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도 않으면서 전화로 휴강시키고
우히히히, 베개를 끌어안고
뒹구는 사람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
금방 거짓말이 될 비밀들이
가슴속에 가득한 사람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혼자가 되는 사람
휴대폰과 인터넷과 디스커버리 채널의
정글 너머에
어쩌다 출몰하는 사람
사람이 되란 말이 가장 무서운 사람
사람인 듯 사람인 듯한 사람
나는 이 사람이 이상하다
나는 요즘 오직 이 사람한테 관심이 있다
-『중앙SUNDAY/시(詩)와 사색』2024.08.24 -
누군가 혹은 어떤 대상에 마음이 이끌려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관심이라 말합니다. 관(關)은 빗장이라는 의미. 문을 가로질러 잠글 때 사용하는 나무나 쇠막대기 같은 것 말입니다. 관심은 먼저 이 빗장을 풀어두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어떤 반가운 것들이 새롭게 나에게 다가올지 기대하며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두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관심은 다시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으로 완성됩니다. 내가 이미 마음에 들인 대상만을 살피겠다는 의지이자 번다한 것들은 새로 들이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으레 ‘사랑’뒤에 ‘관심’이라는 말이 따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가을의 시작, 다시 내 마음의 빗장을 매만져야 할 때입니다.
〈박준 시인〉
Bagatelle No.3: Dreaming Tears in a Crystal Cage · Ezio Bos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