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A라는 기업의 오너라고 상상해 봅시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그 돈을 효율적으로 투자하여 회사를 잘 키워냈는데,
문제는 최대주주인 내 지분율이 낮아졌다는 거에요.
내 지분율이 15% 정도라고 해 봅시다.
회사를 잘 키웠어, 실적도 잘 나와,
근데 내 지분율이 15% 정도밖에 없어.
이럴 때 누가 주식시장에서 A사의 주식을 꾸준히 매집하여
최대주주인 내 지분율을 넘기게 되면 어떻게 될까?
주식회사 I
이른바, 경영권 분쟁 상황인 거죠.
내 회사인데,
눈 뜨고 코 베어가듯
내 회사를 빼앗길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겁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첫째, 회사가 건실해서 먹을 게 있어 보였고,
둘째,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서 충분히 뺏어볼 만 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사람도 이와 비슷합니다.
인간을 주식회사에 비유해 봅시다.
대주주는 당연히 나(I)입니다.
그러므로,
인생의 경영권은 대주주인 나에게 있는 것이 정상이에요.
하지만 때때로,
다음과 같은 과정들 때문에
우리의 지분율이 점점 낮아지게 됩니다.
◎ 어린 시절부터 어른(부모)의 통제에 익숙해진 경우
◎ 타인에게 필요 이상으로 의존하는 경우
◎ 천성이 착해서 남들에게 쉽게 이용당하는 경우
◎ 누군가를 너무 사랑해서 내 모든 걸 다 주는 경우
◎ 관계에 집착하며 남들에게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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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의 근원에는
'내가 통제할 수 없다' 라는
내 인생에 대한 통제력의 상실감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내 인생에서 비통제영역이 넓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사람들의 영향력이 강해짐을 의미해요.
그게 부모이든, 자식이든,
사랑하는 연인이든,
갑질하는 직장상사나 사업파트너든,
내가 누군가에게 지분을 빼앗길수록,
내 인생에 대한 경영권은 위태로워져만 갑니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고,
이용해 먹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지분율이 떨어진 나라는 사람을 세상은 가만 두지 않을 거에요.
사랑한다고 해서
힘들게 찾은 꿀단지를 매번 양보하시나요?
건강한 관계는
내가 스스로의 대주주라는 사실을 가슴에 담고
무게 중심을 확실히 잡은 상태에서 타인과 교류하는 것입니다.
사랑한다고 해서 내 지분을 다 줘 버리면,
그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서 내 인생의 길흉화복이 결정돼 버립니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아요.
영원한 건,
결국 믿을 건 나 자신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내 지분이 50%를 넘어가면,
그 누구도 절대 내 경영권을 빼앗아갈 수 없습니다.
인생에서 내 지분율이 50%라고 함은,
내가 쓸 수 있는 정신적/물질적 에너지의 최소 50% 이상은
나를 위해 사용하는 것을 의미해요.
그렇게 내 경영권이 완벽하게 보호받은 뒤에라야,
남들을 한 번씩 살펴보고 그들을 위해 시간을 내는 거죠.
나한테 먼저 투자하고, 여력이 남았다면 남들을 돌보는 것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바로 주식회사 I의
가장 안정적인 경영전략이자 현실적인 삶의 태도인 것입니다.
A : 예전에 아들이 나를 한동안 원망한 적이 있었습니다. 녀석이 사업을 하다 부도를 맞았는데, 내가 도와주지 않았거든요.
B : 왜 도와주시지 않으셨나요? 그러기가 쉽지 않으셨을텐데
A : 침몰하는 배에 나까지 탔다가 모두 다 가라앉아버리면, 그 때는 정말 방법이 없잖소. 그나마 내가 내 삶을 건실히 유지했기 때문에, 망해버린 아들 녀석이 재기할 때까지 집세라던가 용돈도 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나까지 같이 망해버렸다면, 아들은 미안함에 날 찾아올 수 없었을 것이고, 나 또한 회한과 원망 때문에 아들을 미워했을 거에요. 일단 나부터 살아야 최소한이나마 자식들도 건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B : 그렇네요. 아드님이랑 사이는 다시 회복되셨습니까?
A : 말해 뭐합니까? 내가 건재하니까 아들래미 조금이라도 더 챙겨줄 수 있고, 아들도 부모라는 비빌 언덕이라도 있으니 머잖아 회복되더이다. 그 때 아부지가 돈 안 빌려줬던 게 참 다행이었다고 이제와서 얘기하더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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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I의 경영전략에는 가족도 예외가 없습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항상 딱 붙어있어야 하고, 모든 걸 다 공유해야 되고,
날 위해 네가 당연히 희생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누구의 터치도 없이 각자의 회사를 잘 운영하면서,
여력이 있을 때는 가족부터 서로 돕고, 응원하는 것으로 충분한 겁니다.
'나에게 가족이 생겼는데,
내가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게 맞을까?
좀 더 낮춰야 하지 않을까?'
인간의 심리는 흥미롭습니다.
자식에게 한없이 퍼주다 남은 것도 별로 없고 자기 관리도 못한 부모보다
날 위한 인생 살면서 자기 관리도 잘하고 재산도 어느정도 축적한 부모가
자녀에게 더 인정받거든요.
부모-자녀를 떠나서,
상대방을 한 회사의 확고한 대표로서 인식하고 본능적으로 리스펙트하는 거죠.
씁쓸하더라도 이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마음 놓고 우리의 인생을 삽시다.
비록 내 전체 에너지의 30프로 내외일지라도,
충분히 주변 사람들에게 책임을 다할수 있고, 그들에게 베풀 수 있어요.
에너지의 50% 이상은 항상 나부터,
내가 먼저인 인생이 언제나 우선입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저에게 맛있는거를 사줘야겠군요..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50%만 ㅎㅎ
근데... 육아를 하고 난 이후에는 나의 에너지와 시간을 나에게, 나를 위해 쓰는 것이 불가능해졌어요... 그래서 너무 지치고, 슬프고, 힘듭니다... 저는 육아 체질이 아니네요 ㅠ.ㅠ
저도 마찬가지에요. TT
저는 애들이 6살 때부터 아빠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입식 교육시켰어요. 애들이 엄마아빠로부터 정서적 독립을 할 수 있도록 천천히 빌드업해나가고 있답니다.
비스게 부모님들 화이팅!!!
그래서 제가 오늘 아침에 삼겹살에 소주를 즐겁게 마셨,,,
매번 느끼는거지만 글을 참 맛깔나게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른 얘기일수 있지만
글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내가 의존적인 인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