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을 '유엔 일본군위안부 추모의 날(Memorial Day)'로 만들자."
일본 위안부 관련 44개 시민단체가 연합한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이 전 세계 시민단체와 힘을 합해, 8월 14일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의 날로 지정할 것을 유엔에 촉구하는 운동을 벌인다.
8월 14일은 한국의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로는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날이다. 김 할머니의 증언으로 위안부 문제가 국제 문제화되면서 1993년 일본 정부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를 발표했다.
- 일본 도쿄 신주쿠(新宿)에 있는 일본군 강제동원 위안부 관련 전시관인‘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자료관’에서 와타나베 미나‘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공동대표가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학순 할머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차학봉 특파원
전국행동의 와타나베 미나(渡邊美奈) 공동대표는 7일 "김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을 계기로 세계 곳곳에서 피해 여성이 입을 열기 시작했고 일본군 성노예제의 실태가 드러났다"면서 "전쟁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한 김 할머니의 용기와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념일 제정은 강제동원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려는 일본 정부에도 압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에 기념일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는 오는 14일 도쿄·나고야·오사카·히로시마 등 일본 주요 도시뿐 아니라 한국·대만·필리핀·캐나다·네덜란드·독일·미국 등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그는 "추모의 날 제정은 작년 12월 대만에서 열린 전 세계 위안부 피해자 관련 시민단체 회의에서 논의됐다"면서 "올 들어 일본 내에서 위안부를 부정하려는 발언이 속출하면서 유엔 차원의 기념일 제정 필요성이 더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유엔의 기념일 제정은 유엔 총회 결의로 결정된다.
와타나베 대표는 "당장 유엔 기념일로 지정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전 세계 시민단체들이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면서 "추모일 제정 운동이 일본에서 역사적 사실을 지우려는 세력에 대항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증언과 재판기록 등 수많은 증거가 새로 드러나고 있는데도 고노 담화 발표 이후 20년간 이를 조사하지 않고 강제 연행을 직접 지시한 문서가 없다는 식의 궤변으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가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면 할수록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 목표는 단순히 일본 정부의 고노 담화 수정을 막는 것이 아니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확한 조사, 사죄, 배상과 함께 관련 사실을 교과서에 기록해 역사의 교훈으로 남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행동은 오는 11일 도쿄에서 관련 국제 심포지엄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