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 전주의 변방에 있던 마을 계룡리에 효천지구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그 한 자리에 전주 기접놀이 전수관이 들어섰다, 오래 전부터 이 지역 사람들이 백중이나 추석 무렵에 대동의 정신으로 놀았던 전통놀이가 대통령상을 받고 하면서 이렇게 전통을 이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것이다. 풍물소리, 그리고 춤사위, 함깨 모여 노니는 그 풍경을 오랜만에 보고 잠들었다 깨어난 이 아침에 나는 소리 내어 김수영의 시인의 시 중에 <거대한 뿌리>를 읽는다.
명절도 먼저 쇠고 외국 여행을 가는 나라, 차례상도 몇십만원짜리 사다가 제사를 지내는 편리함, 화상으로 차례를 지내고 추석은 며칠 노는 날이라고 인식되어 있는 이 시대에 김수영을 읽는 마음은 착잡하다.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 나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구문의 진창을 연상하고 인환네 처갓집 옆의 지금은 매립한 개울에서 아낙네들이 양잿물 솥에 불을 지피며 빨래 하던 시절을 생각하고 이 우울한 시대를 파라다이스처럼 생각한다.
버드 비숍여사를 안 뒤부터는 썩어빠진 대한민국이 괴롭지 않다. 오히려 황송하다.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나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는 한 인간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비숍여사와 연애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진보주의자와 사회주의자는 네에미 씹이다. 통일도 중립도 개좆이다(중략)
아이스크림은 미국놈 좆대강이나 빨아라. 그러나 요강, 망건, 장죽, 종묘상, 장전, 구리개, 약방, 신전, 피혁점, 곰보, 애꾸, 애 못 낳는 여자, 무식쟁이, 이 모든 무수無數한 반동反動이 좋다. 이 땅에 발붙이기 위해서는 제 3한강교의 물속에 박은 철근 기둥도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좀 벌레의 솜털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괴기영화의 맘모스를 연상시키는 까치도 까마귀도 응접을 못하는 시커먼 가지를 가진
나도 감히 상상을 못하는 거대한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 “
우리에게 전통은 무엇이며 우리들은 그 전통을 과연 어떻게 이어나가고 보존해야 하는가, 마땅한 해답이 없는 게 지금인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이런 움직임들이 일어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전통이 이어져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것을 잊지 말자, 이 아침에 느끼는 이 마음도 훗날 전통으로 남지 않을까?
2021년 9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