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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양철북 출판사 원문보기 글쓴이: 마실가
멈출 수 없는 사람들
- 아프리카를 향한 발걸음 -
이용주 글
출간 2020년 4월 13일|판형 140×205|제본 무선|256쪽|13,000원
분야 > 청소년 > 에세이, 인문사회 / 에세이 > 한국에세이
ISBN 978-89-6372-312-9 03810
아프리카 긴급구호의 현장에서 희망을 만든 사람들
그들의 사명은 바로 “Never Stop! Never Die!”
물을 찾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난 이들이 있다. 무엇이 그들을 낯선 땅으로 떠나게 했을까?
평범한 마도로스였던 이용주는 일을 그만두고 무작정 떠난 아프리카에서 질병과 굶주림으로 죽어 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물 한 방울을 찾기 위해 섭씨 60도가 넘는 한낮에 일곱 시간이나 걸어가야 하는 사람들의 눈빛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는 뜻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식수 전문 국제구호 단체인 팀앤팀을 만들어 아프리카에서 긴급구호 활동을 시작했다.
이 책은 이용주와 팀앤팀이 유엔이 ‘지구상에서 인간이 살기에 가장 힘들고 어려운 땅’이라고 한 남수단에서 펼친 긴급구호 활동을 담은 것이다. 2002년 준비부터 2006년 남수단 마을에 물이 들어가기까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어떻게 해낼 수 있게 되었는지, 사진 자료와 함께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숨 쉬기도 힘든 한낮의 더위와 말라리아, 길을 막는 국경 수비대와 자동차 전복 사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현장에서도 그들은 멈추지 않고 달렸다. 일상이 무너진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사력을 다해야만 했다. 목숨을 걸 만큼 고단하고 험난한 길이었지만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루어 낸 ‘연대’는 고귀한 희망으로 빛을 발한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했기에 가능한 연대의 기록이다. 국가와 인종을 넘어 지구촌 사회에서 일하고 싶은 이들에게 먼저 그 길을 가고 있는 선배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 저자 소개
이용주
한국해양대학교 기관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원유 수송선 기관장으로 일하다가 팀앤팀에 합류해서 20년 동안 북한과 아프리카 식수 개발 현장에서 긴급구호를 이끌었다. 이 책은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그의 첫 발걸음을 기록한 것이다.
2018년, 2019년에는 케냐국립과학기술농업대학(JKUAT)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지금은 해운 분야 컨설턴트로 일하며 한동대학교 국제개발협력대학원 객원교수로 있다. 코이카와 외교통상부 식수 분야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가족으로는 아내 김태연 씨와 딸 단비, 재민 부부가 있다. 《사랑, 그 놀라운 생명》 《1퍼센트의 희망이라도》를 썼다.
▒ 차례
여는 글
1장 고통받는 아프리카
잊힌 사람들/ 난민촌의 여성 가장 로즈/ 너희는 전사로 와 있다!/ “정말 운이 좋았어요!”/ 안과 의사 이데와를 만나다/ 아! 나둥아 마을/ 물! 물! 물!
2장 0.1%의 가능성이라도
다시 찾은 나둥아 마을/ 남부 수단이 손짓하다/ “See you again! Safe journey!”/ 보마 마을의 무를레 부족/ 0.1%의 가능성이라도!/ 남미에서 온 신부님들/ 진흙탕에 빠진 비행기/ 다시 나이로비로
3장 하보나! 하보나!
토목 전문가와 함께/ 샘을 찾아라/ 하보나! 하보나!/ 에버하르트 박사/ 참다운 생명/ 곧 다시 만납시다!
4장 지구촌의 양심
보마, 설계도에 담기다!/ 이라크를 살려라/ 유엔 긴급구호 시스템/ 지구촌의 양심 조디 윌리엄스/ 이라크의 아픔 고故 김선일 씨/ 수단 주재 한국 대사관/ 드디어 길이 열렸다/ 성철이의 마지막 선물/ 무기한 연기라니!/ 또 하나의 가족, 스웨덴 NGO/ 살아 있다니 정말 고맙다!/ 투르카나의 어머니
5장 먼 길을 돌아 수단으로
해남 땅끝에서 임진각까지/ 자, 아프리카로!/ 살아서 돌아와!/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 메를린병원의 길마/ 계곡에 빠진 트럭/ 산 넘어 산
6장 시련과 위험
검은 뱀 두 마리/ 총각 가슴 홀린(?) 총각/ 고된 노동에 지쳐 가는 마을 청년들/ 술 취한 국경 수비대/ 아빠가 죽는다면?/ 사라진 마틴/ 창고 열쇠/ 포크레인 컨테이너
7장 한 방울의 물을 위하여
포크레인의 기적/ 땡볕 감옥에 갇힌 소년/ 바바, 제미스, 산토/ 축구 시합/ 사람만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주인 잃은 옥수수 가루/ 슬픔을 남기고 떠난 존스톤
8장 Dream Became A Reality!
떠나는 사람들 남는 사람들/ 물이 없이는!/ 진리는 삶으로 말한다/ 지에 마을 원로들과 함께/ Dream Became A Reality!/ 귀환, 그리고 또 다른 준비
9장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못 돌아오면 제명이야!/ 토포사 부족 가까이에/ Never Stop! Never Die!/ 그들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 Father Lee! 파달 리!/ 이 세상의 아버지
▒ 책 속으로
2008년 5월 23일 아프리카 미래의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400여 명의 대학생들이 나이로비에 모여 청년지도자운동(SAM, Student Arise Movement)을 시작했다. 한국, 미국, 캐나다, 호주, 인도 등지에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다. 3일간 이어진 모임은 불같이 뜨거웠고, 아프리카의 변화를 원하는 청년들의 가슴은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하지만 이 모임이 끝난 직후 팀앤팀 현장을 찾아가던 청년 세 명이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났다. 너무도 고통스러운 내 마음을 추스를 수 없어서 지난 일들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 책이 되었다. (7〜8쪽, 여는 글)
우리 가족은 1년 전 이곳 동아프리카를 찾아왔다. 무엇이든 도움의 손길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찾아왔지만 이 거대한 재난의 불구덩이 앞에서 할 말을 잊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가이드로 동행한 투르카나 친구 피터가 말했다.
“결혼 허가를 받으러 고향에 갔더니 온 마을이 텅 비어 있었어요. 물을 찾아 마을 전체가 이동한 겁니다. 부모님을 찾을 길이 없습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수백 마리의 소 떼, 양 떼, 심지어 낙타 시체들이 벌판 곳곳에 끝도 없이 널려서 이 땅이 겪고 있는 처절한 상황을 말해 주고 있었다. 적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 투르카나 전 지역은 불로 달구어진 용광로처럼 이글거리며 타고 있었다. (16〜17쪽, 잊힌 사람들)
“먹을 물만 있어도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임산부조차 섭씨 60도의 뙤약볕 아래, 20리터짜리 물통을 이고 매일 일곱 시간을 걸어 물을 길어 와야 해요. 도중에 쓰러진 산모와 아이가 죽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어떻게든 우리를 살려 주세요!”
“수천 마리의 가축 떼들이 물이 없어 죽어 가고 있어요.”
“말라리아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당하고 있어요. 특히 아이들이 많이 죽어 가고 있습니다. 모기장을 주실 수 있나요?”
“장티푸스로 죽어 가는 사람들을 위해 예방접종이 절실합니다!”
이 모든 하소연의 핵심은 식수 부족이었다.
해마다 11월 말에서 이듬해 3월 말까지 이어지는 건기에, 주민들은 썩은 물조차 구할 수 없다. 마을 여자들의 하루 일과는 걸어서 왕복 7시간 거리에 있는 이웃 마을 냐트에 가서 20리터 물 한 동이를 구해 오는 것이다. (55쪽, 보마 마을의 무를레 부족)
저수지를 만들겠다는 내 계획은 무모한 이야기였지만, 마을 원로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며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가능한 일입니까?”
“우리는 이제 살 수 있는 것입니까?”
순식간에 절망의 분위기가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마치 이미 프로젝트가 완성된 것 같은 기쁨이 넘치기 시작했다. 이때 중년의 지도자 한 사람이 날카로운 태도로 질문했다.
“예전에도 산에 있는 샘에서 물을 공급하겠다고 다녀간 외국인이 있었습니다. 많이 기대했는데, 그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고 저희는 실망만 하고 말았습니다. 당신들도 다시 찾아오지 않는 것 아닙니까?”
“…….”
일순간, 좌중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지금 비로소 깨달은 것은, 먼저 다녀간 그분들의 간절한 바람이 우리를 이곳으로 불렀다는 사실입니다. 개울은 여러분 것입니다. 물이 필요한 사람도 여러분입니다. 따라서 이 일은 여러분의 일입니다. 저희는 돕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이 일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고 기술자를 찾기 시작할 것입니다. 앞으로 수많은 어려움이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어쩌면 우리 역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구경만 하신다면, 우리 역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겁니다. 이 일의 주인은 여러분입니다.” (58쪽, 60 0.1%의 가능성이라도)
서서히 전반적인 사업 계획서가 완성되어 갔다. 그런데 가장 난감한 것이 물자를 운반하는 일이었다. 많은 물자와 장비를 서울과 나이로비에서 보마까지 옮겨야 했다. 계곡에서 마을까지 연결할 파이프와 물탱크를 나이로비에서 수송하는 데, 최소 15톤 트럭 다섯 대는 필요할 것 같았다. 12월 초 도로가 건조해지는 즉시 물자가 들어가서 이듬해 우기가 시작되는 3월 중순에 공사가 끝나야 한다. 필요한 때에 우리 기술팀들을 실어다 줄 경비행기를 찾는 것도 사업 성공에 중요한 관건이었다. 공사 중 말라리아나 장티푸스에 감염되는 팀원을 긴급하게 수송하는 일은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무엇보다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역이라는 게 가장 불안했다. 만약 트럭 한 대라도 수단 국경 안에서 고장이 나면 공사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 트럭을 구해 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103쪽, 보마 설계도에 담기다)
프란시스 의원이 주민을 대표해서 감격 속에 축사를 했다.
“우리는 오랜 전쟁으로 죽어 가고 있었습니다. 팀앤팀이 누구인지도 몰랐지만, 한 가닥 희망을 안고 도움을 부탁했습니다. 그때 이들은 산속의 물을 끌어와서 마을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로부터 4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점차 우리 기대가 사라져 갈 즈음 이들이 돌아왔습니다. 오늘 저는 제 손으로 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샘물을 받아 마셨습니다. 이들은 처음에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그 꿈이 현실로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저는 이것이 바로 팀앤팀이 가지고 있는 믿음의 힘이라 생각합니다. Dream became a reality!”
프란시스 의원의 메시지는 짧았지만 감동적이었다.
처음에 우리는 꿈을 꾸었다. 사실 현실성이 없는 계획이었지만 죽어 가는 사람들을 내버려 둘 수 없었다. 팀앤팀 내부에서도 걱정하는 시선들이 더 많았다. 성공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 꿈이 현실에서 이루어져서 목마른 사람들의 눈앞에, 깨끗한 물이 생명수가 되어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은 이제 건기가 와도 에티오피아 난민촌으로 피난 가지 않아도 된다.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25〜226쪽, Dream became a reality!)
▒ 출판사 서평
절망의 현장에서 희망을 만들어 낸 ‘연대’의 기록
37년 동안 이어진 내전과 60년 만에 찾아온 가뭄으로 모든 물이 말라 버린 땅, 유엔이 ‘지구상에서 인간이 살기에 가장 힘들고 어려운 땅’이라고 한 남수단. 그 두렵고 막막한 땅으로 떠난 사람들이 있다. 저자 이용주와 팀앤팀 사람들이다.
이용주는 원유를 나르는 배의 기관장이었다. 10년 남짓 바다에서 보내다가 잘 다니던 미국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와 열세 살 딸과 함께 아프리카로 떠났고 그곳에서 20년을 살다 지난 겨울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학창 시절 누군가의 도움으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고, 그때 받은 도움을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은 마음을 평생 품고 살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믿음을 삶으로 실천하고 싶었다. “이웃과 더불어 웃고 울지 못하는 진리는 죽은 것이어서 세상을 구할 수 없다. …자신이 머무는 그곳에서 믿음으로, 삶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책 곳곳에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신에게 기도하며 길을 찾아가는 그를 만날 수 있다.
이용주는 고통당하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가던 길을 멈추고 새로운 길을 찾아 아프리카로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이 ‘물’이란 것을 알았고,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과 함께 1999년에 동아프리카에서 식수 전문 국제구호 개발단체인 팀앤팀을 만들어 대륙의 동서를 횡단하며 긴급구호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 책에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남수단 보마 마을의 식수를 개발하는 현장 모습이 마치 일지를 보는 듯 생생하게 담겨 있다.
나는 저수지를 만들어 본 적도, 만드는 것을 본 적도 없다. 그런 내가 아무 구체적인 대책도 없이 목마른 이들 앞에서, 지팡이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비록 당시엔 실현 가능성이 없는 황당한 생각이었지만,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 꿈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싶었다.
“0.1%의 실현 가능성만 있어도 시도해 보아야 한다.”
한국에서 나이로비, 나이로비에서 보마까지 1,500km의 멀고 험한 길을 포크레인과 중장비를 옮기는 과정에서 차가 뒤집어지고 국경 수비대에 물건을 빼앗긴 채 오도가도 못 하는 상황까지, 온갖 죽을 고비를 넘어야만 했다. 하지만 아무도 멈추지 않았고, 결국 5만 여 명의 보마 주민들이 24시간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것은 단순한 물이 아니었다. 절망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프리카 사람들과 함께 기적 같은 일을 해냈고, 그것이 그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되었다. 그와 팀앤팀 사람들은 구호물자가 아니라 희망을 주고 싶었고, 희망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냈다. 팀앤팀이 떠나기 전 환송회 자리에서 보마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오늘 저는 제 손으로 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샘물을 받아 마셨습니다. 이들은 처음에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그 꿈이 현실로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저는 이것이 바로 팀앤팀이 가지고 있는 믿음의 힘이라 생각합니다. Dream became a reality!”라고 말했다. 그리고 절망에 빠져 있는 아프리카 국회의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도전 정신을 심어 줄 것이라고 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이루어 낸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진정한 자립을 위한 이용주와 팀앤팀의 노력은 아프리카 청년들과 함께하는 청년지도자운동(SAM, Student Arise Movement)으로 이어졌다. 20년 동안 살던 아프리카를 떠나온 것도 아프리카의 SAM 운동이 하나의 공동체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었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몇 사람의 순수한 꿈이 끊임없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는 발판이 된 것이다.
혼자라면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함께했기에 가능했다. 함께라면 어떤 고난도 견뎌 낼 수 있고, 기적 같은 일도 해낼 수 있다.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진리다.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 간절한 메시지일 수밖에 없다. 함께했기에 절망을 넘어 희망을 이룬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 우리의 고난도 무사히 넘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