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체감 46도 땡볕이 가장 걱정”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내일 2R까지 습도 높아 5시간 넘게 살인적 더위와 싸워야
미국보다 길고 한국보다 짧은 잔디
페어웨이 좁은 코스도 긴장 더해
도쿄 올림픽 여자골프 1라운드 시작을 하루 앞둔 3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CC(파71). 연습 라운드를 진행하는 선수들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습기는 강하지 않았지만 대신 강한 땡볕이 선수들을 향해 연신 내리쬐었다. 한낮 최고 기온은 35도까지 올라갔고, 체감온도는 40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자외선지수는 한때 ‘위험’ 표시까지 올라갔다.
도쿄 올림픽 골프에 출전한 여자 선수들은 ‘더위’와의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특히 5시간 이상 야외에서 걸어다니며 경기를 치러야 하는 골프 종목 특성상 더위가 더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큰 나무 그늘 아래는 햇빛을 피할 수 있어 시원했지만, 그늘 하나 없는 페어웨이는 잠시만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선수들은 선글라스, 우산, 얼음주머니 등을 총동원했지만 더위를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골프여제’ 박인비(33·사진)는 “날씨가 너무 더워 잘 쉬어야 한다. 경기 전에 연습장이나 코스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3라운드부터 비 소식이 있다. 1, 2라운드에는 습도가 높아져 체감온도가 46도까지 올라간다는 예보가 나와 선수들의 걱정은 더 커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 어디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본만의 특이한 잔디 특성과 1929년 개장한 가스미가세키CC 코스의 특이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일본 잔디는 미국 잔디보다는 길고 한국 잔디보다는 짧은 것이 특징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라고 해도 그동안 경험해 온 것과 다른 길고 억센 잔디 특성에 당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박인비는 “남자 선수들의 경기를 봤을 때는 코스가 짧고 부드러울 줄 알았는데, 실제 경험을 해보니 그렇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100년 가까이 된 가스미가세키CC에는 페어웨이 양 옆으로 큰 나무들이 길게 늘어져 서있어 페어웨이가 좁은 편이다. 또 러프가 길고 단단해 티샷이 조금만 페어웨이를 벗어나도 한 타 이상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더운 날씨 탓에 그린마저 단단해져 어프로치 샷에서도 적지 않은 실수가 나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넬리 코르다(23·미국)도 “같은 코스에서 경기를 한 남자 선수들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남자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그린 공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했다.
가스미가세키=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