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짹짹'거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갈색 나무 천장이 참 편안하게 보이는 곳입니…에? 여긴 어디?
눈을 몇 번인가 깜박이며 잠시 지금의 상황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어제… 황혼의 사막을 벗어나 미르베트로 진입하기 위해 강을 건너면서부터 걷기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을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여관을 찾아 무작정 들어왔었는데 다행히 꽤 괜찮은 여관이었던 지라 편히 잔 듯합니다. 옆의 침대를 보니 크렛트 씨와 그 너머로 료우 씨가 보입니다.
저희가 3인 실을 쓰고 핀 씨와 그레이스 씨가 2인 실을 쓰기 때문에 두 분은 옆방에 계실 것입니다.
료우 씨와 크렛트 씨가 깨지 않게 조심히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습니다. 아침인 줄 알았는데 벌써 해가 중천입니다. 역시 사막행이 피곤하긴 했던 모양입니다. 비록 날아왔다 해도 말입니다. 두 분이 워낙 곤히 주무셔서 차마 깨우지 못하고 혼자 세안을 한 후 로브를 집어 들었습니다. 이제보니 로브 꼴이 말이 아닙니다. 하긴 그 모래바람 속에서 절 지켜주었으니 멀쩡하다면 이상한 것이겠지만… 세탁이라도 해야 할 듯 합니다. 더불어 다른 분들의 옷 역시 나을 바가 없으니 오늘 단체로 빨래에 매달려야 할 듯 하군요.
차마 로브를 걸치지 못하고 방을 나섰습니다. 또 다른 로브가 하나 있긴 하지만… 그건 지금 입을 상황이 아니니….
"어머? 이제 일어났수?"
계단을 내려가자 왠 아주머니가 돌아보며 인사…를 건네십니다.
모르는 사람인지라 약간 흠칫했지만 이내 고개를 살짝 끄덕였습니다.
"혼자 일어난거유? 일행이 넷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다시 고개를 끄덕이자 질문을 덧붙이십니다.
"식사 하실라우? 아침 식사치곤 좀 늦긴 했지만 말이야."
그에 고개를 한번 더 끄덕이자 잠시만 기다리라며 부엌으로 들어가시는 아주머니입니다.
오랜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약간은 들뜬 듯 합니다.
볕이 잘 드는 테이블 의자에 앉아 있은 지 잠시 후, 아주머니가 음식을 내오십니다.
아침식사인지라 따뜻한 크림수프와 과일 샐러드, 부드러운 빵에 쨈과 꿀이 함께 놓였습니다.
정말 간단한 아침식사지만, 동시에 사막에선 꿈도 못 꿀 식사이기도 합니다.
마침 손님도 없는 시간인지라 아주머니는 음식과 함께 제 건너편에 앉으시며 입을 여십니다.
"그래, 사막을 건너온 거유?"
그에 고개를 끄덕였더니 질문들이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식사시간에… 방해받는 것,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아유, 어린애들이 저 사막을 건너왔단 말야? 아니 도대체 뭣하러 거길 건너왔수?"
"……."
"아니, 애가 왜 그리 말이 없어? 어째 목소리 한번 못 들어 본 것 같네. 원래 그러우?"
…원래… 그랬던가요? 왜… 기억이 나지 않는 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대답을 하지 않았건만 아주머니는 괘념치 않고 말을 이어나가십니다.
"그나저나 머리색이 특이허네. 은색이 아주 볼 수 없는 색은 아니지만 흔한 색도 아니잖우?"
…은색…의 머리… 디아일룬 황가의 상징이니… 흔한 색은 아니려나요. 이 대륙에선 어떨지 모르지만 디아일룬이 자리한 대륙에선… 거의 없으니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이젠 이 머리로 다니는 것도 위험할 듯 싶습니다. 사람이 많으면 어둠이 숨어들기도 쉬운 법. '그들'은 절 찾아낼 것입니다. 역시 눈 색처럼… 머리도 바꿔야 할 듯 하군요. 그나저나… 머리색…을 바꾼 후엔 일행들에게 뭐라 해야 할런지요.
"실례…지만, 이 근처에 염색약을 파는 곳이 있습니까?"
"응? 말 할 줄 아는구먼? 염색약? 그 머리 염색하는 약 말이우?"
막 말 할 줄 아느냐는 질문을 던지시면 아주머니가 되물어오십니다.
"예."
"글쎄…, 어디서 판다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고… 힐튼 씨네 잡화점에서 판다고 했던가? 뭐, 워낙 흔한 건 아니니까. 염색할라구? 아니, 왜? 이쁘고 좋구만."
"……."
오랜만의 제대로 된 식사에 포만감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맛도 꽤 좋은 것을 보니-비록 단순한 식사였지만- 아주머니의 요리 실력이 꽤 좋으신 듯 합니다. 다음 식사는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방으로 올라와 아직도 곤히 자고 있는 두 분을 깨우지 않도록 조심하며 가방을 뒤졌습니다. 가방 안에서 나온 것은 …리본입니다. 로브도 입지 않은 채 이렇게 눈에 띄는 머리를 풀어놓고 다니기엔 사정이 여의칠 않으니 급한 대로 묶기라도 할 작정입니다.
직접 머리를 묶는 것이 익숙지 않아 약간 이상한 것 같긴 하지만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방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를 빼어들고 일어섰습니다. 검을 들고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지만 로브가 없는 판이니 들고 나가기도 그렇습니다. 10살 여자애가 검을 들고 다닌다는 게 일반적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니 말입니다.
결국 검을 그대로 놓아둔 채 방문을 열고 나섰습니다.
"응? 룬, 머리 묶었네?"
밖으로 나와 막 문을 닫는데 들려오는 말소리에 어찌나 놀랐던지 검이 있었다면 그대로 들이댔을 것입니다.
"…아, 핀 씨."
"응, 잘 잤어?"
"예, …핀 씨도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을 보아하니 편히 주무신 것 같지만 예의상 함께 여쭈는 것입니다.
"응~ 밥 먹을 거야? 같이 먹을래?"
"아, 전… 이미 먹었습니다."
"벌써?"
"예, 좀 전에…."
"그래? 그럼 어디 가는 거야?"
"…잠시 밖에 볼 일이 있어서…."
"…검도 안 들고 로브도 안 입고?"
항상 그렇게 다니던 저이니 핀 씨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실 만도 하지만 너무 노골적이지 않습니까.
"로브가 너무 더러워 입을 처지가 못 됩니다. 입고 나갔다간 주목의 대상이 될 듯 싶습니다. 검은… 이 차림으로 들고나갈 순 없지 않습니까."
천상 어린아이가 그것도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가 검을 들고 다니는 모습 말입니다, 라는 말을 덧붙이진 않았지만 핀 씨는 충분히 알아들으신 듯 합니다.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시더니 말씀하십니다.
"그럼 무기도 없잖아. 같이 갈까. 위험할 지도 모르니."
한동안 자객들에게 쫓기는 저를 봐오신 분이니 저런 걱정 당연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머리색을 바꾸러 가는데, 일행에게는 염색약으로 바꿨다고 할 예정인데, 어떻게 함께 갑니까.
"…아닙니다. 금방 다녀올 것이니 너무 심려치 말고 식사하십시오."
"흐응, 알았어. 얼른 와. 크렛트가 또 너 없어졌다고 울었다간 곤란하니까. 아, 그리고 좀 있다 이것저것 사러 갈 거니까 지금 뭐 사러 가는 거면 좀 있다 가고."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후 살짝 고개 숙여 인사 한 후 여관을 나섰습니다.
원래 여관을 나오려던 이유가 자리를 비운 후, 염색약을 사왔다고 말하기 위한 시간을 벌며 이것저것 필요한 물품을 사려함이었건만 물품을 사지 말라 하시니 정처 없이 배회라도 해야 하는 겁니까. 하지만 이유도 없이 사람들이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인적이 드문 외곽 쪽으로 빠져나왔습니다. 괜찮으…려나요. 검도 두고 나왔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대충 주변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후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외곽이기 때문인지 나무들이 꽤 되어 나무 뒤쪽으로 앉으니 밖에서 이쪽이 잘 보일 것 같진 않습니다.
그렇게 앉은 후, 아침에 메모라이즈를 하지 않은 탓으로 정리되지 않은 마나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메모라이즈는 역시 아침에 하는 게 제일이지만 이제와서 한다고 누가 뭐랄 것 같진 않으니 말입니다.
평소보다 간단히 메모라이즈를 끝낸 후, 잠시 간 제 주위의 마나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그 느낌은 참으로 친숙하고 편안하지만, 동시에 이질적이기도 합니다. 어린 산들바람이 가벼이 춤을 추는 느낌이라 해야하나.
그렇게 잠시 간 마나에 취해 있다가 눈을 떴습니다. 아마 제 눈은 은색…이었을 것입니다. 잠시 제 몸에 걸려있는 마법을 해제했으니 말입니다. 은안에 은발. 그것은 디아일룬의 '피'입니다.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뜬 후 조용히 읊조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이는 거의 알아듣지 못할 주문입니다. 뭐라 웅얼거리는 것처럼 분명치 않게 들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겐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저 자신에게 새기는… 아니 새겨져 있는 것을 불러내는 주문. '세상의 언어' 그 자체입니다.
"루니어스 나르 디아일룬."
주문의 끝입니다. 이름은 언약의 열쇠가 되어 줄 것입니다.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떴습니다. 마침 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살짝 묶어놓은 리본이 풀려버렸습니다. 그에 따라 사락 흘러내린 머리카락은… 더 이상 반짝이는 은색이 아닙니다.
"……에에?"
"…에-ㅅ,토."
"……얼라?"
반응들이… 참 재미있습니다. 언제들 깨셨는지 여관 테이블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던 일행 분들의 반응입니다.
"…루-운?!"
크렛트 씨가 멀뚱히 저를 바라보시다가 소리치십니다.
"예, 저입니다."
아무 반응이 없으리라 생각한 건 아니지만 이 엄청난 반응은 뭡니까. 마치 제가 아닌 절 바라보는 듯한 크렛트 씨의 시선이 약간 민망합니다.
"에-ㅅ토, 룬 씨, 머리…가."
"염색했습니다."
"이러려고 나갔다 온 거야?"
"예."
료우 씨와 핀 씨가 저마가 한마디씩 하십니다.
"갑자기 왜?"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레이스 씨의 질문에 답해드린 후 이번엔 제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다들 식사는 하셨습니까?"
모두의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어째 말이 없으십니다.
"그럼 나가실 겁니까?"
한번 더 끄덕여지는 고개입니다. 왜 얼굴들이 그리 벙찌신 겁니까. 염색이 뭐 그리 이상한 일이라고….
"그럼 나가도록 하지요."
"아, 그전에…."
그제서야 누군가의 입이 열립니다. 료우씨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료우 씨에게 쏠립니다.
"빨래…해야 할 것 같기 때문에… 에-ㅅ토, 다들 목욕도 해야 할 것 같고…."
목욕…이라…. 바라마지 않는 것입니다만 이런 곳에서 목욕도 할 수 있던가요? 여긴 여관입니다만….
제가 잠시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다가오신 주인 아주머니와 핀 씨 사이에 말이 오갑니다.
"응? 목욕? 지금?"
"정 지금 안되면 저녁에 해도 되구요."
"저녁에 하는 게 나아. 지금은 물 준비하기도 힘들어."
…목욕이 되는 모양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무욕조를 방으로 날라준다는 것 같습니다. 신기합니다.
세탁은 여관 세탁에 끼어 부탁드렸습니다. 마침 세탁을 하려던 참이라며 맡아주시겠다는 아주머니 덕입니다. 죄송스러워 삯을 얼마쯤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아주머니 말씀이 어린애들뿐이니-라고 말하며 료우 씨를 한번 쳐다보긴 하셨지만- 인심쓰는 거라 하십니다. 원래 세탁은 안 해주는 모양입니다. 게다가 이곳에서 몇 일 정도 묶기로 제가 나갔다 온 사이 이야기가 된 모양이라 더 해주시는 것일 겁니다.
"몇 일 묵을 거긴 하지만… 오늘부터 차차 준비하는 게 낫겠지? 시내 구경도 할 겸."
핀 씨의 말에 일행 모두 고개를 끄덕입니다. 여관에 눌러앉아 있으면 지루할 뿐이니 말입니다.
"뭐, 금방 돌아와서 푹 쉬자고. 당장 필요한 것들만 사서 말이야."
아까는 바로 외곽으로 빠졌던 지라 시내 쪽은 보질 못했는데-일행이 묵고 있는 여관은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곳입니다- 지금 보니 사람이 어찌나 많은 지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물건을 보라고 소리치는 사람들과 가격을 흥정하는 사람들, 저희들끼리 재잘거리는 아낙들로 활기가 넘치는 거리는 참으로 보기 좋은 광경입니다.
"와아-"
그레이스 씨와 크렛트 씨의 입에서 탄성이 터집니다. 코세르테르는 한적한 곳인지라 이런 광경은 흔치 않을 것입니다. 여행을 시작한 후 한두번 보긴 했어도 아직은 신기하겠지요.
"으음, 딱히 살 거 있는 사람?"
핀 씨의 질문에 료우 씨가 옷가지를 좀 사겠다 하십니다.
저 역시 로브를 하나 정도 더 장만할 예정이었기에 별말 없이 뒤따랐습니다.
식료품점과 잡화점과 무기점 신발가게 서점 등을 지나 도착한 옷가게의 나무간판엔 커다란 글씨로 멋들어지게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젊은 여자가 일행을 맞습니다.
"어서오세요~ 옷 보시게요?"
여자는 가장 나이가 많아보이는 료우 씨를 향해 물었고 료우 씨가 고개를 끄덕이자 손님이 입으실 거냐고 물으며 용도를 물어옵니다. 여자의 안내에 따라 료우 씨의 옷을 몇 벌 구입한 후, 핀 씨도, 저도 옷을 골랐습니다.
그러고보니 다들 옷이 필요하군요. 워낙 챙겨온 짐들이 없으니 당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입고 있는 검은 원피스는 황성에서 가져온 제게 맞춰 만든 옷이니 더 이상 편한 옷이 어디있겠습니까만은 단벌 생활을 고수할 수도 없는 일이라, 하지만 짐을 많이 늘리고 싶지 않아서, 간편한 옷 두 벌을 골랐습니다. 물론 새 로브도 하나 장만했고 말입니다. 덧붙여 크렛트 씨가 지금 입고 있는 옷 대신 잠깐씩 입을 옷으로-크렛트 씨가 입고 있는 옷은 크렛트 씨 일족의 옷이라고 들었습니다- 편한 원피스 한 벌을 사들었습니다. 지금도 크렛트 씨의 잠옷이 있긴 하지만 잠옷을 입고 밖으로 다닐 순 없는 노릇이니 말입니다. 거기에 크렛트 씨의 귀와 뿔을 숨길 두건도 구입했고 말입니다-현재 쓰고 있는 두건도 빨아야 할 것 아닙니까-.
크렛트 씨는 자신의 물건을 산 것이 마냥 기뻐 보이십니다.
그렇게 일행들의 옷을 다 산후 가게를 나섰습니다. 그 다음 향한 곳은 가방을 파는 가게입니다. 그곳에서 크렛트 씨의 가방을 하나 샀습니다. 작은 가죽배낭입니다. 제 가방이 워낙 작아 크렛트 씨의 짐까지 넣을 수가 없어 크렛트 씨의 짐만 따로 넣을 가방입니다. 그닥 무거운 걸 넣을 것도 아닌 데다가 크렛트 씨는 무게도 잘 모르시니 단지 자신의 물건이 생긴 것만으로 굉장히 좋아하십니다. 가방을 하는 김에 작은 동전 주머니도 사서 동전 몇 닢을 넣어드렸습니다.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당부를 한 후에 말입니다. 이런 건 어릴 때 교육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곳저곳 일행들이 가는 데로 끌려 다니다가 무기점에 들어섰습니다. 살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잠시 가게를 둘러본 후 발견한 것은 일반의 단검보다 약간 짧고 얇은 검. 하지만 푸른 날이 선 검입니다. 날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푸르스름한 빛을 띈 검은 실로 청아합니다. 진열장에 있는 그 검으로 다가서자 한쪽에서 무게 잡고 서 계시던 주인아저씨가 제게 다가오십니다.
"이거 볼 거냐?"
퉁명한 목소리로 물어오시는 분입니다. 하지만 원체 목소리가 그러신 듯 하니 상관은 없습니다.
"…예, 보여주시겠습니까."
왠지 그 아저씨가 저를 훑어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 것은 착각일까요.
"잘 맞겠군."
"예?"
뜬금없는 말에 반문하였음에도 아저씨는 별말 없이 제가 가리킨 검을 꺼내 주십니다.
"호신용이냐?"
"…비슷한… 겁니다."
오늘처럼 제 검을 들고 다니지 못할 시 어린 아이들이 들고 다녀도 하등 이상할 것 없어 보이는 검 정도는 있어야지 않겠습니까. 그것의 성능이 좋을수록 더 좋고 말입니다.
"검을 볼 줄 아는 건가, 우연인 건가?"
"…예?"
"이 녀석이 꼬마 너한테 잘 맞을 거란 소리다."
검을 '녀석'이라 지칭하시는 분입니다. 검에 대한 애정, 높은 분이라 생각됩니다. 뒤쪽에 검을 만드는 대장간 역시 있는 것 같으니 직접 만든 검일 확률이 높군요. 그나저나 그런 분이 제게 잘 맞을 거라 말씀하셨으니 제 검을 보는 안목도 어느 정도는 자란 걸까요? 단순한 우연일 확률이 높겠지만 말입니다.
"이것, 파시겠습니까?"
"뭐, 제 주인을 만난 것 같으니 제 값 받으면 팔아야지."
"그 제 값이란 얼마입니까."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대략 검의 적정 값을 찾을 때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꽤 오랜 말싸움 끝에 낙찰 받은 검을 손에 들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런, 가게 안을 둘러보다 지쳐 한 쪽 의자에 쭈그려 계신 일행들이 보입니다. 물론 핀 씨는 여전히 가게 안을 둘러보고 계시지만 말입니다.
검을 검집에서 꺼내어 몇 번 휘둘러 본 후 도로 집으로 돌려 넣으며 주인아저씨께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섰습니다. 어째 주인아저씨의 표정이 딸 시집보내는 아버지 같았다 하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요. 어찌되었든 재미있는 분이었습니다.
뭐, 이 검이 세상에서 휘둘러질 일이 그닥 많진 않겠지만, 그래도 아껴주어야 할 듯 합니다. 저렇게 사랑하는 분이 계시니 말입니다.
시내 구경을 좀 더 하다가 여관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해가 서쪽으로 많이 기운 때였습니다.
오랜만의 사람에 치이는 생활 덕에 여행과는 약간 다른 피로가 쌓였음을 느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께 부탁해 목욕을 먼저 하고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입고 있던 옷들 역시 수고스럽지만 주인 아주머니께 세탁을 부탁한 터라 목욕 후엔 새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약간 어색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한 덕에 상쾌한 기분이 새 옷 덕에 더 좋은 것도 같습니다.
첫댓글 대략 ; 제가 필요한 대로 제 중심으로 ; 쓴거니까 다른 분들도 마음대로 쓰십시요. [<-] 검의 경우는... 필요성을 느껴서 급매 -ㅅ-; 아, 머리는 눈과 같은 색으로 변한 것입니다. 눈도 머리도 남색입니다.
그렇... 군요....(은색은...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아, 하지만 카페에서 살게 되면 은발에 은안으로 돌아오셔야 합니다 -ㅁ- (은발의 룬양을 메피스토에게 반드시 태워보고 싶...;)
에엑 ; [이 상태로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ㅁ;]
...혹시 비류 밖에나가면..잡혀가는거아닐까...[라고 생각중;;]
......마르엘님 무슨 말씀 이신지 ㅇ_ㅇ?;
에에- 비류님 혹시 은색'ㅅ'?
예전에.. 은색이라는 게임이 있다고... 들었던 기억이....
......얘기가 삼천포로 빠지고 있다는 건 저만의 착각일까요 ;
ㅋㅋ황녀님이 빨래걱정이라... 뭔가 어색한 걸;ㅋ
은색...하아, 로망이였죠[이봐;]
로망....;;
아아 아마도 비류가..머리나 눈색 둘 중 하나가 은색,,이였을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