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를 상징하는 중심세력 합스부르크 왕가는 유럽 내 가장 강력했던 가문으로 꼽힌다. 오스트리아를 600여 년간 통치했던 합스부르크 가문은 지배 기간 동안 정치,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빈에서 합스부르크 왕실의 자취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중세 중부유럽을 이끌었던 합스부르크 가문의 생활상은 물론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예술과 문화도 알 수 있다.
호프부르크 왕궁
호프부르크 왕궁은 합스부르크 가문에서 주요 왕궁으로 사용하던 건물이다. 쇤부른 궁전을 여름 궁전으로, 호프부르크 왕궁을 겨울 별장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1279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빈 권력의 중심지였던 호프부르크 왕궁은 빈의 다른 어떠한 곳보다 왕실 역사가 풍부한 장소다. 처음 건축된 이후 증축을 거듭하여 고딕에서 르네상스를 지나 로코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축양식을 선보이는 왕궁이기도 하다. 현재 궁전은 오스트리아 대통령 집무실과 거주지로 사용하고 있다. 왕궁 내부에서는 시시 박물관, 왕실 거주 공간, 스페인 승마학교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황후 엘리자베스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시 박물관(Sisi Museum)은 호프부르크 왕궁을 대표하는 전시 공간 중 하나다. 시시 박물관은 엘리자베스 황후의 생애를 면밀하게 드러낸다. 황후의 초상화는 물론 파라솔, 부채, 장갑, 옷 등 개인 소장품 등이 전시된 박물관은 볼거리가 넘쳐난다. 전시장에는 헝가리 여왕이 된 이후 스위스 제네바에서 암살당한 엘리자베스의 사망진단서도 전시되어 있을 정도로, 황후의 삶을 꾸밈없이 보여준다.
프란츠 요제프(Franz Joseph) 황제와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의 거주 공간도 호프부르크 왕궁의 하이라이트다. 로코코 풍으로 꾸며진 방은 왕실의 화려한 문화를 드러낸다. 특히 엘리자베스가 대부분 시간을 보낸 운동실과 드레스 룸도 직접 관람 할 수 있다.
왕궁 정원
빈 왕궁 정원은 1809년 나폴레옹 군이 빈에서 철수한 후 도심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원으로 호프부르크 궁전 근처에 있다. 본래 황제의 개인 정원으로 설계되었지만 1819년 대중에 공개했다. 여전히 잘 보존된 정원은 도심 속 인파를 피해 잠시 휴식을 즐기기에도 적합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정원에는 여러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가장 유명한 동상은 모차르트 기념비다. 1896년 빅트로 틸그너(Viktor Tilgner)가 설계한 동상은 기념비 앞면에 모차르트의 대표작 돈 조반니(Don Giovanni)의 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뒷면에는 6살의 모차르트와 그의 아버지, 여동생이 함께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정교한 그림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모차르트 동상은 현재 왕궁 정원의 상징이다.
왕궁 극장
왕궁 극장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유일한 여성 황제, 마리아 테레지아(Maria Theresia) 지배 당시 지어진 건물이다. 왕궁 극장은 빈 최초의 극장이며 모차르트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도주(Die Entführung aus dem Serail), 피가로의 결혼(Le noze di Figaro), 여자는 다 그래(Cosi pan tutte)’가 초연됐던 의미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 후 음악, 연극 등 국제적 예술 중심지로 이름 알린 왕궁 극장은 1918년까지 왕실 전용으로 사용했지만, 이후 빈의 국립극장이 됐다.
오늘날 왕궁 극장에서는 셰익스피어(Shakespeare), 쉴러(Schiller), 괴테(Goethe) 등 유명 극작가들의 작품을 정기적으로 공연하고 있다. 공연을 관람하지 않더라도 극장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 왕궁 극장의 외관은 다양한 조각과 그림으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극장 중앙 건물 위 정면부에 자리한 아폴로(Apollo) 동상은 극장의 웅장함을 부각한다. 출입구의 바깥쪽에는 셰익스피어, 괴테, 쉴러 뿐 아니라 몰리에르(Moliere), 프리드리히 할름(Friedrich Halm), 그릴파르처(Grillparzer)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흉상이 놓여있다.
쇤브룬 궁전
쇤브룬 궁전은 빈은 물론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을 자랑하는 궁전 중 하나다. 한때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별장으로 사용하기도 했던 쇤브룬 궁전은 여전히 합스부르크 가문의 위엄을 보여준다. 쇤브룬에는 수백 개의 객실이 있는데, 각 방은 모두 합스부르크 황제와 황후가 생활하던 공간으로 기풍을 뽐낸다. 화려한 외관, 잘 보존된 가구, 그리고 궁전이 간직한 역사적 중요성으로 인해 쇤브룬 궁전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지정된 명소다.
쇤브룬 궁전 정원 역시 꼭 가봐야 할 스폿이다. 궁전 방문객들에게 1년 내내 개방하는 정원에는 우아한 분수, 동상을 비롯한 잘 가꾸어진 식물이 있다. 궁전을 나와 정면으로 보이는 언덕 위 거대한 건축물은 글로리에테(Gloriette)다. 글로리에테 가까이 올라가면 궁전 전경 너머 빈 구시가지 전망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벨베데레 궁전
벨베데레 궁전은 궁전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현재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유명하다. 본래 궁전은 프랑스 남동부에서 이탈리아 북서쪽에 걸친 지역을 지배하던 사부아(Savoie)의 프린츠 오이겐(Prinz Eugen) 왕자의 여름 별장이었다. 오이겐이 세상을 떠난 후, 합스부르크 가문은 궁전을 매입했으며, 가문에서 수집한 미술작품을 궁전에 보관했다. 현재 벨베데레 궁전에는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에곤 실레(Egon Schiele), 오스카 코코슈카(Oskar Kokoschka)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주요 작품을 소장한 미술 명소다.중세에서 근대에 이르는 미술품을 소장한 벨베데레 궁전은 상궁과 하궁,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구스타프 클림트 컬렉션을 보려는 사람들로 미술관은 항상 붐빈다.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The Kiss)는 전시실 한 벽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으며 금빛으로 우아하게 빛난다.작품 관람을 마쳤다면 궁전 밖을 거닐며 잠시 여유를 가져보자. 한때 오이겐 왕자의 거주지였던 벨베데레 궁전은 바로크 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정원의 큰 연못과 테라스 역시 궁전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