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The Way」와 바보들의 결심 참소중한 당신 2017/1p24-28
진해경 안젤리카(브라질 성 김대건 본당신자)
영화「The Way」는 한때 할리우드의 반항아였던 에밀리오 에스 떼베스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했으며, 그의 아버지 마틴 쉰이 주연한 작품으로 숨 가쁜 일상에서 잠시 멈추어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그런 영화였다.
내용은 심플했다. 새로운 경험이나 모험보다는 안정적 생활을 추구하며, 나름대로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치과의사인 아버지 톰은 어느 날 프랑스 경찰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박사 과정을 그만두고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다며 긴 여행을 떠난 아들 다니엘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였다. 아들의 죽음을 슬퍼할 시간도 없이 톰은 아들의 시신과 유품을 거두기 위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프랑스로 떠난다.
유품을 정리하며 지난날 아들과 함께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던 아버지는 문득 아들은 왜 산티아고 순례 길에 오르려 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롬의 순례 여정은 그렇게 시작된다. 재가 되어버린 아들을 박스에 담아 유품인 아들의 배낭을 메고 떠나는 순례 길. 그는 다니엘이 멈추어 섰을 법한 장소에 이르면 박스에 담아온 재를 조금씩 땅에 뿌리는 의식을 행하며 묵묵히 길을 걷는다.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기보다는 아들은 왜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걷고자 했는지 느껴보고자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는 아버지 톰의 모습은 ‘나는 왜 그토록 산티아고엘 가고자 하는지’를 질문하게 했다.
그런 가운데, 산티아고에 온 목적은 서로 다르지만 함께 걷게 되는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과 함께하는 동안 부딪힘이 있긴 하지만, 각자가 안고 있던 고통으로 닫혀 있던 마음은 조금씩 열리게 되고, 아들을 잃은 깊은 슬픔 속에 갇혀 있었던 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웃음을 되찾아간다. 순례 여정이 끝날 즈음, 그는 아들이 여행을 떠나던 날 공항으로 데려다 주는 차 안에서 자신에게 던졌던 삶에 대한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깊은 내면에 가둬두고 애써 외면하고자 했던 바로 오랜 시간 잊고 있던 꿈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에 적응하며 꾹꾹 눌러 놓았던 꿈들을 새로운 삶 속에서 시도하게 되는 아버지 톰과 순례 길에 만난 친구들의 이야기.
영화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나 드라마틱한 클라이맥스도 없이 단조로운 모노톤으로 이어지는데, 영화 내내 내 안에서 꿈틀대는 뭔지 모를 뜨거움이 목까지 차올라 자꾸만 울컥거렸다. 외로운 듯 평화롭고 아름다운 산티아고 길을 배경으로 혼잣말하듯 잔잔하게 흐르는 닉 드레이크(Nick Drake)의 음악, 특히「핑크 문(Pink Moon)」은 절제 속에 깊게 묻어나는 고독이 더 강렬한 여운을 남기며 그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영화 속에서 나의 시선을 강하게 끌었던 부분은 바로 톰의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순례를 통해 자신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영감이나 변화를 얻고자 했지만, 순례가 끝났음에도 그들이 원했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담배를 끊고자 했던 사라는 여전히 줄담배를 피워 댔고, 글의 영감을 얻고자했던 작가 잭은 여전히 갈등과 혼돈 속에 있었으며, 살을 빼고자 했던 요세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커다란 배를 떠안고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간절히 이루고자 원했던 목표는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달라져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각자 원했던 목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수용할 줄 알게 되었다.(너그러워지다.) 변화는 그들의 내면에서 이뤄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떠나는 건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며 나도 그들처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며 자유로워지고 싶은 간절함이 나의 온몸을 타고 올랐다.
하지만, 욕심 많은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는 연습을 하기보다는 ‘어제 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길 꿈꾼다. ‘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현실 속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이지도 않고 피상적이다. 시간이 없다고 끙끙대지만, 일찍 일어남에 게으르고, 건강을 걱정하며 운동을 하리라 다짐하지만 숨쉬기 운동이 전부고, 배움에 욕심을 부리지만 머리만 시끄럽게 어지럽히는 얄팍한 지식으로 끝날 뿐 삶의 변화로 일궈내는 실천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학에만 열심이고 습은 늘 더딘 제자리걸음의 반복.
나는 결심만 하는 바보이고 싶지 않다. 결심을 하기 위해 새해를 기다리는 바보는 더더욱 되고 싶지 않다. 그러면서도 새해가 다가오니 이번에는 정말이지 다를 거라며, 꼭 실천으로 옮길 거라며 야심 찬 계획 속에 결심이 야무지다. 작심삼일이라도 시도를 전혀 안 한 것보다는 낫지 않나. 한 해 동안 작심삼일만 제대로 해내도 30%는 성공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말이다. 새로 맞는 한 해는 달력의 숫자만 달라진 똑같은 일상이 아닌, 열정과 노력이 가득한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기를. 다짐 남발이 아닌 실천하며 경험한 성공과 실패 속에 느낀 배움으로 어우러진 컬러풀한 그림을 그리는 내가 되겠다고 조심스레 새끼손가락을 걸어본다.
* 모든 관계는 나에게 달려있다 (따뜻한 편지 2307)
미국 방위사업체 CEO 빌 스완스가 정리한 '책에서는 찾을 수 없는 비즈니스 규칙 33가지'에서 웨이터의 법칙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책의 내용 중에는 '당신에게는 친절하지만, 웨이터에게 무례한 사람은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다.'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서빙하던 웨이터가 실수로 그중 한 손님에게 와인을 쏟았습니다. 웨이터가 어쩔 줄 모르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옷을 버린 손님은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지금 미쳤어? 내가 누군지 알아? 여기 지배인 나오라고 해!"
이 사람과 동석한 사람은 브렌다 반스라는 의류 업계의 거물이었는데, 실수한 웨이터를 대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보고 당장 거래를 취소했습니다.
IT기업 대표인 데이브 굴드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업무차 만난 상대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아침에 바빠서 샤워를 못 했는데 잘됐네요. 괜찮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실수한 웨이터를 웃음으로 용서하는 걸 보고는 데이브 굴드는 그 자리에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그 사람의 품격을 제대로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품격이란 사람의 됨됨이와 기본바탕을 타고난 성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멋진 인생은 좋은 인품과 품격을 갖출 때 비로소 이뤄질 수 있습니다.
# 오늘의 명언
꽃에 향기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품격이 있다.
그러나, 신선하지 못한 향기가 있듯 사람도 마음이 밝지 못하면 자신의 품격을 지키기 어렵다. 썩은 백합꽃은 잡초보다 그 냄새가 고약한 법이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