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
이효종
까마귀 떼가 하늘에서 노래하고
은행나무는 황금 옷자락을 팔락입니다
거칠기만 했던 장마도
팔월의 무더위도 사라진 지금
가을이 홍수로 밀려옵니다
만리 길 이국땅에서부터
탱자향 짙게 밴 여인을 보듬고
날아서 날아서
보석처럼 반짝이는 가을이
쏴아- 불어옵니다
백만 송이 국화들은
진한 국향을 나에게로 당신에게로
수줍게 흩날리고
흩어져 흩어져
붉은 단풍잎을 흔들고
느티나무 갈잎을 휘젓습니다
산만한 망태기에 가을을 담아
타오르는 불꽃이 울렁대는 산을 넘고
푸른 하늘이 조각구름배로 흐르는 강을 건너
서역의 열대림과 에베레스트의 만년설을 에돌아
가을 향기를 소복소복 배달하는
바람의 영혼이 되겠습니다.
첫댓글 아! 그 바람은 그곳으로부터 불어불어
시인의 마음까지 간지럽혔네요.
쓸쓸하고 황량하고 뭔가 아쉽다고 느꼈던 가을의 정취를 가실님께서 쏴아 가시게 해 주었습니다.
가실님은 시창에 신선한 바람입니다.
가을의 정치가 물씬 풍기는 님의 글
속에 푸욱 쉬었습니다
한 폭의 그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