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마감 정산후 마지막에 점검하고 늦게 나가는데 오늘은 실장에게 뒤를 맡기고 그냥 후다닥 나왔다.
얼굴에 씌여 있나보다. 퇴근하는데 직원들이 뒤에서 수근거리는게 들린다.
[원장님 데이트 하러 가나봐?] [헐..원장님 여자 만나는거 본적없는데.. 왠일이래?]
속으로 생각했다.
(지영이를 너희들이 본다면 축하해 줄까?아니면 늙어서 주책이라고 욕을할까?)
급하게 사거리까지 걸어갔다. 10월이긴 해도 더위를 워낙에 많이 타서 조금 급하게 걸었더니 땀이 살짝 나기 시작했다. 역 앞에 벌써 지영이가 나와 있었다.
청바지에 베이지색 면티를 입고 있었는데 헐렁한 티를 입었음에도 날씬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난다. 하긴 이미 내눈에 콩깍지가 씌워져 있는데 뭘 입었던들 안이뻐 보였을까?
내가 급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언제왔어? 내가 늦었지?]
지영이가 대답했다.
[뭐.한시간전에 온걸로 해둘게요.]
내가 놀래서 물어봤다.
[한시간이나 기다렸어?]
지영이가 웃으면서 말한다.
[그냥 그런걸로 하자고요. 아저씨!!]
전에 만났을때 회종류를 좋아하는걸 알았기에 단골 퓨전 음식점으로 데리고갔다. 사장이 사진찍는데 일가견이 있는 젊은 친구인데 자기가 개발한 요리를 파는 숨겨진 맛집이다. 작고 허름한 건물 2층에 있고 간판도 없어서 아는 사람만 알고 찾아가는 조용하고 맛있는집 메뉴는 초밥부터 육회 물회에다가 가물치 탕수육과 치즈 고로케가 맛있는 작은 주점겸 식당이다. 술집 입구 부터 해서 사장이 찍은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지영이는 들어오면서 신기한지 둘레 둘레 사진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이 동네 자주 오는데 이런데가 있는줄 몰랐어요.분위기 좋다.] [응 음식 맛보면 더 놀랄거야 정말 맛있거든]
그렇게 우리는 또 술집에서 면접(?)을 봤다.. 컨셉을 면접으로 잡았기 때문에 이것저것 캐묻기는 좋았다..
의사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본 여러 사례들.. 어? 갑자기 주병진이 왜 떠오르지... 아청법은?? 아 미성년자 아니니까 상관없나..? 짧은 시간동안 무수히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지영이는 한손으로 턱을 괴고 똘망 똘망한 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언제 까지 숨길수 있을것 같냐..
[동네에서 작은 병원해...]
갑자기 눈이 더 커지면서 묻는다.
[와.. 아저씨 의사였어요?] [응 그렇게 안보여?] [네]
너무나 당당한 대답에 당황해서 말했다.
[그럼 뭐하는 사람 같은데..?] [밖에서 에어컨 설치 하는 사람..] [뭐??]
내가 좀 까맣긴 하다..야구를 워낙 좋아해서 주말에 사회인 야구 시합에 나가고, 골프친답시고 필드 나가면서 여름에 더 탄것도 있고.. 미혼에 여자친구도 없으니 하고 싶은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남들이 봤을때 나는 그렇게 보이는구나..평소에도 알고 있긴 했지만 대놓고 면전에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는데 당돌한 아이네
[내 얼굴이 뭐?] [남 피부 치료 해줄 얼굴은 아니잖아요.] [넌 얼굴로 치료하냐?] [그래도 피부과 선생님이 피부가 그렇게 까마면..병원에서 관리 안받아요?] [내 얼굴에 내가 레이저 쏠 수는 없잖아. 혼자 하는 병원인데 다른 사람한테 시술 해달라고 할 수도 없고. 야 그리고 나 진료할때는 마스크로 얼굴 가리고 하니까 괜찮아]
이렇게 얘기 하니까 또 크게 웃는다. 웃는걸 보니 예쁘다는 생각이 들다가 기분이 씁쓸해졌다. (내가 마스크로 얼굴 가리는게 그렇게 웃긴가?)
한참 웃더니 말했다.
[그런데 나 간호과 아닌데~~ 어떻게 병원에 취직해..]
(원장 사모로 취직하면되지..) 이소리를 애써 삼키고 말했다.
[병원에 간호사만 있는거 아닌데 뭘..]
이런 저런 농담을 하면서 먹고 마시다 보니 어느덧 돌아가야할 시간이 됐다.
[가자 데려다 줄게..] [안돼요] [왜?]
날 보더니 막 웃는다.
[아 글쎄 안돼요.]
대충 알것 같다..
[그래 조심히 들어가고 들어가서 문자해..] [요새 누가 문자해요.. 톡할게요~~]
그렇게 지영이와 했던 즐거운 면접은 끝났다.
집에 들어가면서 가게 유리창에 비친 내모습을 봤다. 젊었을적 날씬하고 탄탄하던 나는 없고.. 배 나온 중년의 아저씨가 서있더라.. 다행히 머리는 안벗겨졌다.숱이 좀 적어지긴 했어도.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나라도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하기 싫겠다.운동해야지..)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가 반겨 주신다.
[늦었네. 저녁은?] [먹었어요. 내일 부터는 좀 늦게 들어올거예요.] [왜? 뭔일 있어?]
은근히 기대하는 말투다.
무슨 기대인지 뻔히 알고 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며느리인지 손녀인지 구분 안갈정도의 어리고 예쁜 아가씨를 데려올게요) 속으로 생각하며 말했다.
[응 운동좀 하고 들어올려고. 요즘 배 나온거 같아서]
살짝 실망한 눈치로 어머니가 말했다.
[운동은 골프 치잖아? 야구도 하고] [그게 운동이 되나요..40 넘으니까 몸이 무거워 지금부터라도 신경써야 겠어요.]
첫댓글 마지막에 레스토랑스 기대했는데
레스토랑이 안나와서 아쉽가
왜 시공의 폭풍 없는지 궁금해한 게 나뿐이 아니었네ㅋㅋ
히오스 ㅇㄷ
네?
지영이? g(0)이??
이분 삽자루 수강생이신듯
뭐야 정상적인 글이잖아!
헬스장에서 시공의 폭풍으로 빨려들어가게 되는데..
꼴갤문학인줄 알았는데
'-'
죽음이..너희곁을 걷는다는 건
제목 이걸로 바꾸는 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