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는 리어카에 GPS를 부착했다. 아래와 같이 폐지수집 노동의 실체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 . . 노인 열 명이 6일 동안 걸은 누적 거리는 총 743km. 같은 기간 이들의 노동 시간은 모두 677시간이다. 이들 열 명이 벌어들인 폐지 값을 모두 합치니, 64만 2,000원. 1인당 시급으로 치면 고작 948원이다. 2022년도 최저임금 9,160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 . 그렇다면 2022년 대한민국에 폐지 수집 노인은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 '6만 명'과 '200만 명'. 무관심이 가져온 엄청난 간극
우리나라에 폐지 줍는 사람은 몇 명 있는지 먼저 자료를 검색해보자. 지난 2017년,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전국의 폐지 수집 노인이 약 6만 6천 명이라고 추정했다. . . 그런데 또 다른 단체에서는 폐지수집 인구가 175만 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자원 재활용 연대'라는 단체에서는 고물상 업계 종사자 30만 명에 비수급 빈곤층 170만 명을 고려해 이러한 추정치를 내놓았다. . . 6만 명과 200만 명. 특정 분야 종사자 숫자라고 하기엔 둘 사이의 간극은 너무 크다.
왜 이렇게 차이가 큰 것일까. 지금까지 전국 단위의 폐지 수집 노인 인구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가난한 노인이 거리에서 폐지 줍는 풍경이 일상이 된 지 수십 년인데, 이 노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몇 명이나 되는지 모르니, 이들을 위한 정책이나 제도를 만들 수도 없었다.
KBS가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함께 최초로 폐지수집 노인 인구를 산출해보기로 했던 이유다. 취재진은 먼저 전국 모든 자치단체에 폐지수집 노인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이 중 180여 자치단체로부터 야광 조끼와 발열 내의 등 '보호장구를 지급한 노인 명단' 등 기초 자료를 확보했다.
이 자료를 토대로 연구진은 자치단체별 인구와 노인 인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와 평균 소득, 지역 총생산 등을 변수로 이용해 머신러닝 방법으로 전국의 생계형 폐지수집 노인 인구를 예측했다.
그 결과, 다양한 예측 결과 모형에 따라 최대 15,181명, 최소 14,800명, 평균 14,954명이라는 폐지수집 노인 인구가 산출됐다.
'6만 명이니, 200만 명이니' 하는 추정치보다는 적은 숫자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생계형' 폐지수집 노인만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늘 폐지를 줍지 않으면, 당장 내일 먹고 살 길이 막막한 노인들이다. . . . 일단 최초로 과학적인 방법으로 생계형 폐지수집 종사자의 구체적 숫자가 도출됐다.
14,954. 이 숫자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앞으로 폐지수집 노인을 보호할 정책을 만들 때, 그 정책의 가장 기초적인 자료로 쓰일 것이다.
■ 강요받은 자부심
형편없는 벌이에도 노인들은 이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본인의 일이 우리나라 자원 재활용에 일조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국자 할머니는 '고물 줍는다' 는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자신은 나라에 좋은 일 하고 있으니 괜찮다고 했다.
실제 할머니가 분리수거 안 된 쓰레기 더미에 손 뻗을 때마다, 폐지와 알루미늄 캔, 고철이 자석처럼 달려 올라왔다. 쓰레기가 돈이 되는 순간이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실제로 이들이 '1차 자원 재활용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 . . 그런데 이 자부심은 노인들만의 착각이 아니었다. 진실이었다.
■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폐지수집의 공적 가치
가난한 노인들은 개인의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다. 그런데 이 일은 동시에 사회적 가치도 지닌다. 널부러진 쓰레기를 줍기 때문에 자연스레 환경 미화가 될 것이고, 그냥 버려질 쓰레기를 재활용하니,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가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 일의 공적 가치는 무시되어 왔다. 그래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폐지수집 노동의 사회적 기여도를 연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 . . 즉 단순 대입하자면, 폐지수집 노인들이 우리나라 단독주택 지역에서 배출되는 폐지 재활용 중 약 60.3%에 해당하는 양의 폐지를 수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비생계형 노인들이 수집한 폐지양까지 합치면 기여율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아파트를 포함한 전체 가구의 연간 폐지 재활용량은 146만 5,840톤이다.)
사적 영역에서 빈곤 노인의 경제활동으로만 치부됐던 폐지수집 노동이, 실질적으로 공적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공적 역할에는 보상이 따라야 한다. 낮은 대가로 힘들게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공적인 보조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누구도 제대로 알아주지 않았지만, 묵묵히 사회적 임무를 수행해 온 폐지수집 노인들.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근거가 생겼다.
첫댓글 국회의원들 연봉 1억훌쩍 넘지않나?? 그거 줄이고 이분들한테 돌려드리면되지
이다큐좋더라 유튜브에있는데 많이봤으면
ㄹㅇ 맞는 말
버릴 때마다 감사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보조금으로 폐지값을 좀 지원하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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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돈 남는다고 멀쩡한 보도블럭 없애고 다시 설치할게아니라
보조금 할당하면 오 기업이 뛰어들까봐걱정이네.... ㅅㅂ... 하...
근데 또 공적가치를 인정해줘서 가격을 올리면 너도나도 돈 되는구나해서 자기가 하려고해서 다시 노인은 벌이가 사라지는 구조 아냐...?
빈곤노인대상으로만 추가수급이 되는 시스템 마련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