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나음이 외계문명연구소에서의 망중한
샤르별에 도착한 후 처음 며칠 동안은 어떤 공식일정도 계획하지 않은채 한가한 시간을 보내면서, 아니와 저처우린을 대동하고 츠나음이 연구소의 정원을 산책하는 일들로 소일했다.
공원처럼 넓은 연구소 뜰은 걸어서 며칠 간 둘러보아도 다 구경할 수 없을 만큼 큰 규모였다. 춘우셔시 비행체를 타고 돌아보면 순식간에 둘러볼 수 있었지만, 나는 일부러 발품을 팔아 걸어 다니며 연구소 뜰에 펼쳐진 자연의 숨결들을 피부로 느끼려고 애썼다.
그러한 나의 마음을 아니와 저처가 이해하고 적극 동조해 주었다. 아니와 저처의 두 선녀를 동반한 채 다정하게 손을 잡고 꽃향기 어우러진 정원과 새소리 들리는 숲 속을 거니는 기분은, 천상에서 신선놀음 그대로였다.
우리들이 숲속을 거닐고 있노라면 우이브라고 하는 사슴처럼 생긴 짐승이 다가와서 아는 체를 하려고 고개를 내밀기도 했고, 토끼 같은 펀니들이 팔딱팔딱 뛰어와 재롱을 떨었으며,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새들이 날아와 손등에 내려앉아 기쁨을 전해주기도 했다.
어떤 짐승들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고, 짐승들은 다른 짐승들끼리 서로 만나도 싸우거나 다투는 일을 보지 못했다. 한 마디로 힘이 센 짐승이나 힘이 약한 짐승이나 서로 정겹게 잘 어울리며 선경세상의 평화를 만끽하고 있었다.
쥬스니라 산자락의 깊은 밀림에 위치한 츠나음이 연구소 정원의 주변은 온통 복사꽃으로 만발하고, 무릉도원이 어딘가 했더니 바로 그곳에서 무릉도원을 만날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무릉도원은 츠나음이 연구소 뿐만 아니라 샤르별 전체가 무릉도원처럼 복사꽃으로 뒤덮여 있는데,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 있는 복사꽃의 물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신선이 아니라도 저절로 신선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샤르별의 자연세계는 지구와 거의 흡사한 환경 같은데, 자세히 살펴보면 차원 높은 모습으로 진화가 이루어진 현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짐승들은 사자처럼 무섭고 호랑이처럼 위협적으로 생긴 맹수들도 있었는데, 실제로는 성질들이 너무 온순해서 사람들과 아주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사자의 입에 손을 넣어도 무사하고 호랑이와 껴안고뒹굴어도 안전한 세상. 말하자면 사람과 동물 사이에 어떤 적대감이나 긴장감도 없이 서로 친구처럼 가족처럼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그곳에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짐승들이 본래부터 온순했던 것이 아니라 신선들이 어떤 도술을 부려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한 마디로 맹수도 양처럼 순하게 살아가는 세상..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샤르별 신선들은 본래부터 육식을 하는 습관이 없다고 했다. 다시 말해 살아 있는 생명을 살상하여 그 고기를 잡아먹는 버릇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샤르별 신선인류들은 짐승을 해치거나 사냥할 필요가 없고, 그러한 분위기 탓으로 짐승들이 선천적으로 신선인류들을 무서워할 습관이 생겨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샤르별의 동물들에게 신선인류들의 존재는 적이 아니라 동족과 같은 관계로 발전해 있었다.
지구의 그림 중에 신선이 호랑이를 애완동물처럼 곁에 두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신선도 그림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신선도 그림의 내용이 샤르별에서 실제로 재현되고 있었다.
숲을 거닐고 있는 신선들 곁에 나타나 어린애들처럼 장난을 치거나 애교를 부리는 맹수들…. 전혀 사람에게 겁을 내지 않는 귀여운 동물들…. 나뭇가지에서 놀다가 지나가는 사람의 어깨나 손바닥에 내려와 놀다 가는 작은 새들……. 그러한 장면들은 지구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현실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떤 신선들은 맹수의 등에 타고 숲속을 산책하기도 하고, 어떤 선녀들은 맹수를 곁에 앉혀 놓고 나무의 열매를 먹여주기도 하며, 근심도걱정도 없이 망중한을 즐기는 신선인류들을 바라보노라면, 구경하는 마음까지 저절로 평화가 찾아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사람과 동물과의 평화로운 관계는, 긴 세월동안 인간들이 동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작은 생명체조차 헛되게 다루지 않는 질서 속에서, 인간과 동물사이에 적대적 관계가 청산되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크고 작은 동물들이 인간을 무서워하지 않고 친구처럼 잘 따르는 분위기를 바라보니 평화라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동물들이 인간을 무서워하고 적으로 알며 가까이 접근하기조차 꺼리는 현상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위도 자랑거리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생명체 하나조차 인간의 의지대로 마음껏 사랑하고 귀여워해 줄 수 없는 현실이라면, 인간이 어찌 만물의 영장이라고 큰소리 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크고 작은 동물들과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츠나음이 연구소 주변의 정원과 숲 속의 분위기는, 인간에게 어떤 근심도 자아내지 않게 하는 평화로운 낙원이 아닐 수 없었다.
선경세상과 무릉도원이 따로 없고, 그곳이 바로 신선들이 살아가는 선경세상이요 천상의 무릉도원이었던 것이다.
지구에서는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조차 대립과 경쟁의 연속이고, 내가 남을 넘어뜨리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던가. 그 비정한 삶 속에 진정으로 인간이 만끽하며 누리고 싶은 이상이나 가치가 무엇일지 반문해 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정말로, 정말로…. 인간이 좀 부족하고 풍족하지 못하게 살더라도….서로 대립하지 않고 다투지 않고 오손도손 다정하게 한 평생을 살다갈 세상이 있다면, 어떤 부와 명예라 한들 다 포기하고 그 세상을 택할 것이란 것이 나의 간절한 염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샤르별이 선경세상이요, 신선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그곳의 존재들도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는지, 저처우린의 우울증을 대하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부터 고독과 외로움에 시달려 온 선녀 저처우린은 우리들과 잦은 접촉으로 얼굴에서 그늘이 가셔졌고, 처음과는 딴판으로 명랑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영혼의 외로움을 털고 나니 새로운 활력과 생기가 넘치는 저처우린의 모습이었다. 저처우린과 나는 이미 영적 수반자로서의 변치 않을 우정을 약속했다.
아니는 초시가 맺어준 영혼의 선물이요. 저처우린은 아니가 맺어 준영혼의 선물이었다.
저처우린의 우울증이 사라진 후 아니와 나는 마음의 부담을 덜고 단둘만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저처우린은 그녀 나름대로 주어진 임무가 있고 측요스를 보필하며 수행해야 할 과제가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우리들과 어울릴 순 없었다. 아니와 나는 공식적인 일정이 잡힐 때까지는 츠나음이 연구소 주변을 산책하며 신선놀음을 즐기는데 시간을 보냈다. 연구소에서 야외로 조금씩 벗어날수록 빽빽한 원시림과 계곡의 온천수와 변화무쌍한 자연의 경관이 펼쳐지고 있는 무릉도원의 산책을 즐기는 일이 신선놀음이었다. 저처우린도 가끔씩 우리와 함께 동행했지만 연구생으로서의 신분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著
첫댓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