. 그럼 어떠한 때가 심기일전 할 때인가요? 그것은 곧 모든 지혜가 열리는 때입니다. 그리고 사업하는 사람이 크게 위태한 때는 곧 모든 권리가 돌아오는 때인 것이죠.
그러니까 잘 나갈 때가 오히려 위기라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근기(根機)가 낮은 사람은 약간의 지혜가 생김으로써 큰 공부를 하는데 성의가 없어지고 작은 지혜에 만족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권리가 생김으로써 사욕(私慾)이 생기고 교만(驕慢)이 나게 되어 더 진전을 못하게 되는 것이죠. 이럴 때 심기일전 하여 크게 솟아오르지 못하면 수도나 사업을 막론하고 조롱박이 되고 마는 것은 불을 보듯 번한 일입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무릇 크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 심기일전을 통해 거목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 가지입니다. 인생이 꼭 장애물 경기와 같죠. 결손가정에서 가난하게 자란 난폭한 흑인소년이 있었습니다. 그가 열다섯 살 때 같은 또래의 백인소년을 칼로 찔렀습니다. 그러나 칼날은 소년의 허리띠 금속버클에 부딪치며 부러졌습니다. ‘그때 그가 금속버클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나는 교도소에 갔을 것이고, 또 그는 병원으로 갔거나 죽었겠지!’라는 생각이 들자 그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급한 성격 때문에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는 생각에 좌절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지속적인 관심과 무한한 사랑으로 자기를 감싸주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느 해, 그는 학급에서 1등상을 받았습니다. 이 일은 편견을 갖고 있던 백인 선생님을 분노케 했으며, 흑인소년이 1등을 하게 내버려 둔데 대하여 백인학생들은 공개적으로 질책을 당했습니다.
이 흑인소년은 이 날을 결코 잊을 수 없었습니다. ‘빌어먹을 놈의 세상! 열심히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어!’ 검둥이는 실력이 있어도 인정을 못 받는 사회를 원망하며 불량청소년들과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아들의 아픔을 지켜보던 어머니의 간곡한 격려로 심기일전합니다. 그리고 예일대학 의과대학에 들어가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고, 졸업한 후에는 유명한 존 홉킨즈 어린이센터에서 소아과 의사가 되었습니다. 이 흑인 소년이 바로 벤 카슨 박사입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장애물을 만납니다. 다만 성공하는 사람은 장애물을 발판 삼아 도약하고, 실패하는 사람은 장애물 때문에 좌절합니다. 차이는 이것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인생은 장애물 경기와 같습니다. 장애물은 반드시 뛰어 넘어야 하며, 다른 사람보다 앞서는 것이 장애물경기의 묘미이기도 합니다. 이 장애물을 디딤돌로 보고 뛰어넘는 것이 바로 심기일전 아닌지요?
도반 동지 여러분!
희망이 끊어진 사람은 육신은 살아 있으나 마음은 죽은 사람입니다. 살(殺) · 도(盜) · 음(淫)을 행한 악인이라도 심기일전만 하면 불보살이 될 수 있고 성공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이 끊어진 사람은 그 마음이 살아나기 전에는 어찌할 능력이 없죠. 바로 그 마음을 살려 내는 것이 심기일전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도반 동지 여러분!
다른 사람을 이기는 것이 힘이 센 것이 아닙니다.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 진정 힘이 센 사람 이지요. 이렇게 심기일전하여 자기를 능히 이기는 사람이 천하 사람이라도 능히 이길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어찌 절망스러운 상황이 없겠습니까? 우리 올해에는 저마다 심기일전하여 마음을 살려냅시다. 그리고 모두 큰 힘을 길러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어 가면 얼마나 좋을 까요!
(2013) 1월 8일 덕 산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