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문화연구원이 10월 24일로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사찰문화연구원은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인 1992년 10월 24일 창립됐다. 당시 문화부 종무관 이용부 거사를 비롯해 대불련 4기 회장을 역임한 김춘송 거사, 불교신문 논설위원인 이진두 거사 등 1960년대에 봉은사 대학생수련회에서 함께 불교 공부를 했던 불자들이 올바른 불교문화의 포교, 특히 출판문화를 통한 사찰의 문화를 활자로 남기며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비용을 출연해 역사적 출범을 한 것이다.
창립 당시 연구위원은 학술 파트에 김상영 교수(현 중앙승가대학교), 한상길 박사(현 동국대 연구교수), 안상빈 거사(현 SK근무) 등이었고, 김춘송 거사가 지원파트를 책임졌다.
사찰문화연구원은 학술적 연구 활동을 주목적으로 한 단체로, 처음부터 종파적 편향을 가져올 수도 있는 사찰 또는 스님의 참여를 배제했고, 아울러 연구위원들의 자유스러운 연구 활동 보장을 위해 ‘원장’직을 공석으로 하는 체계를 채택했다.
창립 이후 출판 활동에 들어간 사찰문화연구원은 1992년 창립과 동시에 용주사 정대(전 총무원장) 스님의 협력으로 용주사와 말사들의 역사와 문화재, 주요 역사인물 등을 해설한 <용주사지>를 첫 결과물로 발간했다. <용주사지>는 사료를 근거로 하여 그 내용을 한글 위주로 서술하여 대중에게 읽힐 수 있는 형태의 사지로서는 최초의 편집형태로 평가되고 있다.
사찰문화연구원은 1993년 전국의 850여(당시) 전통사찰의 역사와 문화재, 역사 인물 등을 집대성하는 총서 편집을 시작하는 전통사찰총서 발간에 들어갔다. 이 무렵 현재의 연구위원인 신대현(현 불교신문 논설위원)이 연구위원으로 참여했다.
전통사찰총서는 <강원도①>과 <강원도②>를 시작으로 하여 이후 경기도, 서울,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등의 순서로 진행되어 전국의 전통사찰을 직접 답사하고 펴냈으며, 2005년 <제주>편을 마지막으로 하여 전 22년 동안 22권의 총서를 마무리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사찰문화연구원의 전통사찰총서의 발간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전통사찰은 우리나라 불교역사와 불교미술의 보고였으나, 당시까지만 해도 일반은 물론이고 교계에서도 이에 대한 중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88년 문화부에 의해 ‘전통사찰보존법’이 제정되고, 이를 계기로 사찰문화연구원에서는 전국의 전통사찰(당시는 850여 개, 현재는 약 1,000개) 하나하나의 개별 사지를 한 책에다 엮는다는 개념으로 지역별로 전통사찰을 모두 답사하여 촬영과 자료를 모두 개별 채집하여 이를 최대한 총서에 담는 방식을 취하였던 것이다.
또한 각 권의 필자는 위 연구위원을 중심으로 하되, 해당 지역의 전문가 또는 향토사료가를 적극 필자로 위촉하여 중앙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해당 사찰의 숨겨진 이야기,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들을 총서에 수록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를 통해 <전통사찰총서>는 단순한 역사 기록의 나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국 모든 사찰의 규모와 상관없이 그 해당사찰만의 생생한 역사와 문화를 직접 독자들에게 전달하려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통사찰총서>는 수백차례의 현지 답사, 사진 촬영 및 원고 작성, 제작비 등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일반사람들이 비교적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으로 보급하였다. 그로 인해 연구원 운영 예산은 항상 부족하였으나, 1권부터 22권까지 문화부 종무실의 일부 구매지원, 그리고 사찰문화연구원 창립에 참여했던 일부 창립멤버들의 지원에 힘입어 대작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사찰문화연구원은 전국의 전통사찰을 지역별로 분류한 <전통사찰총서>와 함께, 각 개별 사찰만의 역사와 문화, 인물, 주요기록 등을 담은 사지(寺誌)도 꾸준히 발행하였다.
그 동안의 사지 형태는 예전부터 전해오는 해당 사찰의 한문기록을 그대로 편집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사찰문화연구원의 사지는 한문기록을 바탕으로 하여 그 내용을 서술석으로 풀어내 해석·해설함으로써 일반인도 쉽게 그 사찰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관련 사진 및 도판을 매우 풍부히 수록함으로써 보다 친근하게 사지를 접근할 수 있는 편집 방식을 택하였다. 이 또한 그동안 이뤄져오지 않았던 새로운 사지 편집이라고 할 수 있다.
1993년 <용주사지>를 비롯해 <보문사지>, <갓바위 부처님-선본사>, <봉은사지>, <은해사지>, <낙산사지> 등의 우리나라 주요 사찰의 모든 역사와 문화를 담은 사찰을 대중에게 보급하여 우리나라 불교문화와 역사를 대중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였다.
사찰문화연구원은 2009년 대한불교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형태의 사지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사지 발간 주체를 ‘활불교문화단’으로 하였다. 활불교문화단 역시 사찰문화연구원과 마찬가지로 원장은 공석으로 하되 실무 연구위원 위주의 연구 조사 편집 방향을 진행해 나가는 체제를 채택했다. 조사와 편집에 소요되는 비용을 대한불교진흥원의 후원으로 충당하여 대중을 위한, 대중이 읽기 쉬운 개별 사찰의 사지인 ‘한국의 명찰 시리즈’ 발간을 진행한 것이다.
발간 주체는 대한불교진흥원이지만 내용의 구성, 사찰의 선정, 필자의 선정 등은 대한불교진흥원의 양해 아래 실무 연구위원들의 판단과 결정으로 구성되었다.
앞서 사찰문화연구원의 사지에서 좀 더 대중친화적인 편집으로 발전된 형태를 띤 이 ‘한국의 명찰 시리즈’는 2009년 <전등사> 편을 시작으로, <화엄사>, <월정사>, <송광사>, <성주사, <불영사>, <대흥사>, <동화사>, <신륵사>, <운문사>, <신륵사>, <마곡사> 등 지금까지 모두 12권이 나왔으며, 2012년 말에 <현등사> 등이 잇달아 출간될 예정이다.
사찰문화연구원은 2009년부터 활불교문화단의 이름으로 ‘불교문화총서’도 발행하였다. 이 역시 대한불교진흥원의 후원을 받아 이루어졌으며, 항목의 선정, 원고의 집필 등은 활불교문화단이 전담해서 편집해 나갔다. ‘불교문화총서’는 얼핏 어렵게 느껴지는 우리 불교문화 속의 중요한 부분을 찾아내어 알기 쉽게 그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다.
지금까지 <남한산성과 팔도사찰>, <북한산성과 팔도사찰>, <닫집>, <수미단>, <불전사물>, <사찰의 앞마당과 뒷마당>, <명찰명시> 등을 발간해, 기존 학계에서 다루지 못했던 우리 불교문화의 자세한 의미를 되짚어 보는 시리즈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밖에도 활불교문화단에서는 대한불교진흥원의 지원을 통해 근대 불교계 인물의 문집과 활동을 정리한 출판을 했다. 이것이 ‘대원불교총서’로서, 현대 불교의 커다란 후원자였던 덕산 이한상(전 불교신문 사장과 관련된 신문기사를 정리하여 일대기를 재조명한 <덕산 이한상>과, 고 서경수 교수(전 동국대 교수)의 여러 논저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부분을 선별하여 2권으로 엮은 <서경수 저작집1, 2> 등을 출판하였다. 이 ‘대원총서’는 활불교문화단의 명의로 출판한 것으로, 근현대 불교인의 재조명 등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사찰문화연구원은 앞으로 지금까지의 활동을 재정비하여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사찰문화연구원에서 가장 노력을 기울여 만들었던 ‘전통사찰총서’는 마지막 권이 발해된 2005년 이후 추가 지정된 전통사찰에 대해 ‘보유’편을 계획하고 있으며, 근현대 불교계 사료의 수집과 해석을 통해 20세기 이후 1970년대까지 잊혔던 불교 관련 사료를 대중에게 알리는 작업을 계획 중이다.
예컨대, 1960년대 서경수 교수의 지휘 아래 각종 신문 및 잡지 기사에 실린 불교계 관련 기사의 초고를 모든 <근대불교백년사>를 편집 정리하여 출판하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근대 이후 불교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불교계 100인에 대한 재조명, 불교문화 사전 편찬 등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