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하다’는 ‘끝을 맺다’의 뜻으로 쓰입니다. 무슨 일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맺음이 있는 것이 세상의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몇 달 안 남았습니다. 대통령도 자기의 임기 안에 모든 일들을 잘 마무리하고 싶을 겁니다. 시간이 무척 빨리 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직 미련이 많이 남은 아쉬움도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어쨌든 간에 자기 임기 안에 벌려 놓은 일은 이제 모두 마무리를 해야 할 시점인데 여기저기 관여하지 않아도 좋을 일에 괜히 얼굴을 내밀어 빈축을 사고 있나 봅니다. 공직자는 정말 마무리를 잘해야 모든 것이 다 좋게 보일 것인데 스스로 그것을 허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울산 태화강역에서 열린 ‘동남권 4개 철도 건설사업 개통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찾은 건 지난달 24일 경남 합천댐 수상 태양광 발전 현장 방문 이후 한 달 만이자 올해 들어 8번째다. 문 대통령이 대선을 불과 70여일 앞둔 시점에 보수 성향이 강한 부울경을 재차 방문한 것을 두고 PK(부산·경남) 민심을 의식한 선거용 행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는 “동남권 메가시티 독려를 위한 방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019년 제안한 구상으로, 부울경을 단일 생활권으로 묶어 수도권에 버금가는 규모로 키우는 게 골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울산 태화강역~부산 일광역 구간의 광역 전철을 시승한 뒤 “저는 동남권 주민이고, 또 곧 다시 동남권으로 돌아와 생활할 사람이기 때문에 정말 감회가 깊다”며 “울산에서 부산까지 전철로 가게 됐다는 것이 참으로 꿈만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지낼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행사 내내 동남권 개발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030년 부산 엑스포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것이 되려면 가덕도신공항이 2029년에는 개통되는 게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덕도신공항과 함께 대구 통합공항의 조속한 건설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TK(대구·경북) 민심까지 고려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부울경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4·7 재보선을 41일 앞뒀던 지난 2월 25일에도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 명목으로 부산을 찾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가덕도신공항 부지를 둘러보고 조속한 완공을 주문했다. 선거 직전에 대통령이 지역 개발사업을 직접 챙기고 여당 지도부도 동행하자 야권에선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철도 개통식에는 국민의힘 소속 이헌승·박성민·정동만 의원이 참석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행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송철호 울산시장을 제외한 참석 단체장 대부분이 야당 인사였다는 점을 들어 “문 대통령이 지역균형개발을 위해 울산을 찾았을 뿐 다른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개통식에서 “교통망을 통해 동남권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잇는다면 인구 1000만명, 경제 규모 490조원의 메가시티가 될 것”이라며 “동남권 철도는 메가시티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동남권 4개 철도 건설사업은 동대구~영천, 영천~신경주, 신경주~태화강, 태화강~일광 142.2㎞ 구간 단선 비전철을 복선전철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이날 부산 일광역~울산 태화강역 구간이 개통되면서 1974년 수도권 광역전철 개통 이후 47년 만에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전철이 운행을 시작하게 됐다.>국민일보. 박세환 기자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 선거에 공정하기를 바라는 것은 국민들의 여망이겠지만 대통령 자신은 전혀 그럴 수가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을 지낸 뒤에 그 뒤가 좋았던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이 물러나는 대통령의 마음을 어둡게 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중립을 지키면 여당후보가 서운해 할 것이고, 여당 편을 들면 야당에서 반발할 것이니 그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빈축을 사다'는 말은 못마땅한 사람을 비난하거나 미워하는 표정을 가리키는데, 곧 누군가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못마땅하여 눈을 찡그리는 것이 빈(嚬)이고, 몸을 움츠리거나 얼굴을 쭈그리는 것은 축(蹙)인데 빈축을 사다, 산다로 쓰입니다.
<정부가 정권 말 정책 성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년도 업무계획에 지난 4년 반 동안 정책 성과를 부풀려 담는가 하면, 분야별 성과를 담은 홍보자료를 별도로 만들어 경쟁적으로 배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민의 피로감은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화자찬성’ 정책 홍보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각 부처는 지난 22일부터 지난 4년 반 동안의 주요 정책 성과와 내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공통 슬로건은 ‘국민과 함께 만든 변화, 끝까지 책임 다하는 정부’다. 이에 맞춰 부처들은 문재인정부 주요 정책 성과를 서술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내년 업무보고에서 “소재부품장비 위기 극복과 주력·신산업 육성으로 경제활력 회복을 견인했다”며 “2050 탄소중립으로 가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원전 정책 후폭풍과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 정책 실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지난 4년간 주택공급 확대, 실수요자 보호, 주거복지 강화를 3대 정책 기조로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2061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3.3㎡당 가격은 올해 11월 4309만원으로, 2248만원(109%) 올랐다.
지난 22일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이 발표한 업무계획에서도 소상공인과 코로나 피해 업종의 위기를 극복하고 신속한 회복을 지원한다는 내용, 농축산물과 공공요금 등 민생 물가의 안정적 관리 등 ‘당연한’ 얘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어차피 대선 이후 새 정부가 들어오면 그에 맞게 새롭게 업무계획을 짜야 하는데, 굳이 왜 지금 업무계획을 만들어 대대적으로 홍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분야별 각종 성과를 다룬 자화자찬성 홍보 자료도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매년 말 발표하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과 함께 ‘문재인정부 경제분야 36대 성과’ 자료를 이례적으로 함께 배포했다. 무려 233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다. 해당 책자에는 “주요국보다 양호하게 재정건전성을 유지했다”거나, “일자리 창출 기반 조성과 충격을 완화했다”는 내용들이 나열돼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자료집을 활용해 전달 노력을 강화해 주고, 특히 국민 관심이 높은 고용, 세제, 재정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각별한 홍보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에는 공과 과가 공존할 수밖에 없는데, 실패한 정책을 억지로 미화하는 과정에서 불신을 다시 키우는 형국”이라며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인정하고, 남은 임기 동안 개선하겠다고 밝히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국민일보. 신재희 기자
대통령과 정부가 일을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국민이 판단할 일입니다. 자기들이 아무리 열을 내서 자랑한다고 그게 잘한 일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국민들의 빈축을 살 일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