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령 산나물
오월 중순 일요일은 예전 근무지 동료와 산행을 나섰다. 동료는 올해 이월 말 퇴직해 나름대로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그새 나라 밖에 잠시 다녀오고 동호인과 골프장도 드나들었다. 나하고는 퇴직 직전 김해 대동 들녘 트레킹에서 남명 조식이 처가살이하며 유림과 교류했던 산해정을 둘러오기도 했다. 내가 자연과 교감하고 있음을 잘 알아 내가 가는 어디든 따라나서겠다고 했다.
지기보고 승용차자 아닌 대중교통 편으로 어디쯤 이동해 임도 트레킹을 하자며 이른 아침 마산역 광장 농어촌버스 출발지로 나오십사고 했다. 일요일에 마산역으로 오르는 풍경은 노점상이 제철 채소와 과일을 펼쳐 손님을 맞았다. 코로나 펜데믹이 풀려 동창회나 산악회에서 나서는 전세버스가 회원을 태우려고 줄을 이었다. 번개시장 들머리에서 김밥을 마련해서 지기와 접선했다.
우리는 진전 둔덕으로 가는 76번 농어촌버스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 동전터널을 지나 진동 환승장을 둘러 진전면 소재지를 거쳤다. 적석산으로 가는 일암과 대정을 지난 거락마을에는 조생종 양파를 수확하는 즈음이었다. 그곳 주민들은 무척 부지런해 벼농사 뒷그루로 일이 힘겨운 양파 농사를 많이 지었다. 버스는 골옥방에 한동안 멈춰 기다렸다가 종점 둔덕에 닿았을 때 내렸다.
군북으로 가는 오곡재 방향의 자동찻길을 따라 걸었다. 산골이라 차는 다니질 않고 주변을 에워싼 숲은 청청했고 공기는 맑아 상쾌했다. 오실골 당산나무에서 예각으로 꺾어진 길은 미산령으로 가는 임도와 갈라졌다. 우리는 임도로 들어 소나무 아래 퍼질러 앉아 지기가 가져온 삶은 달걀과 과일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퇴직 후 서로 궁금한 일상의 소일에 대한 정보가 오갔다.
자리에서 일어나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됨과 동시에 나는 산나물 채집에 몰입했다. 지기는 산나물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나는 산나물을 짚어가며 일일이 그 이름과 특성을 알려주었다. 비록 쇠어가긴 했으나 등골나물과 나비나물을 먼저 뜯었다. 지난번 다녀갔을 때 뜯은 빗살서덜취는 그새 잦은 비에 웃자라 잎사귀가 너풀너풀할 정도였다. 참반디와 참나물도 보여 뜯어 모았다.
봄 한철 아름답게 피어난 야생화들은 신록에서 녹음이 짙어가니 숨 고르기에 들어 자취를 감추었다. 길섶에는 내가 뜯으려는 산나물은 차고 넘쳐 금세 비닐봉지를 채워 지기에게 넘기고 새 봉지를 꺼내 담아야 했다. 올봄은 작년에 비해 강수량이 많아 산나물 생육 상태가 좋은 듯했다. 내 말고도 몇몇 사람이 지나갔겠지만 각자 선호가 달라, 내 마음에 드는 산나물은 남겨져 있었다.
습기 많은 곳에서는 곤드레나물로 더 알려진 고려엉겅퀴도 다수 채집한 성과도 거두었다. 노란 꽃봉오리를 달고 나오는 윤판나물도 만났다. 숲속으로 들지 않고 임도 길섶을 따라가며 뜯는 산나물만도 그 양이 상당했다. 굽이진 길을 따라 미산령 고갯마루로 오르니 정자엔 중년 부부가 쉬고 있어 우리는 생태터널 바닥에 배낭을 벗어 풀고 준비한 김밥을 비우고 과일을 마저 먹었다.
쉼터에서 일어나 북향 비탈로 내려서니 산딸기나무 군락지가 나왔다. 꽃이 진 자리에는 익지 않은 풋딸기가 가득 맺혔는데 한 달 뒤 찾아가면 선홍색 딸기를 따 먹을 수 있을 듯했다. 응달에 자라는 영아자를 찾아 꺾어 지기보고 즉석에서 맛보게 했더니 감탄했다. 영아자는 꺾어진 자리 하얀 유액이 나오는 산야초로 생채로 먹을 때가 맛이 더 좋은 비타민이 풍부한 나물로 통한다.
참취와 까실쑥부쟁이를 더 뜯으면서 암반에 흐르는 석간수를 받아먹고 얼굴의 땀을 씻은 뒤 계곡을 빠져나가니 가을이면 곶감으로 유명한 미산마을이 나왔다. 동구 정자나무 아래 쉼터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뜯어온 산나물을 지기와 나누어 배낭을 정리했다. 시간에 맞추어 들어온 군내버스를 타고 가야로 나가 돼지국밥으로 소진된 열량을 벌충하고 마산을 거쳐 창원으로 복귀했다. 23.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