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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3. 안단테
고개를 숙여 발에 묶여있는 족쇄를 보았다. 난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무슨 쏘우도 아니고....."
순간 피식 웃었다. 발에 묶인 족쇄를 다시 보니 한편으론 억울했고, 또 한편으론 이러한 상황에 처한 자신이 측은했다. 이 방은 어렴풋이 외관 형상만 보일 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난 마치 어둠 속에 갇힌 실험 쥐 같았다. 이 어두운 곳을 어떻게 하면 밝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방금 전 서준태 형사가 사용했던 라이터가 떠올랐다.
"형사님 라이터좀 켜봐요. 어둡다면서 왜 그걸 사용하고 안하고 있나요?"
서준태 형사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스만 많았다면야 진작에 키고 있었지."
그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아까 깨어날 때 이리저리 둘러 보다가 가스를 거의 다 소진해버렸어. 원래 부터 가스량이 별로 없긴 했지만."
"그럼 아까 담뱃불은 어떻게 지핀 거죠?"
난 의심스럽게 물어 보았다.
"말했잖나 가스가 완전 없는 건 아냐. 거의 다 소진했을 뿐이지. 담배를 한 번 더 피려고 하면 아마 못 쓰게 될 거야."
그는 건조한 어조로 대답했다.
이윽고 그는 깊은 한숨과 함께 다시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 보고 있었다. 나 역시 그와 함께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난 족쇄를 다시 살펴 봤다. 복숭아 뼈 쪽에 열쇠 구멍이 있었다.
"이 족쇄, 열쇠가 없으면 풀 수 없을 것 같아요."
서준태 형사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몸을 긁적이고 있었다. 눈을 도로 족쇄 쪽으로 돌렸다. 이리저리 족쇄를 만져보던 중 열쇠 구멍 안에 끼어있던 조그만한 종이가 손에 짚였다. 난 다급하게 형사를 불렀다.
"형사님! 라이터 좀 던져 주세요."
서준태 형사가 웃으며 말했다.
"중요한 상황에 쓰일 지 모르는데 함부로 줄 순 없다."
난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럼 아까 본인이 담배를 핀 행동은 뭔가!
"열쇠 구멍에서 쪽지 같은 걸 발견했어요. 글씨가 써져 있긴 한데 자세히 안보여요"
서준태는 무안하게 대답했다.
"쪽지? 진작에 그렇게 말할 것이지. 가스 얼마 없으니 보고 바로 꺼."
서준태는 나에게 라이터를 조심스럽게 던졌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내 주변에 떨어졌다. 바닥을 더듬어 라이터를 주웠다. 서준태 형사 말대로 가스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난 조심스럽게 쪽지로 다가가 불을 켰다.
"욕조구멍마개를 찾아라...?"
라이터는 쪽지의 내용을 확인 하자마자 꺼져버렸다. 다시 불을 켜 보려고 노력했지만 가스가 없어서 켜지지 않았다.
서준태 형사는 새끼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벼 파며 물었다.
"뭐라고? 욕조구멍마개?"
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욕조구멍마개를 찾아라'라고 쓰여 있었어요."
서준태 형사는 요란스럽게 일어나며 말했다.
"내 쪽에 욕조가 있어!"
서준태 형사는 말을 마치기 무섭게 철렁철렁 거리는 족쇄 소리와 함꼐 바로 욕조 쪽으로 향했다. 얼마있지 않아 쇠사슬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서준태 형사의 끙끙 앓는 신음 소리만 들려왔다.
이윽고 그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
"젠장! 족쇄 때문에 구멍마개까지 닿질 않아!"
서준태 형사는 재차 시도해봤지만 여전히 제자리에서 아등바등하고 있었다.
"이 놈의 족쇄가 애를 먹이는 군!"
그는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이봐, 주변에 긴 막대기 같은 거 없나?"
"잠시만요."
난 다급하게 주변을 이리저리 더듬었다. 미리 준비라도 해놓은 듯한 쇠파이프 하나가 손에 잡혔다. 기분이 묘했다.
"이걸 한번 써보세요"
쇠파이프를 서준태 형사 쪽으로 던지며 말했다.
이윽고 요란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지며 쇠파이프가 바닥에 떨어졌다.
서준태 형사는 잠시 주변을 더듬어 쇠파이프를 짚더니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은 걸 구해다 주셨구만. 잘 쓰겠네"
서준태 형사는 쇠파이프를 이용해 욕조구멍마개를 어렵게 건져냈다. 그는 욕조구멍마개를 이리저리 만지더니 곧장 그것을 들고 족쇄 쪽으로 가져갔다.
난 들뜬 마음으로 서준태 형사에게 물었다.
"찾으셨나요? 뭐가 있나요?"
그는 한참동안 말이 없다가 불쑥 말했다.
"욕조구멍마개에 열쇠가 달려있더군."
그는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발에 묶인 족쇄를 풀 수 있는 열쇠인가 했더니 내가 차고 있는 족쇄의 열쇠는 아닌 것 같네."
말을 마친 서준태 형사는 열쇠를 내쪽으로 던졌다.
그는 건조한 어조로 말했다.
"자네 것 일지도 모르니 한번 확인해보게"
난 열쇠를 주운 후 내 족쇄 쪽으로 가져가 열어보기를 시도해 봤다. 결과는 뻔했다.
"하... 안 열리네요."
내심 기대를 해서인지 한숨이 더 깊게 나왔다.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이 열쇠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자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다시 모든게 원점으로 돌아와버렸다.
난 절망적인 어조로 물었다.
"정말 이 곳을 빠져나갈 수 있긴 한 걸까요?"
두려웠다. 영원히 이 곳에 갇히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섰다. 당장이라도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 뿐이였다.
서준태 형사는 한 손으로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했다.
"이 방을 빠져 나갈 방법은 우선 이 자식이 원하는 데로 놀아줘야 하는 방법밖에 없어."
그는 이를 악물고 포효하며 말했다.
"우릴 장난감 취급을 하다니... 이 족쇄 풀리기만 해봐라.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잡아주겠어!"
서준태 형사는 다시 침착하게 주변을 이리저리 더듬으며 풀려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는 분명 화가 머리 끝까지 나보였지만 현재 상황에 포기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달랐다. 두려움과 함께 너무 답답하고 초조했다. 그런 마음을 떨치고 싶었는지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주먹은 쥐고 바닥을 있는 힘 껏 세게 쳤다. 손이 욱신거리자 한심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려는 찰나, 주먹을 치며 깨진 타일의 바닥 표면에 무언가 드러났다.
"이건...?"
서준태 형사는 주변을 뒤적거리다 멈추고 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왜, 뭐라도 찾았나?"
난 파편을 치우고 타일 표면에 들어난 정체모를 물체를 끌어 올렸다. 열쇠로 잠긴 상자였다. 욕조구멍마개에서 얻은 열쇠를 가져가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거짓말처럼 시원하게 열렸다. 상자 안엔 조그만 한 손전등이 들어 있었다.
손전등을 들고 불빛을 비추자 서준태는 눈을 찡그리며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이봐! 얼굴에 비추지 말라고! 너무 눈부시잖아!"
난 얼른 불빛을 아래로 돌리며 말했다.
"아, 죄송해요. 켜자마자 형사님의 얼굴방향으로 나갈 줄은 몰랐어요"
서준태는 눈을 비비며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쓸만한 물건을 발견한 것 같군"
난 부풀은 마음으로 방금 손에 넣은 손전등으로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3 부터는 시나리오 대화형식이 아닌 소설 형식으로 완전 바꾸기로 했습니다.
읽어 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감상평은 저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
첫댓글 이거 완전 추리게임을 보는 듯 하군요. 다음편을 보러 지금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