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낮 12시 항공기가 제주공항에 가까워지자 40대 여성 승객이 통로를 지나는 승무원에게 “우리가 먼저 내리는 거 맞죠”라고 묻는다. 질문이지만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처럼 들렸다. 여기서 ‘우리’는 휠체어를 타고 온 뇌병변장애인과 보호자 30여 명을 제외한 비장애인 승객을 뜻했다. 같은 비행기에 탔지만 장애인 일행이 함께 움직이면 불편하고 늦어지기에 ‘우리’에서 배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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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장애인들은 사흘간 제주민속촌, 서귀포 치유의 숲, 범섬 등을 둘러보고 옥돔, 보말칼국수 등 제주의 맛을 느꼈다. 세계 일주를 한들 이들의 2박 3일보다는 값지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하영자(62) 씨는 “누군가는 힘들게 휠체어를 끌고 제주도까지 왜 여행을 가냐고 묻는다. 누구에게나 행복할 권리가 있지 않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여행 둘째 날 서귀포 치유의 숲의 오르막을 오르던 한성재(42) 씨의 휠체어가 잠시 멈췄다. 어머니 박명종(74) 씨가 숨을 고르기 위해서였다. 박 씨는 “휠체어를 탄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이렇게 넓고 깊게 다른 차원을 볼 수 있다”며 “힘들어도 같이 여행하면 참 재미있는데 내가 나이가 많아 더는 못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흘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다들 비행기를 타러 다시 제주공항에 모였다. 마지막 단체 사진을 찍는데 다들 아쉬움, 만족감, 행복감 등이 교차하는 복잡 미묘한 표정이었다. 깊은 생각에 빠진 것 같던 박 씨는 아들을 향해 “‘우리’라서 즐거웠다. 다음에 또 오자. 그때도 재밌게”라고 말했다. 아들은 시원하게 이를 보이며 웃음으로 답했다.
첫댓글 세계일주를 한들 이들의 2박 3일보다는 값지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게, 누구에게나 행복하게 누릴 권리가 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