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계획에 없는 즉흥적인 여행에 이골이 났을만도 하지만, 정말 우리남편은 못말린다. 점심을 먹다가 태풍 우쿵이 온다는 뉴스를 들으면서도 "우리 울진바다에나 갈래?" 하기사 이번 여름방학엔 뚜렷한 여행다운 여행이라곤 해보질 못 했다. 월요일이면 개학이라는데 성인이는 무조건 따라간단다. 혜인이는 몹시도 고민을 하더니 집에서 공부하겠단 걸 온갖 감언이설로 저녁이면 돌아온다고 꼬여서 데리고 갔다.
기분이 한껏 좋아진 성인이는 경품으로 받은 치토스 네 봉지를 들고 가서 우리를 기쁘게 해줬다. 출발부터 신난다. 아마도 치토스 네 봉지의 위력이리라.
불영계곡을 구비구비 넘어가며 보는 계곡의 절경은 가히 동양화 한 폭이다. 멋진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부슬부슬 오는 빗길에 차를 노견에 주차하고 촬영하기가 좀 위험했다. 정자에 도착해서는 무성히 우거진 숲으로 인해 계곡의 바위는 카메라에 좋은 모습으로 잡히질 않았다. 안전이 먼저이기에 빗 속을 무리할 필요는 없겠지.
▲화장실도 이용할겸해서 '민물고기 전시관'에 들렀다. 이렇게 재밌는 곳을 전에 그냥 스쳐 지나갔던 것이 후회가 될지경이다. 빗방울을 맞으며 온가족이 아이마냥 신나게 놀았다.
▲ 철갑상어. 고급요리의 대명사인 철갑상어가 민물고기라니? 팜플렛엔 이렇게 쓰여있다. '철갑상어는 약 2억 5천만년 전에 출현한 어종으로 담수어류 중 가장 크며 수명이 긴 물고기이다. 몸은 길고 원통형이며 주둥이는 길고 뾰족하다. 입은 주둥이 아래에 있고 4개의 입수염이 있다. 꼬리지느러미는 부정형 몸에는 마름모꼴의 단단한 비늘이 나란히 다섯 줄 늘어서 있고, 비늘줄 사이의 피부가 드러나 있다.'
궁금해서 다음 백과사전을 찾아봤다. '대부분의 종은 바다에 살며 몇 년에 1번. 봄이나 여름에 산란을 위해 강으로 올라온다'
그러니까 연어처럼 바다에 살면서 산란을 위해 민물로 올라오는 물고기구나. 왠지 '철갑상어'하니까 민물과는 안어울리게 사나운 이름으로 들려서....
▲ 물고기들이 소리도 듣나? 말을 하니 우루루 우리가 있는 곳으로 몰려들어 장관이었다. 순간 인어공주가 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어디선가 'under the sea' 음악이 나올것만 같다.
▲ 그런 느낌을 가져본 적이 있다. 무언가 골똘히 쳐다보면서 아무 생각도 않으면 마치 내가 그 안에 빠져있는 듯한 느낌. 나도 마치 저 속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듯하다.
▲ 비가 오니 관람객이라곤 우리가족 뿐이다. 누가 태풍이 몰려오는 바다를 가겠는가? 그러니 영화에서처럼 놀이동산을 홀로 즐기듯, 우리가족은 민물고기 전시관을 단독으로 즐기고 있다. 이 얼마나 횡재수냐? 저 멀리 백로가 날아다니고..... 갑자기 백로가 이 먹이밭을 발견하여 동료들에게 알린다면? 엉뚱한 생각이 든다. 근데 왜 새들이 이 곳엔 날아들지 않을까? 뭔가 조치를 해놓은 것일까?
▲ 연어, 숭어, 초어 등등 뜰채로 퍼득이는 물고기들을 들어올려보며 신이났다.
▲ 비를 가릴려고 덮어쓴 수건이 남편에겐 아랍사람의 터어반이 되었다.
▲ 우리가족은 철이 덜 든 가족인가보다. 이 물고기 전시관이 왜 이렇게 재밌는지? 비를 그대로 맞으며 돌아다녀도 신나기만 했다.
실내 전시관엔 버들치.금강모치, 열목어, 산천어,어름치,쉬리,갈겨니,통가리,메기,납자루 등등. 이름만으로도 맑은 햇살 비치는 계곡이 연상된다.
정작 목적지인 '죽변 어시장에 가서 회 한 접시'는 어떻게 되었을까? 바닷가로 가니 키보다도 더 높은 파도가 몰려오고, 비바람은 우산조차도 쓸 수 없었다. 죽변 어시장은 모두 문을 닫고 '장미다방'이라고 쓰인 어촌의 작은 다방만 문이 열려 있었다. 참으로 희안한게 태풍 '우쿵'이 온다는데 왜 아무도 바다에 가는 것에 제동을 걸지 않았을까? 그것도 바닷가의 파도를 보고 모두 '참!' 하면서 생각을 해내다니? 못말리는 우리가족이다. "우리가 언제 뉴스에서나 보던 태풍이 오는 바다를 보겠냐?" 그 한마디에 모두 동의를 하고 집으로 차를 돌렸다. 아쉬운 마음에 울진읍의 롯데리아에 들러 치킨 한 마리를 회 대신 사들고 차 안에 냄새를 퐁퐁 풍기며 돌아와야 했다. |
출처: 풍경화처럼 원문보기 글쓴이: agenes
첫댓글 아주 아주 재미있었던 여행을 저도 같이 한 듯 신나네요.아마 아네스님의 글솜씨도 한 몫을 했을 듯....태풍이 오는 바다를 향해가는 가족들에게 모험의 신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