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지평선을 마주한 아이에게 다니엘 파울 슈레버는 말했다 아들아 나도 지평선은 처음이구나 그러자 아이가 물었다 지평선이 뭐야? 슈레버는 곡식의 낟알을 살찌우는 가을볕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기 하늘과 땅이 맞닿아 만든 선 그것이 지평선이란다 그러자 아이가 다시 물었다 지평선에 갈 수 있을까? 슈레버는 황금빛 평야를 가로지르는 실개천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란다 그러자 아이가 되물었다 지평선에 가면 지평선을 밟을 수 있을까? 슈레버는 해넘이를 등지고 홀로 날아가는 홍부리황새의 날갯짓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평선에 가면 지금의 지평선은 사라지고 또다른 지평선에 결국 갈 수 없는 거 아냐? 슈레버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밀밭에 점점이 흩어져 이따금 허리를 펴는 농부들의 기지개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가가는만큼 지평선은 밀려나며 멀어질거란다 그러자 아이가 물었다 그렇다면 아빠가 거짓말한 거 아냐? 슈레버는 느긋하게 물결을 만들다가 사라지는 곡창지대의 여린 하늬바람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들아 나도 지평선은 처음이구나
다니엘 파울 슈레버는 좀처럼 해가 질 것 같지 않은 서녘의 시간 속에 아이와 함께 서 있었다 슈레버는 옆에 선 아이에게 한발짝 다가섰지만 아이는 그만큼 멀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