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의 길] (82) 제3화 마침내 장사를 시작하다 ①
“오늘은 개업하는 날이야”
기사입력 : 2013-04-29 01:00:00

날이 서서히 밝기 시작했다.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봄비 치고는 제법 굵은 빗줄기였다. 장대한은 이윤자의 몸에서 떨어져 일어났다. 운명의 날이 밝아온 것이다. 이윤자가 그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와락 껴안았다.
“조금만….”
이윤자가 어리광을 부리듯이 말했다. 장대한은 이윤자를 껴안고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이윤자는 한없이 부드럽고 풍만한 몸을 갖고 있었다.
“오늘은 개업하는 날이야.”
장대한은 이윤자의 입술에 키스하고 일어났다. 이윤자가 그를 따라 일어나 옷을 입는 것을 거들어주었다.
‘이젠 봄이다.’
장대한은 비를 맞고 공터로 나갔다. 빗속에서 멀리 빌딩들의 모습이 보였다. 빌딩들은 빗속에서 우뚝 솟아 있었다. 장대한은 담배를 피우면서 비를 맞고 한참 동안 서 있었다. 지난 몇달 동안 이곳에서 부자가 되겠다고 수없이 맹세했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할 것이다.’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나는 반드시 부자가 될 것이다.’
장대한은 또다시 맹세를 했다. 빗줄기가 차갑게 몸을 적셨다. 장대한이 방으로 돌아오자 이윤자가 커피를 끓여 가지고 왔다.
“벌써 가게 나가려고? 빈속에 괜찮겠어?”
“괜찮습니다.”
장대한은 이윤자를 안아서 키스를 하고 커피를 마셨다. 이윤자는 그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목욕하고 나가.”
“목욕이요?”
“손님에게 먹을 음식을 준비해야 하니까 깨끗한 게 좋잖아?”
이윤자가 눈웃음을 쳤다. 장대한은 그녀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나와 가게로 가다가 사우나에 들렀다. 30분 동안 목욕과 샤워를 하고 가게로 나가 문을 열었다. 신장개업이라는 종이도 준비해 놓았지만 9시가 되어서야 유리창과 벽에 붙일 작정이었다.
컴퓨터를 부팅시켜 주식시장을 살폈다. 장윤수로부터 여러 건의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어제도 바쁜 와중이었으나 주식을 두 번이나 사고팔았다. 주식투자를 한 지 며칠 되지 않았으나 300만 원의 수익이 있었다.
가게를 청소하고 개업 점검을 했다. 육수도 끓이기 시작했다. 고명도 잔뜩 만들었다. 은행에서 잔돈도 바꿔 카운터의 계산기에 넣었다. 개업 날이니 적지 않은 손님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업시간은 아침 10시부터 밤 10시로 잡았다.
아침 9시가 되었을 때 주난영이 소개한 아줌마가 왔다. 그녀는 40대 초반으로 이름이 김정자였고 후덕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안녕하세요? 일찍 나오셨네요.”
그녀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눴을 때 주난영과 정옥란이 왔다.

[거부의 길] (83) 제3화 마침내 장사를 시작하다 ②
“친절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기사입력 : 2013-04-30 01:00:00

주난영과 정옥란은 우산을 썼으나 비를 맞았다. 그녀들이 호들갑스럽게 옷에 묻은 빗물을 털어냈다.
“개업 날이니 한 가지만 이야기하겠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손님들에게 미소를 지으세요. 친절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장대한은 여자들에게 당부했다.
“네. 잘 알아모시겠습니다.”
주난영의 말에 여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9시 30분이 조금 넘자 떡집에서 떡이 배달되었다. 주난영을 비롯하여 여자들이 떡을 일회용 접시에 담아 이웃 사람들에게 바쁘게 돌렸다.
“화환입니다.”
출판사와 장윤수가 화환을 보내왔다. 장대한은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신문사 동료 중에는 화분을 보낸 사람도 있었다. 장대한은 일일이 그들에게 문자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도 화분이 왔다.
“칼국수 둘이요.”
10시가 조금 넘었을 때 첫 손님이 왔다. 장대한이 주방에서 내다보자 젊은 남자 둘이었다. 장대한은 긴장하여 면을 뽑아서 끓였다. 첫 손님이라 양을 충분하게 담고 고명도 넉넉하게 얹어주었다. 정옥란이 칼국수를 받아서 손님상에 갖다 주었다. 손님들은 작은 항아리에서 김치를 꺼내 썰고 있었다. 장대한은 주방에서 그들을 예의주시했다. 다행히 손님들은 맛있게 먹는 것 같았다.
“어서 오세요.”
주난영의 목소리에 내다보자 50대 후반의 사내였다.
“칼국수가 3500원이요?”
“그럼요. 어서 앉으세요.”
“그렇게 싸게 팔아서 장사가 되나?”
50대의 중년 사내는 인상이 좋았다. 젊은 손님들이 나가면서 맛있다고 칭찬을 했다. 장대한은 기분이 좋았다. 손님들이 맛있다고 하면 반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11시쯤 되자 신문사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주방에 있는 장대한에게 일일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싸게 팔아서 이익이 남겠어?”
기자들은 칼국수를 먹으면서 땀을 흥건히 흘렸다. 손님들 대부분이 칼국수가 싸다고 아우성이었다.
“멀리서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장대한은 동료 기자들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다.
“블로그에 올려줄게.”
“나는 페이스북에 올릴게요.”
기자들은 칼국수를 스마트폰으로 찍느라고 한바탕 법석을 떨었다. 대박집은 구전으로 소문이 나야 한다.
장대한은 점심 시간이 되자 정신없이 바빴다.

[거부의 길] (84) 제3화 마침내 장사를 시작하다 ③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어요?”
기사입력 : 2013-05-01 01:00:00

그들이 칼국수를 먹고 돌아가자 다른 팀이 몰려왔다.
“장 기자, 우리 외상도 주나?”
기자들 중에 편집부장 출신의 오윤태가 너스레를 떨었다.
“그럼요. 조금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몇 년 동안이라도 외상을 드리겠습니다.”
“몇 년 동안 실업자 노릇 하라는 소리야? 뭐야?”
“그럴 리가 있습니까? 오해입니다.”
기자들이 왁자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기자들은 점심시간을 전후하여 30여 명이나 왔다가 갔다. 점심시간에는 이웃에서 장사하는 사람들도 몰려왔다. 가게가 가득 찰 정도인데 소상공인지원센터 사람들까지 와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줄을 선 것을 보니 대박집이네.”
강연주가 웃으면서 기다리는 사람들 사진을 찍었다. 그녀도 페이스북에 올리겠다고 했다. 장대한은 그들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점심 시간이라 정신없이 바빴다. 장대한은 혼자서 칼국수를 끓이는 일이 벅차서 김정자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설거지도 여간 바쁘지 않았다. 설거지를 마친 그릇이나 물컵은 소독까지 해야 했다.
‘개업 날이라 손님이 이렇게 많은가?’
장대한은 가게가 북적대는 것에 만족했으나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했다.
“사장님, 잠깐만 기다리세요.”
장대한이 부지런히 칼국수를 끓일 때 김정자가 말했다.
“예?”
“땀이 나고 있어요. 음식에 떨어지면 안 되잖아요?”
김정자가 수건으로 장대한의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김정자의 몸에서 은은하게 화장품 냄새가 풍겼다. 그녀는 나이에 비해 서글서글했다. 장대한은 오후 3시가 되어서야 겨우 시간을 냈다. 여자들과 함께 식사하고 컴퓨터로 주식을 팔고 샀다. 손님들은 그치지 않고 몰려왔다. 개업 날이기 때문이 아니라 값이 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장대한은 내일 장사를 할 준비를 했다. 저녁때가 되자 다시 손님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저녁 시간인데도 홀이 가득 찰 정도로 손님이 있었다. 인근 사무실에서도 손님들이 몰려왔다. 유니폼을 입은 아가씨들 손님이 많았다.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어요?”
주난영이 손님들에게 물었다.
“페이스북에 올라왔어요. 정말 맛있네요.”
사무실 아가씨들이 말했다.
“배달은 안 합니까?”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이 물었다.
“네. 배달은 못 해요.”
“그럼 포장은요?”
“포장도 어려워요.”
주난영은 싹싹하게 손님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정옥란보다 훨씬 서빙을 잘했다. 장대한은 배달이나 포장은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거부의.__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