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두가지입니다.
첫째. 내가 관계를 얼마나 원하느냐?
둘째. 사람들이 나와의 관계를 얼마나 원하느냐??
간단하죠?
그런데, 이 두 요소가 서로 상충된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사람 좋은 내향형
제가 내향-외향 성격 구분을 쪼개서,
(내향-외향) x (내성-외성)의 총 4가지 성격유형을 제시한 걸
동도 여러분께오선 익히 알고 계실 겁니다.
(※ 내향-외향의 변수와 사회성 변수를 구분해야 한다는 건 성격심리학자들 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만,
국내에서는 번역 상의 문제 때문에 깔끔한 용어 정리가 어려운 관계로,
제가 임의로 "외성"이라는 단어를 생성해 내성의 카운터 파트로 끼워 맞췄습니다.
'사회성이 뛰어난'이란 의미를 함축한 외성이란 단어는 국어사전에는 없는 단어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외향형이면 인간관계가 많고, 내향형이면 인간관계가 적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위에서 언급한 1번의 경로일 뿐,
내가 아무리 원하거나 또는 원하지 않더라도,
관계는 쌍방이기 때문에
2번의 경로, 즉,
상대방 측에서 나를 얼마나 원하느냐에 따라서도 관계의 양상이 당연히 달라집니다.
◆ 하이브리드 (내향+외성) : 나는 원하지 않는데, 내가 사회적 스킬이 좋아서 사람들과 엮이는 경우가 많음
◇ 아련병풍 (외향+내성) : 나는 원하는데, 워낙에 조용하고 나서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과 엮일 일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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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두가지 차원의 방향성이 서로 엇갈리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아련병풍은 내심 관계를 원하지만,
사람들과 엮일 일이 부족하므로 고독감, 우울감을 느끼게 되요.
하이브리드는 사실 혼자 있고 싶은데,
사람들과 계속해서 엮이게 되므로, 피로감과 현타를 느끼게 되죠.
기가 빨린다고들 하잖아요.
사람들과 곧잘 어울리면서도,
나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사라졌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인간관계가 종종 시간낭비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하이브리드는 그나마 괜찮은 게,
이 친구들은 관계에 기빨려 하면서도,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사회성이 좋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일종의 자기만족감을 얻습니다.
그래도 오늘 좋았다, 재밌었다, 잘해냈다. ^^
기빨림이 어느정도 상쇄되요.
최고로 기빨리는 성격유형은 다름아니라 다음의 친구들입니다.
내향 + 사회성 평범 + 고高우호성
기빨리는 인생의 가히 끝판왕
혼자 있고 싶고 (내향)
딱히 사회적 스킬이 있는 것도 아닌데 (사회성 중립)
엄청 친절하고 잘해줘, 착해 (고우호성)
아무리 찐내향일지라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을 안 만날 수는 없습니다.
학교, 회사 등등
그런데, 이 고우내향형의 경우에는,
있는듯 없는듯 조용하지만 예스맨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에 띄어요.
그렇습니다, 여러분. 예스맨은 사람들의 눈에 굉장히 잘 띕니다!
'오 쟤 착하다, 친하게 지내야지'
와 같은 정상적인 반응부터,
'오 쟤 물러터졌네 ㅋㅋ 이용해 먹을 수 있겠는데?'
와 같은 비정상적인 반응까지.
혼자 있고 싶은데 실패. 쾅
사회성은 평범해서 사람들을 잘 컨트롤하진 못해. 쾅쾅
사람들과 계속 엮이면서 어느샌가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고 있어. 쾅쾅쾅
에너지 고갈, 억울함, 현타, 분노 ......
고우내향형의 특징이 관계에서 끝이 안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계속해서 받아주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관계를 끝낼 때,
일언반구 없이 잠수를 타거나 일방적으로 이별이나 절교를 통보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본인 입장에서는 싫은 소리 안하고 끝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잘 지내던 사이인데 갑자기 손절을 당하니 어리둥절하고 배신감도 느낄 수 있겠죠.
힘은 힘대로 들고, 끝은 끝대로 안좋고.
"제가 바로 그 끝판왕인데, 방법이 있나요? TT"
우선, 고우호성, 즉, 착함의 속성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이건, 그냥 성격이에요.
나보다 남의 안위를 더 중요시여기는 성격.
그렇게 어느정도 타고난 겁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구요.
그렇기 때문에, 남이 불편해하는 걸 그냥 넘기지 못하는 것이고,
남을 도와줌으로써 내 불편감을 해소하기 위해 예스라고 답하게 되는 거죠.
단지 그 뿐입니다.
그러니, 이제부턴 다른 종류의 불편감과 싸우셔야 하는 겁니다.
사람들과 엮이면서 오지랖에 지쳐가는 불편감을 없애기 위해,
친절하게 대하지 않을 때 불편해지는 바로 그 감각에 익숙해지셔야 해요.
불편감이라는 감정을 내 삶에서 쫓아내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아니 애시당초 불가능할지도 몰라요.
A라는 불편감을 쫒아내는데 성공한다해도, 그로 인해 B라는 불편감이 다시 생겨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이 말을 꼭 고우내향형 분들께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어느날 여러분의 집에 불편감이라는 감정이 찾아왔을 때,
그 감정을 쫓아내야 할 야생동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평생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잖아요.
아무리 쫓아낸다 한들 계속해서 날 찾아올 게 분명하다면,
차라리 불편감은 쫒아내야 할 야생동물이 아니라,
길들여서 같이 지내야 할 반려동물일 지도 모릅니다."
길들여야 한다면 과연 어느 쪽 짐승이 더 나을까요?
친절하지 않을 불편함 vs 기빨리고 이용당하는 불편함
고우내향형 동도들의 흑화될 모습을 응원합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불편함과의 동거...!!! 저도 저런 유형인데, 그나마 친절하지 않을 불편함을 데리고 살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ㅎㅎ
지난번 놀심 (+쇼츠로 편집된 영상) 나오신거 보고 더 흥미롭게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어떤 유형인지 파악하게 되어서 좋았네요.
저는 하이브리드에 가까운거 같네요ㅎㅎ 혼자 있고 싶지만 관심도 받고 싶고ㅎㅎ