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선녀 저처우린의 우울증
연구생 저처우린과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면서 접촉이 잦았다. 그녀는 수시로 우리들 침실을 드나들면서 필요한 내용들이 없는지 점검해주었고, 그때마다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자주 나눌 수 있었다.
저처우린은 우리들 침실을 방문할 때마다 향불램프를 새로 갈아주는 일을 도맡아 했다. 향불램프는 밤이든 낮이든 항상 침실에 켜져 있었다. 한번 불을 붙이면 하루 종일 꺼지지 않고 타는데, 초롱불보다 작은 불꽃인 향불램프의 향기는 다양했다. 어떤 향기는 기분을 매우 황홀하게 만들어주고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도 했다. 황홀한 향불램프의 향기를 맡으며 아니와 나는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는데, 저처우린도 가끔 우리들과 함께 춤추는 파트너가 되어주곤 했다.
저처우린은 참으로 맑은 눈과 고운 피부를 가진 미모의 선녀였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는 언제나 아름다운 향기가 배어나고 있었다. 함께 춤을 추며 저처우린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맡는 것도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저처우린이 우리의 침실을 방문할 때마다 이상한 점을 느꼈는데, 그 아름답고 고운 저처우린의 표정에서 알 수 없는 그늘을 발견하곤 했기 때문이다. 저처우린은 본래 명랑하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이기는 했지만, 문득문득 그녀의 눈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우수어린 표정을 발견하였다. 저처우린의 마음에 숨겨져 있는 그늘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아니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저처는 우리들과 어울릴 때 항상 밝고 명랑해 보이는데 가끔씩 그녀의 표정에 스치고 지나가는 어두운 그늘을 이해할 수 없소. 아니는 그 내용을 알고 있소?"
그러자 아니는 뜻밖의 대답을 했다.
“저처는 외로움의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는 나는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연구소에는 부드럽고 다정한 직원들이 가득하고 이 연구소 환경은 너무나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는데, 이런 곳에서 저처가 외로움의 병을 앓고 있다는 의미가 이해되지 않소. 이렇게 행복한 신선놀음을 즐기면서 외롭다니요?"
이어서 아니는 대답했다.
“친구는 많고 삶은 행복하지만 깊은 마음을 토로할 상대가 없어 저처의 마음에 외로움의 상처가 생겼어요. 지구 인류들에게는 상처도 되지 않을 아픔이 우리 샤르별에서는 큰 상처의 아픔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어요. 아마도 샤르앙이 듣기에는 행복에 겨운 사치 때문이라고 판단될 거예요. 그렇죠?"
"사실 그러한 느낌이 드오. 외롭지도 않게 보이는데 외롭다고 느끼고 불행한 그림자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세상에서 우울함을 느끼는 심리가 지나친 마음의 사치처럼 느껴지오. 아니도 저처우린처럼 외로움의 우울증을 앓아본 경험이 있소?"
"당연히 저도 마찬가지이지요."
"지금도 그렇소?"
"지금은 아니랍니다. 샤르앙과 함께 제 영혼의 모든 비밀들까지 털어놓고 이야기하며 순수한 우정을 나눌 수 있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답니다. 예전에 앓았던 우울증의 흔적들은 지금 내 마음에서 찾아볼 수 없어요."
"고차원의 정신세계에 도달해서 살아가는 존재들은 외로움이나 불행 따위의 느낌은 지워버리고 살아가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가보오. 샤르별의 신선인류들은 여자이든 남자이든 그리고 연령에 상관없이 저처우린처럼 우울증을 자주 겪으며 살아가오?"
“그렇지는 않아요. 신선의 남녀 초춘기에 찾아오는 현상인데, 초춘기에는 누구나 한번쯤 겪게 되는 사랑의 열병이지요."
"초춘기란 무슨 뜻이오?"
“나무로 말하면 한창 물이 오르는 시기라고 설명할 수 있지요. 지구인류들이 겪는 사춘기 같은 현상과는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구요. 초춘기의 현상은 마치 영혼의 짝을 기다리는 향수병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아요. 샤르별의 존재들이 빠르면 20대 초반 늦으면 30대 초반에 그 시기가 찾아오지요."
“샤르별 인류들의 초춘기는 육체의 짝을 기다리는 시기가 아니라 정신세계의 동반자이며 영혼의 파트너를 갈구하는 시기라는 뜻이군요?"
“그러한 표현이 적절하네요. 저도 다른 젊은이들에 비해 조숙한 편이어서 20대 초반에 들어서자마자 초춘기의 우울증을 겪었어요. 우주여행을 떠나 새로운 세상들과 만나면 그러한 우울증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것 같았어요. 지구 해저기지에서 생활할 때도 마찬가지였지요. 그 순간 샤르앙을 만났을 때 너무나 반갑고 행복했어요. 샤르앙과의 만남은 우주여행에서 얻은 가장 값진 선물이에요.”
"신선의 영혼도 고독을 느낀다는 의미군요?"
“신선놀음도 상대가 있어야 즐겁지요. 삶과 죽음을 초월한 신의 경지에 도달해서도 고독과 외로움은 견디지 못할 거예요. 혼자서 외롭게 우주의 절대자이면 뭐하겠어요. 아무리 고차원의 정신세계에 도달한 영혼이라도 상대가 없으면 불행의 늪에 빠져요.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도 지구 인류들의 삶에 비하면 엄청난 축복과 풍요로운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지구 인류들보다 오히려 고독과 외로움의 불행은 감당하기 힘들어요. 조물주도 그러한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만물을 창조하고 그것들과 대화를 나누어가지요."
“아니의 설명을 들어보면 그럴 듯한 설득력이 있소. 그러면 저처는 지금 초춘기의 적령기에 접어들어 영적상대자를 찾지 못해 외로움의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지요?"
“알아보나 마나 그러한 증세가 틀림없어요. 제가 이미 겪었던 현상이기 때문에 저처의 표정만 보아도 직감으로 느껴지지요."
“그 말을 들으니 저처에게 오히려 미안한 생각이 드오. 우리 둘만 행복하고 다정한 모습을 보여 저처의 고독한 영혼을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앞서오."
"그러한 생각보다는 저처의 외로움을 달래주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당한 도리에요."
“어떻게 하면 저처의 우울증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겠소?"
"샤르앙이 보다 깊은 관심으로 저처에게 마음을 열어주고 그녀도 깊
은 마음을 열고 가까이 다가올 수 있도록 배려해 주세요.”
“저더러 저처우린에게 영적인 역할을 맡으라는 뜻이오?”
"그렇게 해주세요."
“내 영혼의 짝은 아니 혼자라고 생각하는데…. 더구나 이 연구소에만 보아도 너무나 고상하고 멋진 젊은 남성의 신선들이 근무하고 있소. 그런데 저처럼 볼품없는 존재에 대해 저처가 영적 파트너로서 호감이나 가지고 있겠소?"
"샤르앙은 결코 볼품없는 존재가 아니에요. 우리 샤르별의 젊은 남성의 신선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고상함과 영적 신비로움이 묻어나오는 존재랍니다. 저처는 이미 샤르앙에 대해서 깊은 호기심을 품고 있어요. 샤르앙은 저의 소중한 영적 반려자이지만, 저처와 그 소중함을 나누어 갖고 싶어요."
“그러면 아니의 마음이 불쾌해지지 않소?"
“그런 속 좁은 마음은 우리 샤르별 선녀들에게 존재하지 않아요. 우리 샤르별 선녀들 사이에서는 서로의 우정을 위해 사랑을 나누어 갖는 일들로 해서 마음에 시샘을 느끼거나 불쾌한 생각을 갖지 않아요. 그러므로 마음 편하게 저처우린에게 가까이 다가가 영혼의 깊은 수발자, 수행자가 되어 주세요."
그 후로 아니는 일부러 우리들의 거처로 저처를 자주 초대했고, 침실에서 함께 생활하기도 했으며, 숲속을 산책하거나 온천수에서 목욕도 함께 하는 등 다정한 시간들을 함께 보내게 했다. 그러한 아니의 배려 때문에 저처와 가까워지고 허물없는 사이로 변해갈 수 있었다.
그러는동안 저처우린과 마음속 깊은 대화가 수없이 오고갈 수있었다.
아름다운 여성 저처는 마음에 품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끝없이 털어놓을 때가 많았다. 수다스럽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털어놓는 그녀의 실타래 같은 이야기들 속에는 밤하늘의 별과, 정원의 꽃송이들과, 풀섶에 속삭이는 바람결 같은 정서들이 향기롭게 펼쳐지는 것 같았다. 그런 향기로운 속삭임을 털어놓지 못해 저처가 외로움을 앓고 있었다니, 그녀의 그늘진 병이 차라리 아름답고 순결하게만 느껴졌다.
저처의 말 중에 잊혀지지 않는 한 마디는 "꽃에도 나비들이 찾아와서로 즐겁게 희롱하며 음양의 조화를 나누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자신의 처지가 너무 고독했어요."라는 일성이었다.
4차원 문명세계에서도 음과 양의 조화를 이상적인 삶의 법칙으로 여기며 우주철학적 사상을 품고 살아가는 면모를 발견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샤르별의 신선인류들은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것을 중요시 여겼으며, 남녀청춘의 사이에서도 육체를 욕심내지 않고 깊은 마음을 욕심내는 관습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저처는 나에게 실타래 같은 영적 이야기들을 털어놓은 후 한결 밝아지는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러한 그녀의 모습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내 기분의 의미는 무엇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빛의 나라 샤르별 신선들은 지구 사람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평화와 풍요로운 삶을 만끽하고 있지만, 의외로 고독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불행도 다반사로 겪고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너무 풍족하고 너무 행복에 겨운 나머지 겪게 되는 마음고생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마음고생은 우리 지구 인류들의 안목으로 바라볼 때 사치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著
첫댓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