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 에디터들의 1박 2일, 제주 올레길 편집부에 느닷없는 제주 바람이 불었다. 패션, 뷰티, 피처 에디터 3명이 다른 날 같은 장소로 각각 제주 올레길에 다녀왔다. 부르는 이도 없었고 가라고 등 떠미는 이도 없었다. 우리가 그곳에 당도한 이유는 단지 그곳이 간절히 필요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에너지를 소진한 사람일수록 휴식이 필요한 사람일수록 올레길이 주는 감동은 크다. 올레길은 새로 생겨난 관광코스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이 길은 있었다. 해녀들이 걷던 길을 산책하기 쉽게 단지 코스별로 나누어 놓은 것. 개발 명목으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은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올레길을 걸을 땐 무조건 걷는 수밖에 없다. 챙이 큰 밀짚모자에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걸어도 상관없지만 트레킹 운동화는 필수다. 오솔길, 자갈길, 밀밭길, 산길, 들길, 꽃길, 바닷길. 4~5시간쯤 걷게 되는 코스 하나를 걷는 동안 세상의 모든 길을 걷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내가 걸었던 길은 7코스.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바위, 외돌개에서 시작하여 작고 평화로운 마을 법환리를 거쳐 월평포구까지 이어지는 해안 올레다. 개인적으론 산세가 험하고 더 한적하다는 9코스를 걷고 싶었지만 그날은 비가 왔다. 걷기에 평이한 코스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덜 아름답다는 뜻은 아니다.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파란 비닐 우비를 입고 걷던 그 길이 잊혀지지 않는다. 거센 빗줄기를 피해 들어갔던 오두막 카페의 향기, 빗줄기가 걷힌 후 뽀얗게 피어오르던 환상적인 산 안개, 기세등등한 바람에 펄쩍펄쩍 솟아오르는 파도를 보는 일은 아마 햇빛 쨍쨍한 날엔 절대 만날 수 없는 풍경이었을 것이다. 외돌개에서 돔베낭길까지는 걷기 쉽도록 산책로로 조성해 놓았고, 법환리까지는 제주 올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소박한 흙길이 이어진다. 원래 염소들만이 다녔다는 길가에는 다양한 들꽃과 억새가 가득하고, 옆으로는 제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두머니물~서건도 구간은 거칠고 험한 바위들로 이뤄진 해안 구간이지만 일일이 검은 돌들을 깔아서 걷기에 편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변덕스런 제주의 날씨, 혹시나 비가 온다면 나무 내음, 바다 내음 가득한 7코스를 추천한다. 외돌개의 명물인 계선이네 파전과 막걸리까지 함께라면 그야말로 최고다. 또 하나의 팁. 올레길을 걸을 땐 MP3 전원을 잠시 꺼두시길. 바람 소리, 파도 소리, 풀벌레 소리, 꽃잎이 흔들리는 소리까지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TRIP POINT 1. 뷰티 에디터 허서희의 1코스 추천기 1박2일에 나왔다는 이유로 올레길 중 가장 유명해진 1코스. 하지만 TV에서 정작 그들은 1코스의 하이라이트를 채 보여주지 않았다. 아담한 시골초등학교에서 난 야트막한 돌담장길을 따라 유난히 흙이 검은 밭을 지나면 경사를 넘어 높은 언덕, 말미오름에 다다르게 된다. 지나온 예쁜 밭들, 확 트인 해안선, 구름아래 가려진 산들, 저 너머 보이는 우도까지 ‘제주도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구나’를 가슴으로 느끼는 감동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방목하는 소들이 남긴 향긋한(?) 자취를 지나 다시 한번 만나게 되는 언덕 알오름은 캔디와 하이디가 웃으면서 뛰놀 것 같은 동화 속 ‘푸른 언덕’이다. 얼린 막걸리를 준비했다가 이 알오름 언덕에서 한잔 하시라. 시원한 산바람이 맛난 안주가 되어줄 것이다. 성산갑문을 넘어 검은 모래사장이 있는 광치기 해안까지 이어지는 해안일주도로를 걷는 묘미 또한 일품이다. 하얗고 고고한 왜가리들과 인사하고, 해녀의 집에서 조개죽 한그릇과 휴게소에서 말린 한치 한 마리 사먹는 것도 잊지 말 것. 2. 패션 에디터 김자혜의 6코스 추천기 쇠소깍을 출발해 외돌개로 끝나는 올레길 6코스는 매우 소박한 코스다. 다른 코스를 돌며 눈앞에 펼쳐진 풍광 앞에 속수무책 마음을 빼앗겼다면, 6코스에서는 좀 더 소소한 즐거움을 맛볼 일이다. 보목항과 구두미 포구를 지나며 그물 깁는 어멍들에게 말을 걸어보고, 아이들이 뛰노는 서귀포 초등학교를 가로지르고, 이중섭 거리를 걸으며 ‘예술은 무한한 애정의 표현’이라던 그의 마음을 떠올리며 걷다 보면, 어느새 코스의 끝 자락에 당도한다. * INFORMATION 올레길은 비영리 단체인 ‘제주 올레(www.jejuolle.org)’에서 운영하고 있다. 사이트에 들어가면 코스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도를 살펴보되 그걸 보면서 걷는 일은 삼가자. 길을 표시해주는 파란 올레 리본을 따라 걷는 편이 훨씬 낭만적이기 때문. 혼자 걸어도 좋은 올레길엔 1인 여행자를 위한 민박이나 유스호스텔(1박 1만원)도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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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소나기 마을 하늘이 조금 뒤숭숭했다. 구로역에서 그 하늘을 바라보며 혼자 지하철을 기다리는 마음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17년 지기 친구를 불러내 차를 얻어 타고 무작정 서울을 떠났다. 우울함은 얕았고 주머니도 비었기에, 이 여행은 훌쩍 떠났다가 금방 다시 돌아올 수 있어야 했다. 그렇다면 가까운 양평이다. 올림픽 대로를 지나 서울외곽순환도로를 타자마자 뒤숭숭한 하늘이 기어이 쏟아져 내렸다. 여름의 폭우가 주는 알싸한 설렘. 그 비를 뚫고 양평으로 가는 길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최고의 1일 여행으로 꼽힌다.
TRIP POINT 목적지로 가는 길과 연애하라 그 유명한 두물머리나 양수리는 피하고 싶었다. 양평군 안내판이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네비게이션에 양평군을 입력하자 다라락 리스트가 뜬다. 페이지를 넘겨가며 양평의 모든 명소를 눈으로 훑었다. 그렇게 대충 떠나 대충 목적지를 정하려던 우리에게 ‘소나기 마을’이 걸려들었다. 비 오는 날의 소나기 마을. 이 여행에 붙은 이름만으로도 이미 반은 낭만에 덮인 것 아닌가. 양평군 서종면에 있는 소나기 마을로 가는 길은 비 반 구름 반이었다. 서종면으로 갈수록 비는 이슬비로 바뀌었고, 불어난 계곡의 흐르는 속도를 차는 따라잡질 못했다. 비안개 사이로 모락모락 핀 굴뚝 연기와 2차선 도로를 다 가리며 선 이름 모를 마을의 고목나무. 처음 본 양평은 가까워서 식상한 여행지의 선입견을 말끔히 벗어버렸다. 그 풍경들에 반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지기의 차에서 늘 즐겨 듣는 라디오헤드의 High & Dry가 나올 때마다 연거푸 “한번 더!”를 외쳤다. 목적지는 소나기 마을이었으나, 언제나 가는 길에서의 시간을 더 아끼는 우리였고 들어야 할 음악 CD는 장르별로 아직 열 장이나 남아있었다.
소나기 마을에서는 잔망스러움을 버려라 아마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소나기 마을을 가장 먼저 본 사람이었을 것이다. 소나기 마을임을 알리는 안내판도, 관광객도, 심지어 마을 주민도 찾기 어려웠다. 펜션 모양의 두서 너덧 가구가 뚝뚝 떨어져 있고 물정 모르는 강아지만 비 오는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 만난 마을 주민은 “소설 『소나기』에 나온 동네와 지형이 비슷하다”고 했고, “얼마 전에 소나기 마을로 지정해달라고 신청을 넣었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소설 첫머리에서 소녀가 양평읍으로 이사한다는 대목이 나왔으나 딱히 배경을 정한 것은 아니었나 보다. 그러고 보니 마을 앞을 지난 작은 개울이나 원두막 하나만 세워두면 어울릴 것 같은 넓은 논밭이 비슷한 것도 같았다. 또한, 후둑후둑 내리는 빗소리만 시원하게 가슴을 울리는 그 정적과 고요함. 소설에서 소녀는 잔망스러웠지만, 우리는 잠시 마을을 걸으며 천진하게 웃었다. 3년이 흘러 지난 6월 13일, 이 곳에 황순원 문학관과 산책로, 야외공연장과 공원 등이 조성되었다고 하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제 가짜가 아닌 진짜 소나기 마을에 가볼 수 있게 됐다. 그나저나, 그 네비게이션은 어떻게 미리 소나기 마을을 알고 있었던 걸까. 그 선견지명이란. 참고로, 소나기 마을의 정확한 지명은 서종면 수능리다. 길과 길이 만나는 삼거리에는 고3 수험생들의 애환이 담겨있다. 그 삼거리 위에는 ‘수능삼거리’라는 표지판이 달려있으므로.
시인의 마을에서는 굳이 시를 쓰지 않아도 좋다 수능삼거리를 빠져 나와 얼마 후, 우리는 좀 전과는 다른 이국적 풍경의 마을로 들어섰다. ‘시인의 마을’이라는 안내판을 보고 언덕을 오르자, 정말 시 좀 쓴다는 시인들만 모여 살 것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스위스의 전원이 떠오르기도 한 이곳은 그러나 실제 시인이 사는 곳은 아니다. 시인의 마을은 양평에서는 꽤나 유명한 전원주택단지란다. 시인의 마을을 비롯해 근처의 벚꽃 마을과 정다운 마을도 단지형 전원주택이다. 꿈에나 그릴 법한 집들이 언덕 위에서 비안개에 쌓인 평지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집도 절도 없는 주제에 당장 도심을 떠나 이곳으로 짐을 챙겨오고 싶었다.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그 그림 같은 집들 사이를 걸으며 기념사진 찍는 것으로 만족했던, 우리의 소박한 물욕. 시인들이 많이 살아서 동네 이름이 그런가 했으나, 물론 그 중 시인도 더러 살겠으나 어쨌든 이 곳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시 한 수 읊을 줄 아는 운치를 알며 살지 않을까.
INFORMATION 소나기 마을은 서울에서 가깝다.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 올림픽대교를 건너 미사리-팔당대교-양수리에서 북한강을 타고 오다가 문호리에서 우회전 후 첫 번째 다리를 건넌다. 삼거리에서 다시 우회전을 한 후 500미터를 더 가면 도착한다. 잠실에서 출발할 경우 차로 30~40분이 소요된다. 사나사의 경우 6번 국도 팔당대교 IC에서 우측으로 진입 후 고읍교차로에서 청평,옥천 방향으로 좌회전 한 다음 37번 국도 백현사거리에서 홍천, 여주 방향으로 우회전 한다. 좌회전을 두 번 더 하면 사나사에 도착한다. 사나사 근처에 있는 41년 전통의 옥천냉면 (031-772-5187 가격 : 냉면 6,000원, 완자 12,000원 )에 들러 그 유명한 냉면 맛을 보는 것도 추천 코스 중 하나다. 냉면 위에 무절임을 얹거나 완자를 곁들여 먹으면 더욱 별미다.
글과 사진: 김수아(안그라픽스 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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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더 많이 찾는 섬, 연화도 나는 타고난 여행자다. 흡혈귀처럼 여행이 고픈 날이 있다. 그런 날엔 서점의 전세계 여행자들의 바이블로 일컬어지는 론니 플래닛 코너를 기웃거리곤 한다. 알파벳 순서대로 책장 가득 나열된 나라 이름들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여행 본능이 꿈틀거린다.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다가 난데없는 재미난 생각이 떠올랐다. 론니 플래닛 한국 편을 들고 내 나라를 여행하는건 어떨까? 여행이 좋아 여기저기 떠도는 나였지만 정작 국내여행을 제대로 해본적은 없다. 한국 편을 읽다가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통영에서 남쪽으로 24km 해안에 위치한 인구 270 여 명의 작은 섬 연화도. 이름 모를 이 작은 섬을 나는 론니 플래닛을 통해 알게 됐다. 한려수도에는 39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있다. 론니는 그 많은 섬들 중 오로지 연화도만을 소개하고 있다. 소매물도, 한산도 등 유명한 섬들보다 연화도에 외국여행자들이 몰리는 이유다. 연화도 주민들에 의하면 한 달에 약 20 여 명의 외국여행자들이 연화도를 찾는다고 한다. 그렇게 찾게 된 연화도. 발을 내딛는 순간 그 아름다움에 숨이 턱 막힐 정도였다. 고생대 화석처럼 가슴 속에 콱 박혀버린 내 소중한 섬 연화도를 공개하려고 한다. 글과 사진·한양수(여행가) TRIP POINT 능선을 따라 느리게 걸어보자. 연화도는 매끈한 구석이라고는 없는 울퉁불퉁 입체적인 섬이다. 산의 능선을 따라 부담없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다. 페리선착장이 있는 본촌에서 동두 마을까지 이어진 등산로는 5km, 다시 본촌으로 돌아오는 포장도로 3km를 합하면 총 8km다. 3~4시간이면 산행이 가능하다. 서두를 이유는 없다. 능선 따라 펼쳐지는 절경들을 눈이 아닌 가슴에 담다 보면, 8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이틀이 소요되기도 한다. 등산로 입구에서 연화봉까지는 가파르기 때문에 제법 힘이 든다. 그러나 초반 40 여분의 고생이 끝나면 능선을 따라 싱그러운 해풍을 맞으며 산책하듯 걷게 된다. 섬 산행의 특징은 사방으로 확 트인 시원한 전망이다. 이걸 제대로 만끽해야 한다. 한려수도의 멋진 절경은 그저 감동이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이루는 섬들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일본의 대마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흐린 날을 더 추천하고 싶다. 두터운 안개에 휩싸여 하늘과 바다가 하나가 된다. 비가 내린 후면 흙냄새, 나무 냄새가 더더욱 짙게 올라온다. 흐린날의 연화도와는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길은 아슬아슬 나무계단이 놓여진 대바위로 연결된다. 멀리서 보던 네바위가 바로 눈 앞에 펼쳐지면 다시한번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풍경 좋은 곳에서 바람을 마주하고 앉아 있으면 여지없이 막걸리 한사발이 생각난다. 트레킹 때마다 배낭 안에 막걸리를 꼭 챙겨 넣어 다니는 이유다. 다리에 힘이 풀리지 않을 만큼만 적당히 마셔보자. 천국이 따로 없다. 계속 걷다보면 자그마한 마을 동두와 전교생 8명의 아담한 연화분교가 나온다. 분교 아래 2개의 막걸리 집이 있다. ''장모님 주막''과 ''엄마손 식당''. 두 곳 다 직접 빚은 동동주에 파전, 유기농 채소로 만든 된장찌개 등을 판다. 산행 후의 막걸리 맛. 결코 이것만은 그냥 지나치지 말기를. 동피랑 마을 연화도 주변 여행지로는 동피랑 마을을 추천한다. 철거 위기에서 매력적인 여행지로 재탄생한 자그마한 달동네 동피랑. 통영의 대표적인 어시장인 중앙시장 뒤쪽 언덕에 위치한 이 마을은 ''동쪽 벼랑''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철거 지역인 이곳에 전국 미대생, 개인작가들이 벽화를 그리게 되면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게 됐다. 결국 통영시는 동피랑 철거계획을 철회하게 된다. 좁고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따라 나타나는 벽화들은 이 작은 달동네를 사랑스런 동네로 탈바꿈 시켰다. 마을 초입에 있는 소박한 파고다 카페는 이미 여행자들의 명소. 카페라고 해봤자 작은 구멍가게에 지나지 않지만 이곳에 앉아 통영항을 내려다 보고 있으면 가는 방법은 통영여객터미널 가는 방법과 같다. 30번 버스를 타고 중앙시장에 내려 경남은행 뒤편으로 들어가자. 활어시장 뒤편으로 오르면 동피랑이 나타난다
마음 가는 대로 떠나요, 국도 여행 “그냥 떠나자”는 말은 참 쉽지만, 실행하기 참 어려운 일 중 하나다. 살면서 꼭 해봐야 할 일 중 하나를 ‘무작정 떠나기’로 생각하고 살아가던 중 그날이 내게로 왔다. 함께 떠나줄 친구들이 있어 더욱 든든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친구 최서연, 포토그래퍼 표기식. 모처럼 여행에 어린애들처럼 신난 4명은 경차(기름값과 톨게이트비를 줄일 수 있다)에 악기와 옷가방만 싣고 목적지도 없이 떠났다. 비가 무지 오는 날, 우리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길가다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면 차를 세웠다. 거기에 내려 각자의 마음 속에 그 풍경을 품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노래로 송은지(보컬)의 가사로 다시 태어났다. 최서연은 마음속의 글을 썼고, 표기식은 앵글에 그 모습을 담았다. 천안, 청양, 목포, 전주, 포항, 감포, 경주, 섬진강, 선운사... 너무나 많은 곳에 닿았고 또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길거리에서 맷돌을 돌리는 할머니, 대마면의 꼬마 친구들, 고창의 의사 선생님(의사 선생님은 우리와 함께 노래도 불러주었고, 실제 ‘고창에서 의사를 만났네’라는 노래로 만들어졌다). 처음엔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완성된 노래와 가사 사진들을 모으니 앨범 하나가 뚝딱 만들어졌다. 그 여름 날의 국도 여행 추억이 고스란이 담긴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일곱날들>은 이렇게 탄생했다.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묻는다면 모두다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어떻게 찾아가야 하냐는 질문엔 “그냥 떠나라. 아무데나로”라고 대답해주고 싶다. 우리가 차를 세운 지점엔 아무런 이정표도 없었을 뿐더러, 할머니가 있어 좋았던 그 거리를 누군가가 다시 찾았을 때 아무도 없다면 그건 내 여행과 완전히 다른 여행이기 때문이다. 관광이 아닌 여행, 마음이 숨쉬고, 느끼는 여행을 권하고 싶다. 조그만 이 한국 땅에 그렇게 많은 느낌과 삶이 그리고 그렇게 큰 사랑이 살아있다는 우연에 기대를 가져 보자. 정처없는 국도 여행의 진짜 묘미다. 글·민홍(<소규모아카시아밴드>보컬)/ 사진·표기식(포토그래퍼)
INFORMATION 시간이 없다면 무박 2일도 가능하다. 서울에서 막차를 타고 떠나 새벽에 통영에 도착하여 06:50분에 출발하는 페리를 타고 연화도로 들어갈 수 있다. 산행을 마치고 16:50(주말 18:20)에 출발하는 마지막 페리를 타고 섬을 빠져 나온 후 24:30분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 수 있다. 그러나 여유있는 여행을 위해서라면 연화도에서 하루 정도 묵어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 주말엔 페리 티켓이 매진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통영 행 티켓은 미리 사놓아야 한다.(버스-편도 29,500원/ 페리-8,300원/ 숙소-민박 5만원선) 연화도로 들어가기 전, 통영의 대표 음식 ''충무김밥''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연화도 산행 시 도시락으로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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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정보감사합니다.함께하고싶어가져갑니다.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