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얼21일 戊子일 토요일---나를 행복하게 하는 5가지
1. 이른 아침부터 고사 지내러 갔습니다.
분례보살님이 딸이 카페를 오픈 한다면서 고사를 요청하셨습니다. 분례보살님은 매일 새벽기도를 다니시며 산행도 거의 매일 같이 다니십니다. 순례와 법회를 빠지지 않으려 노력하시고요. 불사에도 다 동참하십니다. 성품이 깔끔하고 유하셔서 누구랑 갈등하는 것을 본적이 없습니다.
작년에 봉정암 갔을 때는 거사님과 따님이 같이 갔었는데 70명중에 일등으로 대청봉에 올랐을 정도로 체력과 끈기가 대단하시죠. 보살님은 51년생입니다.
시골집을 개조해서 카페를 만들었다기에 상상이 되지 않았는데 막상 가보니 ‘와~’ 탄성이 절로 납니다. 아주 절묘하던데요, 70년된 촌집이라는데 그 뼈대만 남기고 바닥과 벽을 완전히 요즘 느낌으로 재탄생 시켰습니다. 마당도 넓고, 조경과 인테리어가 매우 고급집니다.
산에 다니는 팀들이 다 같이 가서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작은 집에 20명정도 들어앉아 기도했으니 그렇게 작은 집이 아닙니다.
49재 막재가 있어서 빨리 빠져나오는 바람에 사진도 못찍고 커피도 못마셨는데요, 나중에라도 다시 오고 싶은 도량이었습니다.
2. 새벽에 떡 작업을 하고 있는데 칠보당보살이 마치 혼이라도 나간 듯 조용히 읖조리는거에요. 그러더니 가려구하더라구요. 무슨 소린지 못들었는데, ‘뭐라고요?’ 되 물으니
‘상희보살이 딸이 갔다고요!’
‘아!’ 결국 그렇게 되었구나.
보살님은 제가 보기에는 세가지 밖에 안하는 듯 보였습니다.
절에 거의 매일 같이 오거나,, 신정동 도반들하고 같이 있거나, 딸 데리고 서울에 검진 받으러 가는 것
별일 없으면 늘 절에 오셨죠. 공양간 봉사를 돕고, 법당에서 기도하고
경전반 회장도 여러 차례 하셨죠.
스님들과 신도들에게 커피 등의 음료 사주고~
대중공양도 종종 내고 하셨으니
황룡사의 기둥 중에 한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자식이 먼저 극락왕생하니 우리 절 신도들도 애도하는 마음이 남 다를 것입니다.
입관은 내일 오전 11시에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내일 오후 2시에 시다림 간다고 밴드에 공지를 하고는
스님들과 점심공양하면서 오후 재 마치고 장례식장 가자고 말씀드리니 다들 꼭 가야 하는 듯 공감하셨습니다.
오후 재에 재자는 보살님 한분인데요, 절에 있는 분들이 같이 기도해 드렸습니다.
요즘 우리 황룡사는 49재가 있으면 같이 동참해 기도해주는 문화가 자리잡혀 가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49재를 황룡사로 모시면 그때부터 ‘식구’라고 할 수 있는데 가족이 된 이의 왕생극락을 같이 기도해주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사시불공 때든 오후 든 관계없이 법당에서 끝까지 재에 참여해주고, 잔치고 절 올려주는 이들이 매우 고맙고, 성스러우며 아름답습니다.
재 마치고 절에 있는 분들에게 같이 가자니 당연히 그래야 하는 듯 따라 나섭니다.
울산병원은 다리만 넘으면 되는 가까운 곳입니다.
도착해서 염불을 해드렸습니다. 다들 얼마나 염불을 하시는지 울산병원이 떠나갈 듯 염불을 해주시니 그 장중한 느낌에 압도되어 돌아가신 영가님도 벌떡 일어날듯했습니다.
끝에 ‘보현행원과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찬불가를 부를 적에는 북바쳐 오르는 것이 있을 정도 였습니다.
우리는 한참을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상회보살이 무남독녀이며, 절순이처럼 절에 살다시피 했으니 ‘우리 가족이다’ 싶어 오래 앉아있으려 했죠.
황룡사도 20년을 바라보는 절에 되어가고 있습니다.
절을 창건하면서 지금까지 꾸준히 다니는 분도 계시고, 십년전부터 오전전부터 작년부터 올해부터 자기 집 드나들 듯이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세상은 각박해져 가고 있지만 우리들만이라도 서로 챙겨가며, 서로 힘이 되는 것이 좋잔아요.
근데 혈연이 아닌 사람이 서로 형제처럼 힘이 되려면 자주 만나서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야 되는 것이죠.
3. '고사 재내고 나면 법문도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시계를 보니 8시 50분이 다 되가고 있는거에요.
법문이고 뭐고 바로 돌아가기 바쁘네요. 9시 20분에 49재가 시작되니까요.
현묵거사님이 씽씽 달려서 시간 내에 도착했습니다.
공양간엔 국수 준비팀이 일찍부터 계시길래 홍삼 음료 하나씩 나눠 드렸죠.
그리곤 법당에 올라가 49재를 지냈습니다.
스님들과 차담하면서 덕상스님께 양가 부모님 살아계시냐고 물으니까 '아버님 살아 계셨으면 제가 엄청 잘 나갔을꺼에요'하시면서 한참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당시엔 아버님 49재 같은 것도 몰라서 못지냈다가 거제 석남사에서 천도재를 한번 지냈는데 천도가 됐는지 확신이 안선답니다.
석남사는 진제스님 회상이라서 재도 1시간 반밖에 안했고, 관욕도 안했다더라구요.
본래 큰 스님 회상은 큰스님 가풍대로 재를 지내죠. 해인사 백련암이나 언양 석남사처럼요.
우리 황룡사는 9시 20분에 시작해서 3시간동안 재를 하죠. 법문도 2~30분 꼭 합니다. 물론 오후에 지내면 30분정도 줄어들긴 합니다.
정성을 다해 이 경화 영가님의 극락왕생을 기도 드렸습니다.
이로써 오늘은 고사와 40재 두번, 시다림까지, 하루 종일 일정이 꽉 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