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을 묵상하는 시와 기도 모음> 정연복의 ‘나팔꽃의 노래’ 외
+ 나팔꽃의 노래
나는 풀숲에 사는
작은 꽃
어쩌다가 세상에 생겨나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간밤에 내린 소낙비에 놀라
잠시 몸을 움츠렸지만
아침햇살 더불어 몸과 마음
활짝 펼칩니다.
이 세상은 아름다운 곳
나의 생도 아름다운 것
있는 힘껏 삶의 기쁨과
행복을 노래하며 살아갈래요.
+ 나팔꽃
길을 걷다가 마주친
허름한 가게 앞 화분 속
연분홍 나팔꽃.
나의 마음 나의 영혼도
네 빛깔을 닮아
그저 순하였으면.
+ 나팔꽃
나팔꽃이
여린 듯 강한
이유를
오늘에야 알았다.
나팔꽃
하나하나마다
하트 모양의 수많은
생기발랄한 잎들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으니
이 열렬한
사랑의 성원에 힘입어
아침을 깨우는 나팔을
힘차게 불 수밖에.
+ 나팔꽃
몸을 활짝 펼친
연분홍 나팔꽃
온몸이 입이 되어
뭔가 애써 말하려는 듯.
그래, 누구라도
가슴속 깊은 곳에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한마디 있을 거야.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한번 속 시원히 해보라면
나는 뭘 말할까?
+ 나팔꽃
여름 한낮의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저만치까지 뻗어 있는
들길을 걸었다.
더위를 피해 가만히
몸을 움츠려야 할 것 같은데
무성한 초록의 풀들 사이에
활짝 나래를 펼친 나팔꽃.
풀잎의 시원한
그늘 아래 있으니까
땡볕도 별것 아닌 듯
온몸으로 생명을 노래한다.
+ 나팔꽃
오늘 아침
기상나팔 힘차게 불어
유월의 들판을 깨운
연분홍 나팔꽃들.
한낮의 뙤약볕 아래
초록 풀들의 그늘 속에
몸을 돌돌 말고서
낮잠 자고 있다.
내일 아침이면 또
우렁차게 울릴 나팔 소리
안으로 가만가만
접어두고서.
+ 나팔꽃
해저물녘
들판의 나팔꽃 식구들
연분홍 기다란 몸
돌돌 말고 잠들어 있다.
이른 아침부터
온종일
힘껏 나팔을 부느라
몹시 고단했던 모양이다.
온 세상을 향해
삶의 기쁨과 희망을 전하는
보람된 일을 열심히 하고서
단잠에 빠진 예쁜 것들.
+ 나팔꽃과 개망초
연분홍 나팔꽃의 덩굴손이
개망초의 가느다란 몸을
칭칭 감아 오르면서
둘이 한몸 되었다.
계란프라이를 빼닮은
개망초꽃의 밝은 웃음을 보니
나팔꽃의 끈질긴 구애가
싫지는 않은 모양.
+ 나팔꽃과 장미
아파트 화단 모퉁이
양지바른 곳
스무 송이 남짓
나팔꽃 가족 틈바구니에
철 지난 장미 한 송이
함께 살고 있다.
늘 활짝 웃는 얼굴의
연보랏빛 나팔꽃 식구들은
보이지 않는 마음도
착하기 그지없는 모양
행여 장미가
외로움이라도 탈까
남의 집에 얹혀산다고
눈치라도 볼까
신경을 써주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 작은 장미
움츠린 기색 전혀 없이
빨간 웃음꽃 피울 수 있을까.
+ 나팔꽃 묵상
내가 매일 아침 일찍
온몸으로 나팔을 부는 이유
혹시 알고 있나요?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운 삶은
세상에 하나도 없어
삶에는 고통과 시련이 따르니까
아무리 힘든 일이 찾아와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라는 걸
꼭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요
희망이라는 게 특별한 게 아니요
살아있음이 곧 희망의 뿌리임을
또한 세상에 널리 전하려는 것입니다.
+ 나팔꽃의 소원
너른 들판에
살고 있는 나는
참 작지만 몸도
목소리도 볼품없이 작지만.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나팔을 부네
있는 힘을 다해
온몸으로 희망을 외치네.
귀를 기울여야 들릴까 말까
이 작은 노래
내가 죽는 날까지 단 하루도
쉼 없이 부를 수 있기를!
+ 뙤약볕 아래 나팔꽃
입추와 말복은 물론이요
처서까지 지나갔는데도
꺾일 줄 모르는 찜통더위.
한낮 뙤약볕과의 한판 승부
오늘은 도저히 승산이 없네
백기를 들고 움츠러드는 수밖엔.
웬만해선 굽히지 않는
나의 의지 나의 자존심이지만
아무래도 어쩔 수 없네.
+ 아기 나팔꽃
연보랏빛
아기 나팔꽃 하나
엄마 아빠도
형제자매도 없이
외딴 길가에
홀로 피어 있네.
밤새 내린 투명한
이슬방울들
대롱대롱 온몸 여기저기
보석인 양 매달고서
혼자라서 외롭다 울지 않고
살아있어 기쁘다 환히 웃고 있네.
+ 작은 나팔꽃의 노래
한 잎의
내 몸에
함께 찾아온
얘들아
이 몸
비록 작지만
너희들이 먹을 꿀
부족함이 없으니
나보다도
더 작은 너희 둘
사이좋게
나눠 먹어라.
<기도시>
+ 나팔꽃의 기도
새벽녘 보랏빛
나팔 소리 들어보셨나요?
맑은 이슬로 가다듬은
목청에서 나오는
청아한 기상나팔
소리를 들어보셨나요?
‘새날이 동터 와요.
어서 잠 깨어 힘차게 하루를 시작해요.’
온몸으로 외치는 이 소리
듣는 이들에게 오늘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주님!
제 생각이 맞죠?
새벽을 깨우는 제 나팔 소리에
당신의 힘을 보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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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복님시방
<나팔꽃을 묵상하는 시와 기도 모음> 정연복의 ‘나팔꽃의 노래’ 외
정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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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1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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