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물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고 오후엔 기온이 10도 이상 올라 평지인 물가를 천천히 걷는데도 땀이 날 정도로 무척 포근한 날 남자셋 여자 둘 모두 다섯이 오붓하게 양평 물소리길 4코스 '버드나무 나루께길'을 걸었다.
이 지역에 냇물이 많아서 일까? 양평(楊平)은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옛부터 버드나무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이번 코스는 남한강변으로 바짝 붙어서 능수버들이 늘어서 있는 강변을 걷는 길이다.
양평역에 모여 10시부터 걷기 시작한다. 양평군청을 지나서 남한강변으로 들어서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다.
'버드나무 나루께길'엔 지금은 잎새도 없이 가늘고 앙상한 가지만 늘어뜨린 버드나무가 강변에 줄지어 있는데, 물안개 낀 남한강과 어울어져 운치있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세월은 어김없으니 이제 곧 냇가의 버들강아지가 움트기 시작하면 이 강변의 능수버들에도 꽃이 필 것이다. 예전엔 미처 몰랐다. 봄의 전령이라는 많은 다른 꽃처럼 버드나무도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는 사실을. 아니 능수버들도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얼마전까지도 까맣게 몰랐다.
'버드나무 가지가 천가닥 만가닥으로 늘어져 있어도 가지 사이로 빠져나가는 봄을 막아내지 못한다.'고 세월의 무상함을 탄식하며 시작되는 소월의 시로 알려진 '실버들'이 문득 떠오른다. 우리에겐 詩보다 슬픈 이별의 노래로 더 익숙하다.
한강의 상류에 속하는 양평의 남한강을 예전엔 양강(楊江)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이 양강에는 뚝섬, 마포나루에서 실어온 새우젓을 내려서 강원도 홍천, 횡성 지역까지 마차로 나르던 새우젓의 교역지 양근(楊根)나루가 있었다고 한다.
양평대교 밑을 지나 양근나루터(옛 갈산나루)를 거치면 갈산공원이다. 옛 양평의 이름이 갈산(葛山)으로 이 지역에 칡뿌리가 많아서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갈산공원에서 단체로 인증샷을 찍고 조금 더가서 계단을 내려서니 남한강 둔치다. 이제 본격적으로 남한강변으로 근접해서 걷는다. 물안개가 서서히 이동하며 걷히고 햇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강변 곳곳에 벤치가 놓여있고 여러 조형물이 꾸며져 있다.
남한강 둔치 길을 걷다가 배다리를 건너니 창대리배수 펌프장 아래쪽에 공원이 있는데 체력단력장, 지압길, 창대리꽃동산이 조성되어 있고, 화장실도 갖추고 있다. 강변의 벤치 쉼터에서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출발할 땐 다소 쌀쌀하더니 이젠 한기도 가시고 강변인데 바람도 하나 없이 훈훈하다. 다시 계단을 올라서서 자전거 길을 따라 뚝방길을 걷는다. 길 양쪽으로 벚나무가 늘어선 벚꽃길로 봄에 걸으면 좋을 듯 하다. 오리떼가 떠있는 맑은 강물과 버드나무를 내려다보며 걷다가 현덕교 앞에서 두 번째 간식 및 휴식을 취한다.
현덕교를 건너면서 길은 이제 남한강에서 벗어나 흑천을 따라 이어진다. 이 구간도 흑천교까지 계속 벚꽃길이다. 마침내 흑천교 밑을 통과해 신내해장국거리를 거쳐 쉐르빌 온천관광호텔을 지나면 물소리길 인증대가 있고 커다란 규모의 '소노문(Sono Moon)양평'(구 대명리조트 양평)이 있다.
소노문 양평을 뒤로하고 흑천 건너편 철길을 바라보며 나란히 걷다가 잠시후에 원덕교를 건너면 원덕초등학교가 있고 원덕역이 저만치 보인다. 약 11Km를 3시간 정도 걸려서 걸었다. 시계는 조금전에 13:00을 막 넘어섰다.
원덕역 근처에 마땅한 식당이 없다고 용문역으로 가자는 누군가의 제안에 열차를 기다려 용문역으로 향한다. 마침 용문에 5일장(5,10장)이 서는 날이라 구경도 할겸......
용문역으로 이동해서 점심부터 먹고 용문 전통시장 구경에 나서는데 지난번 양평장에 비해서 확실히 규모가 더 크고 볼거리가 많다. 먹거리 장터도 있는데 이미 점심을 먹은터라 구경만 하다가 아쉬운 마음에 씨앗호떡을 하나씩 쏜다.
장터 구경을 마치고 15:00이 조금 지난 무렵에 문산행 열차에 올라 일정을 종료한다. 주말이고 장날이라 은근히 걱정했으나 용문역이 종점이라 빈 차가 들어와서 다행히 모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아마 원덕역에서 탔으면 앉지 못했을 것 같다.
두 시간을 계속 앉아서 오니 엉덩이가 아프고 졸음도 살짝 밀려오지만, 양평 물소리길의 매력을 또 한번 느낀 즐겁고 여유있는 트레킹이었다. 한 번에 두 코스씩 걸어도 되겠지만 완주가 급한 것은 아니니......
이제 물소리길 완주까지는 스탬프 한 개만(6코스) 남겨놓고 있다. 이미 두 번 이상 걸은 코스도 있어 드문드문 절반 정도 찍힌 스탬프 북이 하나 더 있는 건 안비밀. ㅋ
양평물소리길은 전통시장이 열리는 장날과 연계해 걷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양평 5일장은 3,8장 용문 5일장은 5,10장이란 걸 이젠 알았으니까.
날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 내일은 눈이 많이 오고 기온도 내려 간다고 한다. 일단 하루 쉬어야 겠다. 평화누리길, 강화나들길에 이어 다음 주 물소리길 정모마저 취소돼서 아쉽다. 중국발 '신.코.바'가 언제쯤이나 진정될지......
자고로 소나기는 피해가라고 했으니 최대한 조심하는 차원에서 당분간은 트레킹을 최소한으로만 이어가야겠다.^^
첫댓글 저도 이 코스 걸어보고 싶습니다~ 멋진 날 길 위에서 만나는 일이 생기겠지요?
계속 걷다보면 언젠간 길위에서 만나지겠지요.
어쩌면 이미 한번쯤 스쳐지나갔을 수도......
일엽님 고맙습니다.^^
달사랑(M.L)님 특유의 걷기 後記를 또 즐감하고 갑니다.
폰카로 찍은 사진 전부를 멋진 동영상으로 앞쪽에 탑재하고 난 뒤 상세한 내레이션을 만연체로 쓰시고 그 뒤에 개별
폰카 사진을 나열하는 식이잖아요? ㅋ 저는 폰카 사진을 콜라주로 묶어서 중간 중간 후기글 쓰고 맨 마지막에 디카
사진을 묶어서 GIF나 MP4 동영상으로 첨부하는데 말이지요. 암튼~
서울둘레길 길동무 팀에서 작년 10월 하루 2개 코스씩 楊平 물소리길을 3회에 나눠 걸으면서도 옹골지게 걸었었던
추억을 반추하고 있습니다. 제4코스(버드나무 나루 께길) 출발지인 양평군청 앞 黃金色 행복주머니에서 元德역까지 수고하셨습니다.
어떤 때는 후기가 잘 써지는 날도 있고 또 어떤 때는 잘 안써지는 날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강화나들길, 평화누리길, 양평물소리길 등 대부분의 길들이 너무 자주 바뀌고 있어 다녀온지 6개월만 지나도 달라져 있는 구간들이 많이 있어서 최신 정보를 확인 안하면 엉뚱한 길로 가게 되지요.
오늘은 날도 춥고 눈이 쌓여서 길이 미끄러우니 다니실 때 조심하세요.^^
양평 물소리길 홈페이지에 있는 제4코스圖를 보면 점선(---)으로 되어 있는 우천시 우회로를 주로 걷지요. 원래는 黑川橋를 건너 '산길 구간'으로 가는 게 정코스인 듯 합니다. 지도에 보면 4코스 인증대가 산길구간에만 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상은 雨天時 점선 코스 상에 즉, 리조트 옆길 상에 있으니까 걱정 없지요.
달사랑(M.L)님 팀은 이제 마지막 6코스(용문 은행나무 길)만 남았는데, 6코스는 龍門 전철역에서부터 종점까지 걷고 나서 회귀하실 때 버스나 택시밖에 없는 점 참고하십시오. 1~5코스까지는 경의 · 중앙선 전철역끼리 연결되지만.
4코스가 원래는 산길로 다니는 길이었고 트랭글에는 지금도 그렇게 되어있지만 사유지문제로 길이 바뀌어 산길구간이 사라졌습니다. 현재 지도는 점선부분이 실선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앵베실님이 다녀오신지 꽤 되신 모양입니다. ㅎㅎ
마지막 6코스가 전철이 없어 교통이 문제긴한데 용문산 관광단지 식당에서 식사하면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식당이 여럿 있으니 좀 늦게 시작하면 용문역에서 셔틀을 이용해 용문사를 천천히 둘러보고 약간 이른 점심을 먹고 역방향으로 걸어나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용문산에서 역근처 (구)용문터미널까지 버스가 있으니 바쁘지 않다면 굳이 택시를 이용할 필요까진 없겠지요. 앵베실님 고맙습니다.^^
지난해 두번이나 걸었던 물소리길
처음에는 정방향으로 무난히 걸었으나
두번째는 역방향으로 걸었는데
방향표시의 부실로 많이 헤메었지요.
개선이 많이 되었는지
다시한번 걸어봐야겠네요
물소리길 표지판을 주의해서 잘 보고 다녀야 될 지점이 몇군데 있긴 합니다.
이미 두번 걸으셨으면 길을 아시겠지만 일부 바뀐 구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리본 표식이 많이 개선된 듯 하니 잘 따라가면 찾기 어려운 길은 아니지요.^^
달사랑님!
지난 토요일에도 양평물소리길 버드나무나루께길을 걸으셨군요 ~
수양버들이 연초록빛으로 늘어지는 봄에 걸으면 더욱 좋은 길이지요~
오붓한 트레킹 후기 즐감하였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
고맙습니다. 답글이 매우 늦었네요.
그리고 우수회원 선정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