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 일본 오리콘 차트 1위', '소녀시대 일본 앨범 판매량 신기록', '슈퍼주니어 대만 음악 순위 60주 연속 1위' 듣기만 해도 입이 쩍 벌어지는 이 모든 기록은 해외로 진출한 한류 스타들이 세운 기록이다. 한류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는 대단하다. 이곳 베트남도 예외는 아니다. 텔레비전을 켜면 4~5개의 채널에서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고 한국 드라마 디브이디DVD를 파는 가게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인기는 연예계뿐만 아니라 한국어 학습에까지도 이어진다.
한국 노래와 드라마에 매료된 베트남 학생들
한류의 인기를 타고 베트남에 착륙한 한국어 역시 베트남 전역을 덮고 있다. 한국어로 쓰인 간판도 쉽게 볼 수 있고, 한국어가 새겨져 있는 옷도 이곳의 패션인 듯하다. 예전에 길을 가다가 한 남자가 '닭수렁'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는 것을 보고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른다. 우리나라 사람도 의미를 알 수 없는 한국어, 한글 조합만으로 이루어진 글자가 박혀 있었으니. 호찌민 시내에는 영어 학원 못지않게 한국어 학원 역시 무척 많다. 요즘 베트남에서 한국어의 위상은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중요시하는 것과 비슷하다.
필자는 베트남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왜 배우는지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이들 중 많은 학생들이 한국 드라마나 노래를 접하면서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관심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곳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접하게 된다. 한국 드라마에 매료되어 한국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이 싹트고 이러한 한국에 대한 사랑은 한국어로도 이어진다. 학생들은 자주 나에게 드라마 대사나 한국 가요 가사를 가져와 의미를 물어보곤 한다. 그 의미를 설명해 주면 학생들은 드라마 장면을 떠올리며 흐뭇해한다. 이렇게 한국어를 배우면서 그들은 점점 한국 문화와 친숙하게 된다.
그들에겐 너무 어려운 한국어
하지만 베트남 학생들에게 한국어 공부는 행복한 일일지는 몰라도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한국어는 그들에게 하나의 외국어이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것을 어려워하듯 그들도 한국어를 배우면서 항상 난관을 겪곤 한다. 내가 우스갯소리로 학생들에게 "한국어는 쉬우니까 금방 금방 배우는 느낌이 들지?"라고 하면, 그럴 때마다 그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그럴 리가요."한다.
한국어를 배우면서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단어 의미의 세세한 차이이다. 예를 들면, 베트남에서 노란 빛깔을 나타내는 단어는 'vàng'이다. 하지만 한국어는 '노랗다'로 시작해서 '누르스름하다', '누리끼리하다', '샛노랗다' 등 무한히 많은 단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의미 역시 미세하게 차이가 있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이러한 차이가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큰 어려움이 된다. 실제로 이런 특징은 한국 문학 작품을 번역할 때 겪는 어려움이기도 하다.
단어 못지않게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은 발음이다. 필자는 베트남에 살면서 베트남어처럼 어려운 언어는 없다고 생각했다. 성조와 한국어에 없는 발음 등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어 발음도 베트남 학생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다. 우리가 베트남어나 영어를 할 때 잘 안 되는 발음이 있듯이 한국어에도 어려운 발음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어는 발음 규칙도 어려워서, 우리는 '국물'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레 '궁물'이라고 발음하지만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이들이 이러한 발음 규칙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학생들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어렵지 않다며 너스레를 떨곤 한다. 장난스러운 말이지만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학생들이 너무나도 기특하고 마음 한편에는 한국인이라는 뿌듯함이 생기기도 하다.
사랑받기 이전에 우리가 더 사랑해야
한국어를 말하고 듣는 것을 넘어 전문적인 분야까지 도전하는 이들도 많다. 내가 가르치던 학생 중에 평범한 회사원이 꿈이었던 한 학생이 있었다. 그에게 한국어는 하나의 취미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그는 한국어의 매력에 점점 빠지게 되었고 마침내 한국어 통역사가 되었다. 취미로 시작한 한국어가 그에게 지금의 직업을 갖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는 "한국어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라며 뿌듯해하곤 한다. 한국어는 이제 단순한 언어가 아닌, 많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꿈이 되어 가고 있다.
베트남에서 한국의 영향이 날이 갈수록 커져 가고 있다. 한국 드라마가 많이 방영되고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베트남 사회 곳곳에서 한국의 문화를 수용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을 누구보다 사랑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우리 한국인이다. 한국 문화가 세계로 퍼져 가는 오늘날 한국인의 역할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한국인은 우리나라의 문화를 바로 이해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타국에서도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를 꽃피워야 할 것이다.
글_호광수
호광수
베트남 호찌민 세종학당 책임교수. 조선대학교에서 <국어 보조용언 구성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어 교육에 힘쓰는 한편 문학상 심사, 한국어 말하기 대회, 특강 등을 통하여 베트남 사람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