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 5분 만에 한약 제조… 한의사들 줄 서는 이 회사
카멜로테크 정원철 대표
합 첩 단위로 정량 처방… 경증 환자도 커버
한의원·한방병원 납품 이어 한약국 출사표
장우정 기자
입력 2024.09.01. 07:30
업데이트 2024.09.01. 09:34
카멜로테크는 한약재를 규격화해 이를 자체 개발한 한방 제약 자동화 장비(HAP 시스템)에 카트리지로 담아 한의사 처방대로 이를 조제, 제조, 포장하는 설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장비는 회사가 제공하는 전용 전자의무기록(EMR)과 연동된다. EMR을 통해 한의사가 처방을 내리면 장비는 이 신호를 받아 한약을 자동 제조·포장한다.
기존의 한약 제조 장비의 경우 끓이는 시간만 최소 200분이 소요됐다. 포장 장비로 옮겨진 뒤 세척 과정을 거쳐 다음 환자를 위한 한약재를 준비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장비 하나로 하루 3인분의 한약밖에 만들 수 없다. 투자 대비 수익률(ROI)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으론 대량 처방할 수밖에 없다.
HAP 시스템은 5분 안에 최대 2박스 분량의 한약을 자동으로 제조할 수 있다. 한 첩부터, 두 제까지 진료 후 정량 처방된 한약을 즉시 수령 가능하다. 내부 설비 또한 자동으로 세척·살균할 수 있다.
GS그룹 지주사에서 디지털 전환 업무를 담당하던 정원철 대표는 노동집약적 한약 제조 시스템을 자동화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카멜로테크 제공
GS그룹 지주사에서 디지털 전환 업무를 담당하던 정원철 대표는 노동집약적 한약 제조 시스템을 자동화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카멜로테크 제공
정원철(38) 대표는 “간호사가 간호 보조 업무 외에 탕제 업무까지 맡기 때문에 한의원은 구인난에 시달린다”면서 “사람이 수동으로 해야 하는 업무량을 대폭 줄이는 것이 HAP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GS그룹 지주사에서 디지털 전환 업무를 담당하던 정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서 관련 기술 기업을 찾던 도중 한국 한의학과 유사한 일본의 캄포가 미국에서 자리 잡은 것을 보고 창업 아이템을 떠올렸다. 노동집약적 한약 제조 시스템을 한국에서도 자동화하기로 한 것이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 한의원 개수는 2만개가 넘고,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한약 품목 수도 50개까지 늘어났다”면서 “도태되고 없어질 것 같은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고, 현재도 연간 12조원 규모에 달하고 있어 창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했다.
원외에서 조제 한약을 대신 달여주는 원외탕전을 가 보니 현실은 최첨단과 거리가 멀었다. 이에 정 대표는 한의학과를 두고 있는 한 대학 연구실을 빌려 정부에서 받은 예비 창업자 패키지 자금 5000만원으로 첫 번째 한약 자동 제조 장비를 만들었다.
이를 근방에서 눈여겨보던 한의학과 전공 교수, 연구원, 학생들에게 기존 탕약기로 만들던 보중익기탕을 만들어 보여줬다. 200분 걸리던 게 5분 만에 뚝딱 만들어지는 걸 보고 놀라면서 기존 탕약과 성분, 함량이 같은지 동등성 검사를 했다. 같은 결과가 확인되자 이들은 순식간에 잠재 고객으로 변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2022년에만 7개 대학과 기술 검증(PoC)을 할 수 있었다.
카멜로테크의 냉장고 크기의 HAP 시스템(왼쪽). 여기에는 비비탄 크기의 정제형 원료 한약재도 카트리지에 담겨 공급된다. /카멜로테크 제공
카멜로테크의 냉장고 크기의 HAP 시스템(왼쪽). 여기에는 비비탄 크기의 정제형 원료 한약재도 카트리지에 담겨 공급된다. /카멜로테크 제공
나아가 회사는 소형 한의원의 수요에 따라 4도어 양문형 냉장고와 유사한 크기(920x1820x740)로 HAP 시스템을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다.
또 장비 내 카트리지에 담아 공급할 수 있는 정제형 원료 한약재도 개발했다. 180가지 약재의 부피·무게를 줄이면서 유효 성분을 최적의 상태로 농축, 건조해 0.1g의 비비탄 크기로 만들어낸 것이다.
정 대표는 “연 매출 6억~7억원 수준의 한의원은 연간 1억 원 가량의 한약재를 구매한다”면서 “리스 형태로 장비를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소모품이라 할 수 있는) 한약재 카트리지 등을 함께 납품해 수익을 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의원 입장에서도 기기 도입을 통해 1명의 인건비를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에는 침이나 물리 치료만 제공하던 경증 환자에게도 한 첩 단위로 처방할 수 있게 되면서 매출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아직 양산 단계가 아닌데도 예약 대기 고객 수가 300명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카멜로테크는 기기와 한약재를 양산하기 위해 최근 전북 익산에 330㎡(약 100평) 규모의 공장을 준공했다.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최적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한의원, 한방병원 등에 납품하는 한편, 한약사들이 약국처럼 차리는 한약국 사업에도 직접 뛰어든다는 구상이다.
정 대표는 “오는 10월 서울 중구 명동에 1호점을 낼 계획”이라면서 “HAP 시스템에 관심 있는 누구라도 차릴 수 있어 한약국의 프랜차이즈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우정 기자
장우정 기자
벤처중기부에서 중소·중견기업, 스타트업을 담당합니다. 성장하는 기업들에 귀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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