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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청주 공연을 끝내고 당분간 청주에선 공연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있었기에, 친한 선배들 둘셋과 함께 조촐한 술자리를 가졌다.. 시간이 지나자 한명씩 사람들은 갔고 결국 그와 나만 남게 되었다..
185cm가 훌쩍 넘은 큰 키에 운동으로 탄탄히 다져진 근육, 노랗다 못해 하얘보이는 염색한 머리, 기괴한 메탈 악세사리들.. 누가 봐도 양아치 스타일릭한 외모지만, 누구보다 선하고 순수한 웃음을 가진 그이기에 고등학교 때부터 줄곧 친하게 지내왔던 오빠다..
옛날 얘기를 하며 남은 술을 기울이다 그가 문득, (여기서부턴 내가 청주 가면 쓰는 대화 쓰따일) "혜진아.." "왜,오빠? 왜 분위기잡구 그려?" "줄 거 있는디.." "뭐여? 왠일이여..맨날 힘들다구 징징대싸트니.." 그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낸다 "손 내밀어 봐.." 냉큼 내밀었다.. 손바닥 위에 떨어진 엄지 손가락만한 돌 하나.. 짙은 보라색인데,정제되어 있지 않은, 무척 커보이는 돌이었다.. 누가 보아도 무지 비싸보이는 원석같은 느낌.. "이게 뭐여? 어디서 난겨?" "당분간 너 안내려온다길래 너 줄라구.." 순간, 감동..복잡..부담.. "근데 이게 머여? 비싼 거 아니여?" "자수정이랴..안비싼겨.." "미친 거 아녀? 어쩌라구 이러는겨.." 말은 그렇게 했지만 워낙 친했던 선배라, 넘 고마워서 눈물이 날 듯했다.. "어디서 난겨? 오빠가 산겨? 꽤 비싸보이는디.." 그랬더니 그가 "어..그거.." 하며 신나게 말하는데.. . . . . . . . "초정(천연사이다로 유명한,물이 좋다는 청주 근교 지역)에 목간하러 갔는디, 거시기있잖여..왜 초정원탕..거기가 요번에 찜질방같은 걸루 시설 다 바꿨거덩.. 거기 사우나하러 들어갔는디,보석들이 박혀있잖여..거기가 자수정방이랴.. 보석 좋아하는 너 생각나길래,또 요번에 가믄 언제 같이 무대 설지 몰라서 젤 큰눔으루 골라서 바가지루 박박 긁어서 뗘낸겨..그게.. 월마나 힘들었는지 몰러..땀 두배루 흘렸당께.. 오빠가 너 생각해서 힘들 게 구한 겅께, 그거 갖다 목걸이나 반지 만들문 이뿌겄다..하하하.."
너무나 신나 얘기하는 그에게, 돌려주며 다시 갖다 박아놓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 고이 받아서 책상 서랍에 보관중.. 누가 보석 세공하시는 분 없나~요? ㅡㅡa
그래도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큰 위안인 것 같습니다.. 가끔,정치적으로..이해타산에 젖어 사람이 다가오기도 하고 내가 그렇게 다가가기도 합니다.. 바라지 않고 사랑하며 아끼는 일.. 동감하지만 어려운 듯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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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벌거벗고 바가지로 열심히 자수정을 떼는 모습이 눈에 선해 한참을 웃었당께요
비싼거면...탕에 박아 놓았겠수? 담엔 장물말고... 좋은걸로 받길...ㅋㅋ
푸하하하~ 한동안 자수정 찜질방...거덜 나겠군...ㅡ,.ㅡ 나도 당장 가야지~
찜방 자수정이 없는 빈 공간은 사연이 있으리....
사투리쓰는 드리밍을 상상해 보니.. 캬캬....
그냥 구멍내서 목에 걸면 멋있듯...--*****...ㅋㅋ.
ㅋㅋㅋ
철마시설이 된곳은 다 이유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