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오봉옥(34)이 13일 프리에이전트(FA) 신청을 포기하고 내년 연봉 1억원에 재계약했다. 올 연봉 1억3,000만원에서 23.1% 삭감된 금액에 팀내 처음으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프로 11년 만에 FA 자격을 얻은 오봉옥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FA 공시일인 15일보다 앞서 FA의 꿈을 버린 것은 올시즌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기 때문. 올시즌 40경기에 출전해 1승3패 방어율 3.31의 성적은 내는 데 그쳤다. 그는 “구단도 FA 선언을 바라지 않았다. 올시즌 부진했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봉옥은 FA 포기선언을 한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12일부터 광주구장의 잔류군 훈련에 합류했다.
지난 92년 삼성에 입단해 13승무패2세이브로 ‘100% 승률’의 신기원을 일구며 승률왕을 차지하던 오봉옥은 96년 쌍방울을 거쳐 99년 해태로 트레이드됐다.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도 지난해까지 3년연속 100이닝 이상을 던지며 6승(9패)8세이브→4승(7패)8세이브→5승(5패)14세이브를 올려 중간계투와 마무리로 제 몫을 했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젊은 투수의 성장과 지난해 돌아온 베테랑 잠수함 이강철의 분발로 자주 기용되지 못했다.
오봉옥은 남들이 한몫 잡는 FA를 선언조차 못 해보고 포기하는 게 아쉽지만 내년 시즌 부활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김성한 감독도 “(오)봉옥이는 경험이 풍부하고 배짱이 두둑해 우리 팀에 꼭 필요한 투수다. 열심히 한다면 내년 시즌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위로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졌듯 기아 마운드의 약점은 부실한 허리. 오봉옥이 살아난다면 허리가 튼튼해진다. ‘FA 포기’의 칼날을 숨긴 오봉옥은 “모든 것을 훌훌 털고 팀 우승을 위해 내년에 더욱 열심히 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