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전기로 즐길 시간! 트로목스 미노
라이드매거진 편집부 입력 2022. 04. 13. 17:04
탈 것 관련 시장의 흐름이 빠르게 전기로 넘어가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오랜 시간 엔진이 탑재된 탈것들을 만들어 오던 역사와 전통의 제조사들이 저마다 탈 내연기관을 외치고 있고 새로운 내연기관의 연구 및 개발을 멈추고 있으며 심지어 몇 년 이후로는 내연기관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고 과감히 선언하고 있다. 물론 충전 인프라 등의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시장에서 도태되어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의 내연기관을 만들어오던 메이커들 이외에 전기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메이커들이 시장에 계속 소개되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들이 속속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말 그대로 전동화로 인한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로목스(Tromox) 역시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에서 시작된 전기모터사이클 전문 제조사다. 트로목스는 2019년 EICMA에서 미노(Mino)를 공개하며 등장한 신생 메이커로 현재 우코(UKKO)와 미노 2개 모델을 선보인 상태다. 단 두 개의 모델을 공개한 메이커의 결과물답지 않게 눈에 띄는 멋진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는데 감각이 뛰어난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와 함께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초기 모델에서는 다소 촌스럽거나 완성도가 낮은 제품을 선보이기 마련인데 트로목스는 최초 등장부터 눈에 띄고 완성도 높은 디자인의 모델을 선보이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두 모델의 디자인을 보면 알겠지만 실용성보다는 타는 재미, 즉 전기로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을 방향성으로 제품을 개발한 것임을 느낄 수 있다. 젊은 세대가 좋아할만한 디자인에 톡톡 튀는 컬러까지 비슷비슷한 모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전동화 시장에서 많은 차별화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사실 기존 내연기관에서 이런 스타일의 모터사이클은 다수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혼다의 MSX와 그롬이 있고 가와사키의 KSR, 베넬리의 TNT 등의 모델이 여기에 속하며 사람들은 이런 모델들을 스트리트 모터사이클이라는 장르로 부르며 작은 모델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즐겨왔다. 그래서 이런 소형 네이키드 스타일 모델들의 홍보 사진이나 영상들을 보면 윌리 등의 묘기를 하거나 도심에서 빠르고 즐겁게 말 그대로 재미를 위해 타는 모습들이 대부분이다.
미노 역시 외형 디자인을 보면 장거리의 이동수단이나 간단히 짐을 싣는 용도의 활용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랜 시간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기에는 편하지 않아 보이고 작은 짐도 실을 수 있는 공간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첫 인상 그대로 타면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은 바로 든다. 시트에 앉아보고 싶고 또 앞바퀴를 들썩이며 묘기에 도전해보고 싶고, 작은 체구를 이리저리 컨트롤 해 내가 원하는 것에 도전하고 싶은 도전의식이 절로 든다. 체구는 작지만 공격적으로 생긴 프론트 디자인과 전체적인 구조가 매끈한 도로 보다는 우당탕탕 달릴 수 있는 임도나 타고 넘을 수 있는 기물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특히나 작은 차체에 가벼운 무게는 미노를 어딘가에 싣고 이동해서 타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앞서 설명한 스트리트모터사이클들은 그래도 미노와 비교하면 차체의 크기가 조금 큰 편이라 픽업트럭의 짐칸이나 승합차의 공간 등을 이용해 이동하기도 하지만 미노는 그것보다 조금 더 작은 공간만 있다면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 특히나 건장한 성인 남성이라면 조금의 요령이나 경험만 있으면 차량 등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또한 엔진오일 등의 케미컬류가 탑재되어 있는 내연기관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눕혀서도 이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어딘가에 싣고서 멀리 이동하는 것도 좀 더 자유롭고 편리하다.
시트에 앉아 스로틀을 감아보면 바로바로 반응하는 즉각적인 느낌이 재미있다. 마치 빨리 자기를 가지고 즐겁게 놀아달라고 보채는 어린아이 같다고나 할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미노의 모터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에 대해서 궁금해 할 것인데 가장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50cc 엔진이 보여주는 정도의 약 3.3마력에 최고속도 50km/h라고 설명하는 것이 아무래도 익숙하다. 최고출력이 2.5kW라고 해도 아직 전기에 대한 수치가 잘 와 닿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차체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탈만한 수준의 달리기 성능이다. 물론 우리가 가장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125cc 급의 성능을 기대했다면 실망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내연기관과 비교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미노의 주행에 재미를 주는 요소가 있다. 바로 미노가 보여주는 토크가 무려 110Nm(약 1.0kg‧m)이란 사실인데 강력하다고 표현하긴 그렇지만 스로틀을 당겼을 때 초반 반응이 답답하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미노를 보여주는 홍보 영상이나 사진 등에서 역동적이 모습들이 보이는 것은 바로 이 토크값 때문으로 보인다. 바로 이 토크값 때문에 미노를 크기는 작지만 재미를 추구하는 펀바이크의 영역에 살짝 끼워 넣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한 번 충전으로 이동 가능한 주행거리가 정해지는 전기 모터사이클답게 사용자가 주행모드를 선택해서 탈 수 있는데 스포츠와 에코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 토크값을 높게 설정해서 재미있고 경쾌한 주행을 경험하고 싶으면 스포츠를 고르면 되겠지만 한참을 그렇게 놀다가 충전하는 곳까지 돌아가는 것이 걱정이 되면 그 때부터 에코 모드를 선택해 이동하면 된다. 즉 재미를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이동거리를 신경 쓸 것인지를 결정하면 된다는 의미다. 재미있는 것은 작지만 크루즈컨트롤 같은 기능까지 지원한다는 사실이다. 크기는 작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래도 필요한 것들은 다 들어가 있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트로목스가 전기에서 시작한 메이커지만 미노의 기계적인 구성은 오히려 내연기관의 그것과 비슷한 점들이 많다. 모터의 위치는 엔진의 위치와 비슷하고 휠로 힘을 전달하는 방식도 체인을 사용해 엔진이 돌아가는 내연기관의 모습과 공통점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막상 타보면 모터의 느낌과 내연기관의 느낌이 골고루 묻어난다. 주행감각이 비슷하다는 점은 내연기관의 펀바이크를 즐겨 타던 사람들에게 이질감이 덜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된다. 모터의 위치 뿐만 아니라 서스펜션이나 브레이크를 보면 전기모터사이클의 느낌 보다는 펀바이크의 분위기가 더 난다. 출생은 전기지만 마치 내연기관의 펀바이크를 닮고 싶어 하는 재미있는 구성이다. 실제로 타보면 분명 소리나 질감은 전기의 느낌이 나지만 주행 중 문득문득 내연기관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내연기관의 펀바이크를 타다가 옮겨가도 계속 재미있게 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전기모터사이클이니 다들 배터리에 관심이 높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삼성SDI의 18650 리튬이온 셀을 나란히 연결해 구성한 60V 31Ah 배터리팩이 장착된다. 이 배터리 팩은 분리가 가능한 방식이고 장착한 상태에서나 분리된 상태에서 충전이 가능하다. 충전과 관련된 포트는 시트 하단에 위치해 있다. 완전 방전된 상태에서 3시간 30분간 완충하면 에코모드 30km/h로 주행 시 최대 110km까지 주행할 수 있지만 스포츠 모드로 주행하면 아무래도 주행거리는 짧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배터리의 잔량은 계기판과 배터리에서도 직접 확인이 가능하다.
삼성SDI의 배터리 셀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보면 눈치 챌 수 있겠지만 트로목스의 미노는 비싸고 좋은 부품을 사용한 흔적들이 많다. 아마도 트로목스가 선보인 첫 번째 모델이라 아마도 그럴 수 있겠지만 중국산 메이커들이 무조건 가격대 성능비로만 시장에서 평가받고 또한 고만고만한 자기네들 끼리 가격을 가지고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트로목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가격보다는 질적인 부분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 싶다. 흐름이 전기로 바뀐 모빌리티 시장에서 생각보다 많은 메이커들이 생겨나고 또 적지 않게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마도 트로목스가 모르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스마트키 같은 편리한 기능들도 옵션이 아닌 기본으로 제공하고 여러 가지 구성들이 가성비 보다는 오히려 성능과 품질에 맞춰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LCD 계기판이나 LED 헤드라이트와 테일램프 같은 요소들을 한눈에 봐도 저렴해 보이지는 않는다. 말 그대로 저렴한 모델을 찾아 싼 맛에 혹해서 사는 여타 전기모빌리티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기본으로 적용되는 구동 전달방식은 체인이지만 별도의 유지 보수가 필요 없는 벨트 구동 방식 또한 추가 옵션으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는 것도 트로목스의 고급화 전략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국내에 출시되는 트로목스 미노의 공식 판매가격은 359만원이며 색상은 파란색과 회색, 흰색 등 총 5종이 출시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기 이륜차를 구입할 때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부 보조금 지원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공식 수입사인 탐컴퍼니 측은 미노의 시장 반응을 보고 트로목스의 두 번째 모델인 우코의 보조금 신청에 대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파격적인 디자인과 완성도 높은 전기모터사이클 브랜드 트로목스의 국내 진출 첫 데뷔작 미노, 새로운 전기모터사이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결과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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