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고압 송전철탑 건설에 반대하다 분신해 숨진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보라마을 주민 이치우 씨 사건과 관련, 주민들을 비롯한 전국 90여 개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분신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대책위는 송전탑 건설 백지화와 신고리 원전 건설 중단 기치를 분명히 했고, 그 열기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765kV 송전탑 반대 고(故)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는 1일 오후 밀양시 내일동 밀양관아 앞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주민들과 문규현 신부, 강기갑·권영길·조경태 국회의원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대책위는 송전탑과 원전 반대 의지를 확고히 하는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상 문제는 핵심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들은 출범 선언문을 통해 "LS전선을 포함해 우리나라 초전도 케이블 기술력은 전기 저항을 거의 제로 상태에서 손실 없이 전기를 송전시킬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에 와 있다"며 "송전탑은 신고리 핵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송전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이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그 위험성이 만천하에 노출된 핵발전이야말로 오늘날 이 송전탑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밝혔다.
1일 밀양시 밀양관아 앞에서 765kv 송전탑 반대 고 이치우 열사 분신 대책위원회가 출범식을 열었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국회의원들과 주민들이 정부와 한전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일호 기자 |
우일식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서울 등 대도시에서 전기를 무분별하게 낭비하도록 정부 정책이 유도 하고 있다. 송전탑과 원전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대기업이 짓고, 김중겸 한전 사장은 현대건설 사장을 맡았던 인물이다"며 "대기업과 대도시만을 위한 송전탑임이 드러나고 있다. 정말 사람을 위한 전기라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언 시간에 상동면 김영자 씨는 "물도 산도 좋고, 아름다운 곳이다. 외국에는 철탑이 산으로 가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데, 정말 분통 터진다"고 말했다.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대책위 상임대표인 권영길 의원은 "MB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치로 이치우 열사는 자신의 몸을 던졌다"며 "정부와 한전의 횡포에 의해 살해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승수 녹색당 창준위 사무처장은 "국가의 기본 의무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인데, 지금은 힘없는 사람을 짓밟고 힘 있는 사람을 옹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책위에는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전국 시민단체, 종교계, 정치인이 함께한다. 권영길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조경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만우 태고종 종무원장 스님, 조성제 밀양 너른마당 이사장 신부가 상임대표를, 강기갑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영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박경조 녹색연합 공동대표, 하승수 녹색당 창준위 사무처장, 차윤재 핵발전소확산반대 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 김익중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동국대 교수), 김준한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는다.
문규현 신부가 상임고문, 안병구 변호사와 조해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고문이다. 김영기 도의원, 손진곤 밀양시의회 의장, 박필호·문정선 시의원, 이태권 민주통합당 밀양시위원장은 자문위원이다.
1일 밀양시 밀양관아 앞에서 765kv 송전탑 반대 고 이치우 열사 분신 대책위원회가 출범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국회의원들과 주민들이 출범식을 마친 후 정부와 한전, 엄용수 시장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며 밀양관아를 출발해 시청으로 행진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
앞으로 대책위는 경남뿐 아니라 서울, 부산, 울산, 강원도 삼척, 전남 영광, 경북 포항·영덕 등 150개 단체가 참여하는 규모로 확대된다. 철탑 예정지에서 한전과 용역업체, 주민들의 충돌로 빚어진 주민 130여 명에 대한 고소·고발 건에 대해선 대책위가 자체적으로 서면과 영상을 통해 피해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아울러 오는 6~7일 한전 김중겸 사장과 지경부 홍석우 장관 등이 밀양을 방문하는데, 정확한 시간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대책위는 전했다.
출범식 이후 참석자들은 밀양관아에서 출발해 이치우 씨 분향소가 있는 밀양시청 앞까지 약 2㎞ 거리를 행진했다. 한편, 출범식을 시작하면서 한국전력 관계자들이 밀양관아 인근 건물 옥상에서 사진을 찍다 주민들에게 발각돼 한차례 몸싸움과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