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 양구를 좋게 말하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불쾌하게 말하면 괜스레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보면, 태생은 타 지역 사람이지만 양구에서 거주한지도
5년이 지나니 거반(居半) 양구 사람인가 봅니다.
1년 전 양구 정중앙시네마가 개관되었지만, 영화관을 자주 찾는 것이
여러모로 쉽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설날을 맞으면서 봤으면 좋겠다는 영화중에 하나가 극한직업이었습니다.
마침 15세 이상인 영화이어서 예비 중학생인 딸아이와 함께 볼 수 있어서
재미있게 극한직업을 온가족이 보았습니다.
“불철주야 달리고 구르지만 실적은 바닥, 급기야 해체 위기를 맞는 마약반!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팀의 맏형 고반장은 국제 범죄조직의
국내 마약 밀반입 정황을 포착하고 장형사, 마형사, 영호, 재훈까지
4명의 팀원들과 함께 잠복 수사에 나섭니다.
마약반은 24시간 감시를 위해 범죄조직의 아지트 앞 치킨집을 인수해
위장 창업을 하게 되고, 뜻밖의 절대미각을 지닌 마형사의 숨은 재능으로
치킨집은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합니다.
수사는 뒷전, 치킨장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마약반에게
어느 날 마약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 이무배를 검거할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됩니다.“
극한직업을 보면서 들었던 느낌은 이 영화가 서민들에게 큰 시너지 역할을
감당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것은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소시민들에게
이 영화는 곳곳에 웃음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코믹 수사극이기 때문입니다.
해체위기의 5인방 마약반이 범죄조직을 검거하기 위하여 아지트 앞 치킨 집을 인수하여
수원왕갈비 치킨 집을 시작하는데, 본업인 형사 직을 수행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마약치킨은 맛 집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합니다.
졸지에 맛 집으로 성황을 이루는 치킨 집 덕분으로 5인방의 형사들은
공통적인 고민을 하게 되는데 바로 정체성 문제입니다.
“범인 검거가 본업인 형사인가? 아니면 치킨 집 운영자인가?”라는
웃지 못할 고민을 던지는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가 시사하는 두 가지 의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나는 영화 마약왕에 이어 마약에 대한 소재를 다루는 극한직업을 보며
웃음 장치를 통하여 우리사회에 만연한 마약중독의 심각성을 경고하려는
의도가 담겨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장사가 너무 잘되어서 고민인 5인방 형사들의 딜레마는
우리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이 심각하게 던져야 할 질문이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마치 임진왜란 때 왜군들에게 끌려가 일본 땅에서 살아가야 했던 전쟁 포로들 가운데
조선 도공의 혼을 가슴에 품고 살아갔던 심수관 일가를 일컬어 일본인
작가 시바 료타로의 평가 역시 극한직업에 나오는 형사들의 고민과 같은 맥락입니다.
"당신들 조선 도공의 후예들은 두 가지의 가슴, 두 가지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고,
하나는 선진 조선의 도예를 일본에 전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찬 조선인의
가슴이고 또 하나는 이 타국 땅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모든 것을 일본에 바쳐야
했던 일본인으로서의 가슴이라고" (사백년의 약속 부분 인용, 한수산 작가)
그리스도인은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인 동시에 영원한 본향인 하늘나라에
시민권을 가진 이중국적자인 셈입니다.
그러하기에 하늘의 부름을 받기 전까지, 바른 그리스도인의 삶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땅에서의 삶이 “소금과 빛의” 역할을 바르게 감당해야 하는
존재들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라는 정체성이 심중 깊은 곳에서 새록새록
솟아나는 이들이 많아지고, 또 삶으로 보여주는 신자들로 채워지는
조국교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은 지나친 사치일까요?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