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어제는
오후 두시 무렵이었습니다만,
포연이 휩쓸고 간 전장터를 다녀온 기분이었던지
이부자리 펴자마자 바로 잠들어버렸습니다.
제게 연락 주신 분들이 많이 답답하셨던 모양입니다.
아침 출근길에 확인해본 부재중 전화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서둘러 출장길 마감 정리하고 길을 나서야 할 참이었습니다.
며칠전 생일을 보낸 아들녀석 선물을 하나 주기로 약속한터라
자연 저녁무렵 약속을 피해야겠기 싶었던 때문이었습니다.
충주에 있는 '책이 있는 글터' 사장님의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답니다.
며칠전 소소한 일로 제게 아는체 인사주신 일이 있어
어르신께는 곱게 접어 인사드리고 조용히 첫인사 드릴 요량으로
둔촌동 보훈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했습니다.
몸접고 고개 접어 아버님께 인사드렸습니다.
'평안히 가십시오'
주시는 점심, '밥' 한그릇 비우면서
먼저 오신 분들과 인사나눴습니다.
서점쪽 일을 하시는 분들과 아는체 혹은 첫인사를 나눴습니다.
창비사 박부장님은 늘 그 자리에 계셨습니다.
멀리 먼길에서 오신 분이 자리 먼저 나서시길래 자리 같이 일어섰습니다.
멀리 가시는 분 모신다고 박부장님이 함께 가시니
처음 뵌 젊으신 사장님과 둘이 남았는데
헤어지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잠깐 받아마신 소주 두 잔 탓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간 되면 소주 한 잔 하시지요?'했더니
'바쁘신줄 알았죠.' 하며 말을 받으십니다.
소주 나눠마신 두어병 보다 더 많이 말씀들을 주고 받았습니다.
저보다는 어리지 싶은데 말씀 받고 보니
저보다 나이 위라고 해도 할 말 없을 처지가 됐습니다.
아들녀석과의 약속만 아니었으면
시작된 낮술이 밤을 샐수도 있었겠다 싶습니다.
낮술에 취하면 '애비 애미'도 몰라본다지요?
그런데 오늘 저는 정신 올곧게 출판 서점계의 고쳐 다질 말씀을 듣다보니
정신 하나 놓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낮술 주정부리 걱정하며 '아들 약속' 핑계로 일찍 귀가길 서둘렀으면
참 좋으신 분, 참 좋으신 말씀 놓칠뻔 했습니다.
'낮술' 썩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지 싶습니다.하하
이연호사장님 아버님께서 가시는 길에
꽃잎 하나 던져주셨지 싶습니다.
그 고운 향 오래 간직하겠습니다.
첫댓글 항상 인사와 관계에 서툰 사람입니다....좋게 생각해주시는 만큼 노력하겠습니다....고마웠습니다
으흠~낮술이라~님의 그릇에 담긴 것은 술이 아니라 마음이었군요. 그릇에 따라 술의 향기가 다르듯 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