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하심이라
(요한복음 3:16)
계절은 네 개이며, 그래서 사계절이라고 합니다. 삼계절, 오계절이란 말은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의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면 삼계절, 오계절이란 말이 생길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모르겠지만, 사계절을 말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서로 말합니다. 봄부터 세는 것은 누가 시작했을까요?
반면에 겨울은 맨 마지막입니다. 그 이유는 겨울은 모든 것을 끝내는 폭군 같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을 단풍을 좋아하는 저는 겨울이 미웠습니다. 어느 날 악동처럼 갑자기
시베리아의 얼음 바람을 몰고와서 그 곱던 단풍을 흩어버리니 야속합니다. 겨울이 한바탕
난동을 부린 후에는 삭막함만 남습니다.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어 외출도 힘듭니다. 연약한
어르신들을 집에 가두는 것도 겨울입니다.
그런데 소리 없이 다가와 겨울이 끝낸 세상을 다시 시작하는 손님이 있습니다. 봄입니다.
봄은 얼어 붙었던 땅에서 새싹이 돋게 하고, 썰렁하던 겨울 세상은 봄이 입혀주는 옷을 입고
외출 준비를 합니다. 봄은 다 끝난 것 같은 생명들을 다시 시작하게 만듭니다. 겨울은
파괴하고, 봄은 다시 세웁니다. 그래서 겨울은 끝이고, 봄은 시작입니다. 계절의 시작을
봄에게 돌릴 이유가 충분합니다.
3월입니다. 3월은 봄의 첫 달이고, 시작의 달로 인식됩니다. 조무래기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도 3월입니다. 우리는 이 3월에 시작하게 하시고, 이어주시는 분을 만납니다.
정호승 시인은 <봄길>이란 시에서 끝난 길을 이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출처:정호승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길이 끝나는 곳에서 사람들은 멈춰 섭니다. '길이 없네'라며 돌아섭니다. 그런데 거기 새 길을
여는 사람, 스스로 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눈이 허리까지 쌓인 곳을 넘는 등산가들은
교대로 앞장을 섭니다. 맨 앞에서 길을 여는 것은 엄청난 체력을 요구합니다. 산에 익숙한
베테랑 산악인이 교대로 길을 여는 과제를 담당합니다. 다른 이들이 그의 발자국을 따라
걷습니다.
예수님이 그런 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길 없는 곳에 길을 내셨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은
죽음이란 괴물 앞에서 멈춥니다. 거긴 길이 없습니다. 길을 끊은 것은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
죄로 인해 하나님께 나아가는 예수그리스도 생명의 길은 끊어지고, 우리는 죽음과 멸망의
낭떠러지로 추락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맞은편으로 넘어가게 해주는 다리가 거기
있습니다.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건너편 영생의 나라로 가도록 길이
되셨습니다. 당신을 밟고 건너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가 바로 그 다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달리셔서 우리를 하나님께로
나아가도록 하셨습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험한 세상의 다리 되어, Bridge Over
Troubled Water>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 훨씬 전에, 예수님은 우리를 영원으로
이어주시는 다리, 길이 되셨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말할 수 없이 소중한 사랑입니다.
예수님은 정호승 시인의 표현처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은 분’입니다.
3월 5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예수님과 깊은 교제를 나누길 원합니다. 매 순간
예수님과 십자가를 묵상합시다. 히브리서 3장 1절은 "그러므로 함께 하늘의 부르심을
받은 거룩한 형제들아 우리가 믿는 도리의 사도이시며 대제사장이신 예수를 깊이 생각하라"
말씀합니다. 이번 사순절이 오직 예수님께 집중하는 특별한 시간이 되길 소원합니다.
- 김운성 목사님, 영락교회 발간 월간 ‘만남’ 25년 4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