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1-6'이라 새겨있는 초록의 표지판이 문 위에 달려있는 교실 앞에 멈춘 진유린.
멈추자마자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활짝 여는 그녀,
당연히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학생의 시선이 유린에게 향한다.
"어머! 누, 누구니?"
화장두께를 재보면 2cm는 나올법한 한 여선생이 한 남학생을 칠판 앞에 새워놓고 그 남학생의 하체에 엉덩이를 거의 들이 밀듯이 바짝 밀착시키고는 자기 딴에는 유혹적이라는 미소를 짓고 있는데 순간 문이 열리니 꽤나 당황했을 것이다.
"누....... 누구야? 방송국에서 촬영 온거 아니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신인인가? 진짜 예쁘다."
"야, 교복 입고 있잖아! 방송국에서 찾아온 연예인이 교복입고 있겠냐?"
유린은 남학생의 하체에 엉덩이를 바짝 들이밀고 있는 여선생을 흩어보더니 눈살을 찌푸리고 그들에게 저벅저벅 걸어가면서 말했다.
"이 선생 꼬락서니를 보니 이 학교 수준이 이해가 가는구나, 씨발."
그녀의 고운 음성에서 입에 담기도 험한 욕설이 나오자 학생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쳐다보더니 여선생의 반응이 궁금해서 여선생도 쳐다봤다.
그러자 여선생은 놀라서 얼른 남학생에게서 떨어지더니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져서 유린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보, 보아하니 전학생 같은데 선생님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그러자 유린은 피식 웃더니 여선생의 손가락을 잡았다.
"이 학교는 선생이 학생한테 꼬리치는 법도 가르치나?"
"이, 이거 안 놔!!"
그러자 가만히 있던 남학생 역시 픽- 웃으며 말했다.
"맞는 말이지,
난 교실에서 괴물들한테 시달리는 게 힘들어서 친구를 불렀는데 그 녀석이 오자마자 엎드려서 자니까 열 받아서 혼자 괴물들한테 시달려 보라는 뜻으로 육반에 선생 심부름을 온 거지.
근데 내가 왜 이런 추태를 당해야 하는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고는 반 학생들을 향해 손을 휙휙 젓더니 진유린의 어깨를 툭 치고는 문을 나갔다.
방금 그 남학생이 나가고는 꽤나 고요해진 교실. 처음 말문을 연건 유린이었다.
"네가 담임이냐?"
"아, 아니."
유린에게서 풍기는 위압감 때문에 반말인데도 소리치지 못하고 얼떨결에 대답해 버리고만 여선생.
"보아하니 영어 선생인 것 같은데 창피한 꼴 보기 전에 빨리 가서 담임 불러와."
그렇게 3분가량 허공을 응시한 채로 담임을 기다리는데 남학생들이던 여학생들이던 모두 유린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걸 당연한 말이였다.
그렇게 해서 들어온 담임이라는 남자는 정말, 정말로 최악이었다.
일주일은 씻지 않은 것 같은 머리는 얼마 남아있지도 않은 50대 아저씨 머리였고,
개떡같이 큰 얼굴에선 개기름 비슷한 것이 흐른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했으며,
목은 자라목 이라 해도 될 만큼 짧았고, 피부는 누런색을 띄는 정말 보기 안쓰러운 색이었다.
키는 155cm도 못 넘을 것 같이 몽땅했고, 뱃살은 터져 나올 듯 돼지를 연상케 하는 뱃살이었다.
아까 나갔던 그 여선생보다 외모는 훨씬 더 최악.
"아하하, 네가 진유린이구나."
그가 웃어보이자 유린을 포함한 모든 학생들이 다 얼굴을 구겼다.
누런 이빨이 다 들어나는 웃음....... 웃음이 저렇게 보기 안쓰러운 사람도 있구나.
유린에게 은근슬쩍 다가오더니 유린의 어깨를 감싼다.
"손 치워!!!"
순간 어디선가 또다시 들리는 남자치곤 낮지 않은 중성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들림으로 유린은 미처 담임의 손을 떼어낼 생각조차 못하고,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놀라 한중을 쳐다보는 것 밖에 못했다.
"씹새야, 손떼라고 했어. 내 여자한테서 손떼라고!!"
모기의 연인이라는 드라마에서 히트쳤던 대사를 전혀 낯간지럽지도 않게 말하는 김한중.
하지만 그의 표정은 정말 화난 듯 했다.
담임이 유린에게 좀만 더 가까이 한다면 정말 주먹이라도 나갈 기세였다.
"아니, 저기...... 하, 한중이구나 무슨 일 있는 거냐? 네가 우리반엘 다 오고."
김한중을 본 담임이 유린에게 얼른 떨어져서는 땀까지 삐질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김한중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최소한 한두 번은 들어봤을 법한 한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기업사장의 아들이었고 그의 비위를 건드린다는 것은 곳 자신의 모가지를 내놓는 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 학교의 교장은 돈만 준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사람이었기에,
반 학생들과 유린이 놀란 것은 담임의 태도가 아니라 한중이 한 말이었다.
"씨바라, 내가 왜 네 여자냐?"
들뜬 마음과는 정반대로 평소의 습관처럼 툭 튀어나가고 마는 말.
"내가 찍었으니까."
언제나 간결한 대답. 저 단답형의 말투가 더 매력적인 김한중이었다.
그중에 환호하는 학생은 세명도 체 안됐고,
그들도 다른 학생들이 같이 환호를 안 해주니 김빠졌는지 시무룩해서 환호를 그만두었다.
여학생들은 눈에 불을 켜고 유린을 눈이 튀어나갈 정도로 째려보았고,
남학생들은 입술을 깨물며 한중을 너무너무 부럽다 못해 질투까지 난다는 눈길로 쳐다봤다.
"진유린, 난 간다. 똥강아지가 깽깽거려서."
그 한마디를 남겨놓고는 또다시 어이없게 사라지는 김한중.
"아, 아니. 저, 저....... 저기 창가에 앉을래?"
담임도 너무 당황해선지 말을 제대로 못 잇고 그 말만 하고는 후다닥 사라진다.
머리를 긁적이며 담임이 알려준 자리로 걸어가는 도중에 종소리가 울렸다.
[Ding ling-.]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당연지사,
쉬는 시간이 오자마자 물 만난 물고기처럼 교실에 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은 개떼같이 달려왔다.
계속 되는 질문에 그녀는 대꾸할 생각은 전혀 없는지 귀찮은 표정으로 눈을 감고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들이 조용해 지더니 유린의 자리에서 멀어졌다.
유린은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왜 그런가 볼 생각으로 눈을 빠끔히 올렸는데 한 여자가 도도한척 팔짱을 끼고 유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물론 유린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별로인 얼굴이지만 좀 날카롭지만 큰 눈동자에 이목굽이는 그런 대로 뚜렷하고,
얼굴형도 그런 대로 잘 어울렸기에 예쁘장하다고 말하기가 적당했다.
외모로 봐서 분이기는 유린의 거의 정 반대였다.
진유린의 투명한 유리창만큼 하얗고 뽀얀 피부에 비해 이 여자의 피부는 매력 있게 선탠을 한 것 같은 까만 쪽의 세련된 미인을 생각나게 하는 피부.
교복은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꽉 줄여서 인지 가슴 쪽은 터질 정도였고 치마는 살짝만 몸을 움직여도 속살이 훤히 다 보일 것 같아 딱 보기에도 그녀가 날라리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학교의 규칙은 완전 무시라도 하고 다니는 듯 머리는 자신이 연예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노란병아리처럼 샛노랗게 염색을 했고 웨이브를 했지만 머리를 너무 많이 만졌는지 머리칼이 완전 상해있었다.
"너 전학생이지?"
약간 비웃음 비슷한 미소를 흘리며 건방진 투로 유린에게 물어보는 그녀, 그녀의 이름은 윤혜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