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81>
류머티즘관절염 · 신경통 · 수족마비 - 으아리(威靈仙)
류머티즘관절염은 관절낭 안쪽을 싸고 있는 윤활막 조직의 지속적인 염증으로 관절 손상과 뼈 침식을 일으켜 변형과 기능장애를 유발하는 자가면역성 질환이다. 특히 과도한 움직임과 반복적인 마찰이 있는 작은 관절(손발가락)에 열과 염증이 만성화 되면서 차차 무릎, 발목, 어깨, 팔꿈치에 이르는 움직임이 큰 관절에서도 부종, 종창, 결절(융기)이 발생하거나 굳고 휘면서 통증이 극심해지는 질환이다. 현대의학은 이 질환의 양상과 기전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찰이 이루어졌으나 근본 원인에 관한 이해와 치료법은 밝히지 못한 채 통상적 증상완화 수준에 머물러있다.
류머티즘관절염을 한의학에서는 역절풍(歷節風), 유풍습성(類風濕性)관절염, 통풍(痛風), 통비(痛痺) 등의 범주로 본다. 역절풍은 예컨대 간 신이 부족하여 항병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풍(風)한(寒)습(濕)의 사기가 경락을 따라 뼈마디에 오래 울체됨으로써 관절이 붉게 부어오르고 통증이 극렬하며 굴신이 어려운 것을 특징으로 한다. 몸 안의 수분의 정체가 외부의 찬 기운과 상박하면 순환장애를 일으켜 특정 부위에 염증반응이 나타나고 계속 진행되면 담음(痰飮)으로 변한다. 담음이란 인체의 수액대사 중에 생기는 병리적인 산물을 말한다. 이것이 습담 한담 열담 조담 풍담을 낳고, 담핵 영류 수족마비 경련 사지통증을 유발하며, 징가 적취 현벽처럼 종괴가 형성되는 병기로 발전한다.
따라서 관절염을 포함한 만성병의 치료는 기혈의 원천이 부족하거나 담음에 의해 진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여 발생된 여러 원인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류머티즘관절염의 한약치료는 먼저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히고, 혈액과 진액을 맑혀 담을 없애며(化痰), 맺힌 경락을 풀어 통증을 경감하고, 이뇨하여 쌓인 노폐물(水濕)을 배출시키는가 하면, 기혈을 도와 원기를 충족함으로써(補元) 전신 면역력을 바로잡아주어야 한다.
고방의 대강활탕(大羌活湯, 강활 승마 독활 창출 방기 위령선 백출 당귀 복령 택사 감초), 령선제통음(靈仙除痛飮, 마황 작약 방풍 형개 강활 독활 위령선 백지 창출 황금 지실 길경 갈근 천궁 승마 감초 당귀)은 오늘의 류머티즘관절염이나 신경통에 대응하는 방제이다. 이를 가감한 <강활, 우슬, 의이인, 황기, 인동등, 대계, 황금 각 3. 위령선, 창출, 천궁, 목과, 독활, 상기생 각 2, 방기, 방풍, 당귀, 지실, 택사 감초 각 1>은 병이 깊어져 장복이 필요한 경우 대량의 탕약이나 환약을 고려한 필자의 방제이다. 이 처방으로 얻을 수 있는 연결효과는 항히스타민, 항산화, 항종양, 면역능 향상, 조혈, 정혈, 고요산혈증 수치 감소, 말초순환 개선, 혈압 강하, 근육 이완 및 장력 강화, 관절부종 완화, 허약 개선, 진정, 해열, 궤양 수복 등이다. 여기서 위령선은 중등도의 비율로도 오장과 12경락을 선통(宣通)하여 뱃속의 냉기를 흩고 심격에 담이 오래 누적되었거나 기가 뭉쳤거나 방광에 염증성 체액의 정체가 있는 것을 잘 다스린다.
약초 위령선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만경식물인 참으아리, 으아리 및 동속 근연식물(큰꽃으아리, 외대으아리, 사위질빵, 할미밀망, 국화으아리 등)의 뿌리를 건조한 것이다. 성미는 맵고 짜고 따뜻하며, 폐·방광경으로 들어간다. <본초강목>에 이르기를 ‘위(威)라는 것은 그 성이 맹렬함을 말하는 것이며 영선(靈仙)이라는 것은 신효(神效)함을 말한 것이다’하였다. 또 이 약은 ‘주찬력(走竄力)이 강하다’ 하였는데, 숨을 찬(竄)은 구멍 혈(穴)과 쥐 서(鼠)가 합쳐진 회의자로 ‘찬통(竄痛)’은 통증이 한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쥐가 구멍을 드나들 듯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한의학에서 풍은 바람처럼 잘 움직이고 자주 변한다는 인식이 있는바 역시 풍기를 없애 습이 쌓이거나 담음이 정체하는 증, 혈이 응결되고 기가 체하는 증을 헤쳐 환부의 습, 열, 체, 담, 통을 잘 해소한다.
고전적인 약작용도 거풍습(去風濕), 통경락(通經絡), 지통(止痛)으로, 류머티즘관절염을 비롯하여 반신불수, 척추염, 근강직증, 골절상, 굴신불리, 사지구급, 요슬냉통, 요척통, 풍한습비 등 모든 풍증을 치료한다 하였다. 위령선은 약리실험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의 활성을 억제하며 연골세포의 사멸 억제능을 보였다. 선암 세포주에 위령선의 사포닌을 처리했을 때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효능이 있으며, 간독성을 현저하게 낮추어 간보호작용도 확인되었다. 다만 작용력이 맹렬하여 과량을 쓰거나 장복하면 기혈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허약하거나 허열이 있는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
한방 약물치료의 특징은 병의 원인과 성격, 병정의 심천에 따라 의가마다 처방의 내용이 다양하다. 병리적 원인과 뿌리, 그에 부합하는 약물들의 조합, 합당한 비율, 치유기간을 설정한 분량 등에서 개별적 지식과 경험과 직관이 크게 작용하는 이유이다. 암, 자가면역, 혈액병, 당뇨, 아토피 등 고치기 어렵거나 앓은 지 오래된 병들은 천연물 유래의 한약치료를 비롯하여 일상의 음식, 운동, 정신안정 같은 생활치료로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으아리
사위질빵
큰꽃으아리
할미밀망
위령선(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