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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삶을
빤히 들여다 보며
한 발치 안에서
맘 기대고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한 쪽이 홀연
종적을 감춰버린다면,
남은 한쪽이 감당 할
상실감 및 삶의 부담은
생각 보다 훨씬
크고 힘겹다는 사실을
실감한 1년 4개월 여,
돌연한 잠적은
비록
예고 된 것이라
할지라도,
서로의 삶에
차지한 비중이
크면 클수록
깊으면 깊을수록,
가중 되는
아픔과 우울감 또한
정비례 되리라는
평범한 교훈을
깨우치기에
부족함이 없을
길고 고독한
시간 이었으리.
군대에서의 인연을
필연인 것처럼
잇고 살다
어느날 술상 앞에서
돌연
"나
잠수함 타야겠어"라는
한마디를 남긴 후,
둘의 삶으로부터
훌쩍 사라져버린 형,
열여섯 달을
불쑥 흔적 없이
사라졌다가
사라질 때처럼
또 그렇게 불쑥
걸려온 발신자 미상의
폰번에 경계스레
수신 거부를 고민하다
왠지모를 이끌림에
살며시
통화 버튼을 눌러
귀에 대고
잠시 머뭇하는 동안,
대뜸
들려오는 한마디
"나여~"
놀라서,
"예~에?"
또 다시
"아~ 나라고!!~"
들려오는
그 두 마디에
가슴이 뭉클
코끝이 찌잉함을
주체하지 못하며,
"아~니~~?
혀~엉!!~"
"이거이 도대체
뭡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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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
이유를 불문하고
그저
고맙소~
감사허요!!~"
"살아 있음이 분명하니
무엇보다 반갑고~
아무튼 어쨌거나
형이 분명 맞다면
이보다 더 감사함이
어디 또 있겠소?"
그렇게 생사를
학인한 후
두 달 여,
애타고 조급한 맘을
속절없이
억누르고만 있다가
마침내 겨우겨우
꽁친 시간을 틈타서
간단히 챙긴
크로스백을 어깨 툭
걸쳐 메고 서둘러
집을 나서는 길,
어둠이 다
가시지 않은
서울 도심을 벗어나
고속도로 몇 개를
연거푸 갈아탄 후,
비로소 제 궤도를
올라타는가 싶을
끝으로부터,
내 속내처럼
짙은 연무 속 세상이
희뿌연 차창 뒤로
빠르게
미끄러져 나가는
창 유리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마음은 곧
타임머신의
날개를 펼쳐
형과의 그 인연
출발점을 향하여
멀고 긴 세월을 바삐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다.
어언
지금으로부터 42년 전
형과의 인연이 시작 된
군대시절 어느 한
세월 모퉁이,
극도의 긴장과
공포감을 자아내
인간의 한계에
직면케 함과 동시에
엄혹한 훈련과
혹독한 육체적 정신적
단련과 무장을 통해
강인한 생존 능력과
불굴의 전투력을
불어넣어 모름지기
최정예 대한국군으로
거듭나게 하는
살벌한 교육 현장
11사단
굴지리 유격장으로
단숨에 회기하여,
그 악명 높은
지옥 속으로
파견 명령을 받들어
교육과 보급 업무를
전담하는
두 행정 요원으로서,
엄격한 규율과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업무적 특수성에 의한
상호 유대감과
묵묵한 내성격을 지닌
정서적 동질감에 이끌려
서로 다른
소속인데도 불구하고,
유격대장 격인
교관님과 더불어
투철한 책임감과
끈끈한 전우애로 뭉쳐
막역한 친구처럼
절친한 선후배처럼,
유격장을
관리 운영하는
핵심 주체가 되어
군대에서 감히
상상도 못할 경험과
추억을 가슴 속 깊이
꽝꽝 채워 공유한 채,
복무 규정에 의한
시차(6개월)를 두고
서로의 고향 앞으로
제대해 돌아간 후,
그 인연과 추억이
얼마나 깊고 소중한
것이었던지
날이 가고 해가 가고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인연과 추억들이
꼬리를 물고 가슴을
뚫고나와 시도 때도 없이
손과 발과 심장을
가리지 않고
들쑤셔대는 바람에,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한
끊임 없는 수소문과
갖은 방법을 동원한
끈질긴 사람찾기
노력 끝에
마침내 필연처럼
상봉을 이룬 후,
오랜 공백의 시간을
메꾸기라도 할 것처럼
서로의 삶과 주변을
짬짬이 오가며
살뜰히 살피고 챙기는
한편,
주말이면 습관처럼
이따금씩 훌쩍
굴지리 유격장 주변으로
추억을 찾아서 다니며
밤샘을 하기도,
그러면서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삶에 활력이며
일상의 애환과 추억을
공유하고 만들어 가는
막역한 서로 였는데,
어느날 흔적 없이
사라져버리고난 후,
잠시 동안
그나마 문자 전송은
되는 것 같아 무던히
문자를 찍어 보내며
애닳은 맘이라도
전할 수 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 기회마저도
완전히 사라져버린 채,
번호를 찍어 통화
시도를 할 때마다
존재하지 않는 번호이니
확인 후 다시 걸라는
안내 멘트만 앵무새처럼
반복 되는 완전 단절의
상태에 직면하고 보니,
마치 마음 속
소중한 한 공간이
뭉텅 사라져버린 듯한
상실감과 고독감,
불안감과 울적함이
문득문득
일상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삶을 억누르는
상당한 부담감으로
가슴에 멍울처럼
자리를 차지함을
애써 외면하며
힘든 겨울을 겨우
견디고 버텼는데,
여지없이 마주한 봄
만물이 소생함과 함께
그리움 또한 깊어
추억은 새록새록
굴지리를 향해 갈 것이
불보 듯 뻔한데,
얼마나 다행스럽고
반가운 소식이며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기별인가?
아침 안갯속을 비집고
질주를 거듭하던
버스가 마침내
대관령을 넘어서자,
그동안 내 안의
끈적한 울적함이
한몫에 사라지 듯
희뿌옇던 연무가
순식간에 걷히며
밝은 봄 햇살이
버스차창을 넘어
겨우내 묵었던
눅눅한 가슴으로
뭉텅뭉텅 쏟어져
들어온다.
설렘과 기쁨을 동반한
기대감과 궁금증이
약간의 걱정과 함께
뒤섞인 착잡한 심경으로
차창 밖 한가롭고
낯선 도시 풍경을
빠르게 스캔하며,
행여나 이방인 티가
너무 나면 어쩌나
은근 염려스러움에
옷매무새를 만지며
차창에 얼굴을
비쳐보기도 하는 중,
예정 된 경유지
(목적지)에 곧
정차 예정이라는
차내 방송을
들은 둥 마는 둥,
두고 내릴만한
소지품을 점검하며
버스가 멈춰 서기를
기다려 성큼 내린다.
종합 터미널인데도
예상과는 달리 한가롭기
그지없는 낯선 도시,
햇살이 가득하고
봄기운이 완연한
버스 터미널 주차장,
한산한 대합실 내부를
서성이듯 한바퀴 돌아서
다시 밖으로 나와
주변을 탐색하며,
느긋하게 주차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 가다
물오름이 확연한
나뭇가지를 살피며
움트는 새봄을 여실히
실감 하는 중,
담상담상
자리를 차지한
몇몇 차들의
넓직한 주차 공간으로
여유있게 스윽 들어가
잰듯 멈춰서는
눈에 익은
승합차 한 대를
주시하는 동안,
정확히
예감 일치,
대번에 알아볼 수 있는
그얼굴 그 모습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차에서 내림과 동시,
자석에 끌리듯
서로 이끌려
주저 없이 달려가
가슴을 쿵 부딪치고
격하게 서로 안아
어깨를 다독이며
묵직한 반가움을
짜릿하게 나눔하면서,
한동안 그런 채로
뭉쿨한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한 후
서로의 손을
덥석 잡고는
얼굴을 마주보며,
예상보다 그나마
나빠 보이지 않음에
마음을 놓고
그동안의 근심과 불안
허탈감과 우울감이
사르르 녹아 내린다.
그리고,
"어떻게?
식사부터 하까요?
아님 어디 가서 차라도?"
별 말 없이 일단
차에 올라 서서히
터미널 주차장을
빠져 나가면서,
꽉 닫힌 형 입에서
뭔가부터 먼저
이야기 해주기를
기다리며 그저
운전하는 옆모습만
바라보는 동안
15 분 여를 달린 후
어느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멈춰 세우고,
회를 떠다 냉장고에
두었는데 가지고
나오겠다며 성큼
내려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가는 뒤를 급히
함께 따라 나서
엘리베이터 안으로
얼른 몸을 움츠러 넣고
눈치를 살핌도 잠시,
곧 엘리베이터가
멈추자마자 묵묵히
복도를 따라 앞서가는
형 꽁무니를 바짝
따라 걷다,
어느 방화문 앞에
멈칫 멈춰
키 번호를 눌러
문을 열고 들어서자
뜻밖에 아주머니께서
나오시며,
이 누추한 곳까지
찾아와주셨다며
몹시 면구스럽고
난처한 표정으로,
약속이 있으셔
나가려는 중인데~
갈 곳에 버스가 닿지
않은 외진 곳이라서
나가는 길에 좀
태워다 줬으면
좋겠다시는 말씀을
경황없이 인사로
갈음하는 동시,
냉장고에서
뭔가를 급히 꺼내고
이것 저것을 더 챙겨
봉지에 담고는
밖으로 훌쩍 나와
복도 한켠에서
야외용 탁자까지
꺼내 들고 곧장
어서 가잔 듯 성큼성큼
복도를 걸어 나감에,
우리도 뒤를 쫓아
얼른 승강기에 동승
암묵적 동의로 간주
차에 싣고 타고
얼른 아주머니께
목적지를 여쭤
내비에 입력 후
차가 출발하고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아주머니께서
허공에 혼잣말 하시듯
모든 것이 다
자신의 잘못으로
벌어진 결과라시며
많은 분들께 매우
죄스럽고 면구스럽지만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이었다시며,
한동안은 자신만
사라지면 모든 것이 다
끝일 것이라는
비관과 죄책감으로
극단적인 생각을
해봤던 적도 있었지만,
그 죽음으로부터
어렵고 힘든 시간을
하루 이틀 견디고 보니
모든 것을 다 던졌다
싶을 때 비로소
다소 좀 숨 쉴 여유가
생기더 라고~,
대략은 인지하고
있었던 터라,
잘 하셨다고~
잘 견디셨다고~
늦었지만
그나마 현명한
판단이셨으며~
고생 많으셨다고~
이제
맘 편하게
생각을 바꾸시고,
힘내시라~
당당하셔라~
그리고
건강 잘 살피시며
자신감을 되찾으시라~
진정어린
위로와 격려와
당부의 뜻을 건네니
뒤를 돌아보시며
밝은 표정을 지으시고
감사하다는 긍정적
표현에 이어 잘 지내다
내일 가라시는
인사말씀을 끝으로
잠시 후 목적지에
내리셔 남겨지는
모습을 뒤돌아 보면서,
이제 겨우
서울을 출발 하여
대관령을 넘어오게 된
이유와 목적 일부가
다소나마 성취 된 듯한
다행함과 안도감에
나 또한 마음에 한결
위안을 얻는다.
묵묵히
운전 중이던 형은
어디론가 또 다시
15분 여를 달린 끝에
멀리 바다가 보이고
거대한 시멘트(?) 공장이
마주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며,
여기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이라
괜찮은 낚시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소형 어선이 정박한
해변을 따라 길게 놓인
한적한 산책로의 작은
교각 밑을 살피더니
곧장 밑으로 내려서
잠시 수변과 수심을
유심히 살핀 듯,
곧 다시 차로 돌아와
뒷좌석에서 주섬주섬
가방과 비닐봉지를
챙겨들고 쪼르르
왔던 곳으로 다시 내려가
낚싯대를 쭉쭉 펼쳐서
새우 미끼를 꿴 후
물속에 휙 던져 넣고,
비닐봉지 속을
뒤적여 회 포장과
초고추장 등
막걸리 두 병까지
챙겨서 내놓으며,
멀찌감치서
빤히 지켜보는
나를 향해
빙그레 웃으며,
"아~
어여 내려 와
회에 막걸리 한잔
해보셔^^~"
봄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바람이
을씨년스럽고 썰렁한데
바닷가에 쪼그려 앉아
막걸리 라니?
참 청승스럽고
처량해 뵈긴 할지라도
이 정겨움, 우리 둘만의
오붓함이 도대체
얼마만이란 말인가?
축대를 엉금엉금
내려가서 싱글벙글
회 포장 랩을 벗기고
초장을 덜어내
막걸리를 종이컵에
넘실넘실 채운 다음
한 잔은 형께
또 한 잔은
내 손에 든 채,
실로
오래간만 입네다!!~
반갑고 고맙고
감사하고 기쁩네다!!~
이 오늘을
기념하기 위한
축배인 것입네다!!~
그동안의 고생
그동안의 고통
오늘까지의 모든
아픔과 슬픔과
고독일랑 이 술잔에
다 털어 넣어 삭이고
새로운 희망으로
함께할 내일을 위한
건배 입네다!!~
우린
아직 항구를
떠나지 못하고
정박 중인
꽃샘바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막걸리 종이컵이
한가득 넘치는
차디찬 막걸리 잔을
서로 맞대며
뜨거워진 가슴
애틋한 마음으로
단숨에 비워 내고,
회 한점에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입안에 쏘옥 넣고
질근거리며,
1년 4개월 여
잃어버린 시간을
단번에 복원시킨다.
힘들지 않았는지?
어떤 인연이나 계기로
여기에 머물게 되었는지?
건강은 그전보다
좋아보이는데
보기처럼 괜찮은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실 요량인지?
할말 여쭐 말이
목구녕을 비집고
꾸역꾸역 밀려
나오지만,
그러해야 했을
형 마음은 오죽
비참하고
참담하였으랴?
그 상처를 행여
건드리게 될까 봐,
태연한 척
그저 저만치
수면위로 뾰족히
솟은 붉은색 찌에
시선을 고정한 채,
수면을 차고 올라
먹이활동을 해대는
황어 & 숭어 놈들이
어찌 용케
입질이라도 한번 해줘
깊어지는 침묵을
깨트려주기 바라는
간절함으로,
길고 오랜 시간이
물 속 깊이 스멀스멀
잠기는 줄도 모른 채,
솜털이 보송보송한
버들강아지가
물오른 가지를 쭉 뻗쳐
물 건너 저편
하늘을 향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모습에
완연한 봄이라는 사실을
의심치 않으며,
예매해 둔 귀경 버스의
출발 시간이
임박해 올 때까지
우린 그렇게 무언의
교감을 나누다가
기울어진 해에 천천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왔던 길을 되돌아,
형 집 인근의
어느 한적한 식당을
겨우 찾아 내,
허기진 곡기를 채우며
형의 건강 챙기기를
당부 드리고,
자신감 돋궈 줄
이슬이를 곁들여
힘내 주기를 응원하며
다음 만날 날을
굳게 기약하고,
서둘러 택시를 불러
터미널을 향해 내달려
예매표 한 버스 시간에
여유있게 도착,
느긋하게 오늘을
되돌아 보는 시간,
이른 아침
기대와 염려 속
걱정과 약간의
설렘을 동반한
미지의 도시로
출발 하고 나서부터,
걱정했던 것보다
반가움과 다행함
그나마 안정감에
감사함을 얻어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위로과
위안의 연속
이었음을,
숭어와 황어 떼가
줄지어 노니는 최상의
낚시포인트에서
손맛은 커녕
입질마저 한번 없는
무료한 시간 이었다
할지라도,
하마터면
소중한 인연 하나가
어느 동해바다
용궁 속 깊은 곳에
묻혀버릴 뻔한
긴 침묵으로부터
감사히 다행스럽게
오롯이 낚아 올려
새로이 더 깊게
간직해 돌아가는
잔잔한 안도감으로
만감이 교차할 제,
마침내
서울행 버스가
승강장에
들어와 멈추고
자리를 찾아 앉아
안전벨트를
채움과 함께,
스르르 터미널을
빠져 나와
도시를 훌 지나고
멀리 바다를 뒤로
남겨 둔 채,
아침에 거슬러 왔던
흔적을 찾아서
점점 속도를 높여
질주를 거듭한다.
그도 잠시
이내 곧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사방에 어둠이
빼곡히 스며들고,
마침내
달리는 버스마저
통째 집어삼키는
검은 어둠 속으로
깊숙히 등을 기대
넣으며,
소중한 인연은
뜨개질 실타래를
이어가는 것처럼,
끊임없이 서로를
한 올 한 올 이어
엮어가는 것이라고,
2023년 3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