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참나무 이야기
일요일 오후 집위에 있는 산에나 갈까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비가 일찍 내리기 시작한다.
운동도 좋지만 비오는데 산에 가는 것도 미끄럽고 하니 평소대로 티비 리모콘 이리저리 돌리다 유튜브에 올라온 두들 마을 이야기에 잠깐 정신이 팔렸다.
재령이씨 집성촌인 두들 마을은 석계 종택이 있는 곳으로 장계향의 음식디디미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석계 문중은 영남 7대 명문가 중 한 문중에 속하기도 한다.
영남 7개 명문가란 꼭히 어떤 기준에 정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선대 조상들 간 사승과 혼맥 등으로 맺어진 인연을 소중히 이어가며, 건전한 사회풍조와 향토문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1980년에 유종회란 이름으로 결성되어 올해 40년이 된 모임이다.
일반 유림단체는 각 개인이 회원이지만 유종회는 문중으로 구성되어 있고 순서에 따라 1년 임기의 유사 문중을 정하고 유사 문중의 주관으로 문중 유적 등을 돌아보고 선현들의 흔적에서 배움을 취하는 형태다.
회원이 되는 문중은 다음과 같다.
여강이씨 문중의 유심회, 풍산류씨의 부용회, 의성김씨의 청류회, 진성이씨의 동인회, 인동장씨의 인의회, 재령이씨의 자미회, 전주류씨의 기산회등 문중 모임 들이다.
본론이 빗 나가긴 했지만 이 문중의 공통점은 영남을 대표하는 명문가 답게 나라가 어려울때 이들 문중에서 의병이나 독립 운동 등을 주도 하였고 가뭄으로 인한 기근에는 나눔을 실천 하는 등 한국의 명문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모범적인 집안 들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문중 마다의 다른 좋은 이야기들은 다 제외하고 흉년이 들았을때 각자 문중의 방식으로 인근에 사는 백성을 구제했던 활동중에서도 공통적으로 시행했던 활동 중 가슴에 와 닿았던 내용이다.
이 7대 명문가 마을에 가면 공통적인 것이 마을이나 집 주변에 굴참나무가 많다는 것이다.
흉년이 들어 식량이 부족하면 이 꿀밤을 수확하여 주변 어려운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 식량을 대신하게 했다는 이야기 인데 참 지혜로운 나눔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릴적 고향 밀양에는 집집이 대부분 감나무 한.두 거루 정도가 있는게 전부인데 아마도 조선시대는 기온이 지금보다는 낮았으니 경북 지역 정도면 감나무가 생장하는 환경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굴참나무를 심어 꿀밤으로 어려운 이웃읗 돕는다는 생각은 참 아름다운 생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문 밖에 살통을 비치 해 놓고 살을 담아 놓으면 끼니를 해결할 수 없는 사람이 밤에 몰래 쌀을 퍼 갈 수 있도록 배려한 집안도 있고 나름의 나눔을 실천한 집안도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어려운 이웃 구제를 위한 활동을 한 문중도 있다고 하니 가히 명문가라 아닐할 수 없다.
모름지기 명문가란 학식이 높고 벼슬이 높은 사람을 많이 배출했다 해 서 명문가가 되는 기준은 아닐 것이다.
학문은 물론 이고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역할과 의무를 다하고 주변 사람들로 부터 사회적 활동을 인정 받을때 명문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 모두가 지금은 각자 다른 지역에서 삶을 이어 오고 있을지 모르지만 얽히고 섥힌 혼맥과 혈연 관계를 더듬어 보면 그 옛날 우리네 조상님들은 흉년과 기근으로 혹시 그 굴참 나무에서 수확한 꿀밤 몇 되박의 은혜는 입었을 수도 있지나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어제부터 내리던 봄 비는 아직 그치지 않았다.
아파트 베란다 넘어 바라다 보이는 산색의 연두 빛이 싱그럽다.
키가 높아 늦은 탓이기도 하겠지만 막 새순을 티워낸 굴참나무의 여린 연두빛 새순도 파스텔톤 수채화의 그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