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 무게 견딘 ‘체조여왕’, 웃으며 착지
[도쿄올림픽]바일스, 기권했다 복귀 평균대 銅
특유의 고난도 기술은 시도 안해
“한 경기 더 출전, 무엇보다 소중”
시몬 바일스(미국)가 3일 도쿄 올림픽 여자 체조 평균대에서 정신적 부담감을 이겨내고 동메달을 따낸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그의 이름이 호명되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비롯해 각국 체조 관계자들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일주일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24·미국)에게 보내는 환호였다.
바일스는 3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체조 여자 평균대 결선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단체전 결선에서 기권을 발표한 지 정확히 일주일 만이었다. 그는 단체전을 포함해 5개 개인 전 종목(개인종합, 뜀틀, 이단평행봉, 마루, 평균대) 결선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트위스티스(twisties·공중에서 몸 틀기를 시도할 때 몸에 통제력을 잃어 부상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이는 정신적 어려움)’를 호소하며 앞선 경기를 줄줄이 기권했다.
바일스의 상태를 살핀 미국체조협회는 결국 전날 오후에야 바일스가 마지막 일정인 평균대 경기에 출전한다고 발표했다.
결선에서 바일스는 자신의 이름을 딴 특유의 고난도 기술은 시도하지 않았다. 앞선 예선 때 몸을 비틀며 뒤로 2회전하는 난도 6.5의 기술을 펼쳤으나 이날은 비틀기 없이 12세 때나 하던 기술(뒤로 2회전 후 착지·난도 4.0)로 경기를 마쳤다. 연기를 마친 바일스는 안도의 미소를 짓고 자신의 가슴을 토닥인 뒤 코치에게 뛰어가 안겼다.
결과는 14.000점(기술점수 6.1점, 수행점수 7.9점). 평소 15점을 훌쩍 넘던 것에 비하면 한참 낮은 점수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을 괴롭혀온 두려움과 맞서 평균대 위에서 90초간 사투해 얻어낸 값진 결과였다. 경기 후 동료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을 나눈 바일스는 “올림픽에서 한 경기 더 출전할 수 있다는 게 나에게는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5년간 이곳에 오기 위해 그렇게 훈련했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갈 순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메달로 이번 대회를 단체전 은메달 1개, 개인전 동메달 1개로 마무리한 바일스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금메달 4개, 동메달 1개)때만큼 밝은 미소로 포디엄에 섰다.
임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