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서 입맞춤은 상대의 입에 자기의 입을 맞추는 '키스'와 상대의 볼 또는 입에 자기의 입을 살짝 맞추는 '뽀뽀' 두 가지가 있다. 한국어 수업 시간 중 '뽀뽀뽀' 노래를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한국에서는 키스와 뽀뽀를 구분한다고 알려 주며 당신들도 키스와 뽀뽀를 구분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모두 '베이조beijo 입맞춤'라며, 같은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곳 사람들은 베이조beijo를 귀엽게 베이징우Beijinho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정다감한 인사법 베이징우
브라질의 인사를 베이징우라고 소개하는 글이 많다. 이것은 여자끼리 혹은 여자와 남자가 인사할 때, 서로의 양쪽 볼을 교차하여 살짝 맞대며 "쪽" 소리를 내는 인사법이다. "쪽" 소리는 사람마다 소리를 낼 수도 있고 내지 않을 수도 있다. 남자끼리는 절대 베이징우를 하지 않는다. 악수를 하거나 어깨를 두드리고 혹은 젊은 남자끼리나 친한 친구 사이일 때에는 두 주먹을 서로 부딪치며 인사를 한다.
사실 베이징우는 브라질만의 인사법은 아니다.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칠레 등 남미 전역에서 행해지며, 포르투갈, 스페인 등 유럽에서도 하고 있어 영화를 보면 이런 식의 인사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브라질에 도착해서 연구실의 동료들이 베이징우로 인사해 주었을 때,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 무척 얼떨떨하며 어색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자 그 어떤 방식의 인사법보다 다정다감한 인사법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낯선 사람이나 턱에 수염이 많은 사람, 음흉하고 능글맞은 사람, 볼에 볼을 대는 것이 아니라 볼에 입을 맞추는 사람과 베이징우로 인사하는 것은 여전히 난감하다.
베이징우, 동양인에게는 귀찮고 성가시다?
이곳 사람들은 베이징우와 함께 서로 인사말을 나눈다. 브라질의 언어인 포르투갈어는 아침, 점심, 저녁에 다르게 인사한다. 아침에는 Bom dia봉 지아, 좋은 아침 점심에는 Boa Tarde보아 타르지, 좋은 오후 저녁에는 Boa noite보아 노이치, 좋은 저녁라고 말한다. 대개 친한 사이나 여자들끼리는 Ola올라, 안녕 혹은 Oi오이, 안녕라고 한다. 그리고 바로 덧붙여 Tudo bom?투두 봉?, 모든 일이 잘 되고 있어? 잘 지내?이라고 물으며, 대체로 Tudo bom투두 봉, 잘 지내이라고 억양 끝을 내려 대답한다. 마지막으로 헤어질 때는 Tchau차우, 안녕라고 말한다.
환한 미소와 함께 양 볼을 부비며 반가움을 과시하는 다정한 인사법 베이징우는 때때로 즐거움과 이국적 정취를 느끼게 해 준다. 그러나 그것이 몸에 배지 않은 낯선 동양인에게는 때때로 귀찮고 성가신 일이 되기도 한다. 대개 한국에서는 헤어지는 자리에서 "이제 그만 가 볼게." 혹은 "안녕히 계세요."라고 한 마디하고 뒤돌아서면 된다. 하지만 브라질에서는 참석한 사람 한 명 한 명을 붙잡고 마지막 베이징우를 하고 다음에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또 다시 긴 이야기를 나눈다. 끝날 듯 말 듯한 헤어짐의 인사는 단 한 명의 예외자도 남기지 않고 길게 이어진다. 때문에 어떤 모임에 참석한 뒤에 '헤어지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길어져 괜히 조바심이 날 때도 있다. 나이 든 사람, 여자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 커진다.
그렇지만 브라질에 살아 본 경험이 있는 이국의 사람들에게 베이징우는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그들의 여담에는 언제나 브라질의 청량음료 과라나guarana와 쇠고기 숯불구이 수라스코churrasco가 그립다는 말과 함께 정겨운 인사 베이징우가 그립다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글_전율아
전율아
브라질의 브라질리아에서 한국어 개인 교사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자랑스러운 한글 보급에 열의를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